사촌들에게의 보드게임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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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7 03:28

아주 오랫동안 못 본 나이먹은 사촌들과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전날, 날도 더운데 실내에서 놀 곳을 정해서 보자는 제 제안에 반갑게도 한 녀석이 보드게임을 하자며 할리갈리, 루미큐브 등을 대여해주는 할리스커피를 단톡방에 공유했습니다. 친구에게의 보드게임 전파를 여러번 실패한 이후 '보드게임은 모임에서'라는 제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릴적 사촌들의 모습을 한번 떠올려보니 분명 이 친구들도 나처럼 보드게임 DNA가 있을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보드게임을 몇개 들고간다고 하고 젝스님트를 비롯한 영업용(?) 게임들을 가방에 챙겼습니다. 첫 게임이 안 좋은 인상을 주면 두번째, 세번째 게임은 없다는 걸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기에, 선발로 내세운 젝스님트에 집중하며 몰입하는 친구들을 보며 오늘은 서로 즐기는 보드게임을 할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습니다. 두번째 게임인 원나잇 웨어울프는 룰설명때부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아니, 이런 게임이 있어? 라는 식의 반응이었죠. 다음으로는 보틀임프를 해봤는데 제법 빵빵 터지며 반응이 좋길래 저도 덩달아 신나서 트릭테이킹과 클라이밍의 개념정리까지 해주며 스무ㅡ쓰하게 마스크맨까지 진행했습니다. 사실, 가져간 게임들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기대하고 들고간 게임은 노땡스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기대했던 그 뜨거운 반응은 노땡스와 시드포커를 끝내고 더 이상 할 게임이 없던 바로 그 때 나왔습니다. 또 다른 게임 있어? 라는 물음에 젝스님트로 더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게 떠올랐고, 그 때만 하더라도 이 게임이 오늘의 베스트 게임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러 번의 도전 끝에 힘들게 성공을 했는데도 곧바로 이번엔 난이도를 더 올려서 한번 더 해보자는 말이 그 친구들 입에서 나올 줄도 몰랐구요.. 결국 예상했던 시나리오와는 달리 제가 제일 먼저 지쳐서 이제 보드게임 그만하자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나서야 더게임이 끝났습니다. 그동안은 만나면 술 마시고 당구를 치거나 플스방을 가곤 했던 친구가 오늘 게임중에 몇번씩이나 와 근데 우리 진짜 건전하게 논다 라며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멋쩍게 웃던 얼굴이 떠올라 지금도 약간 웃음이 납니다. 방바닥에 쓰러져 팬티바람으로 배를 잡고 웃던 동생의, 어쩌면 어릴적에나 볼 수 있었던 모습도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기고 싶어 야심한 밤에 폰을 붙잡고 오늘 있었던 일을 적어봅니다. 보드게임은 사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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