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팰리스 리뷰 <부드러운 인터액션이 가미된 주사위 일꾼 게임>
안녕하세요 zooey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지러운 시국인데,
다들 즐거운 보드라이프 보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우연치 않게 카린님과 연이 닿아, 보드피아에서 제공한 한글화된 크리스탈 팰리스를 경험 해보게 되었습니다
주말에 3인플, 4인플, 5인플 모두 한 번씩 해보았는데요
플레이 후 느낀점을 좀 적어볼까 합니다
솔직히 처음에 제목만 들었을 때는 무슨 축구 매니징 게임인 줄 알았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보시는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아실듯 합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축구팀 이름이거든요)
근데 크리스탈 팰리스는 최초의 만국박람회를 위해 런던의 하이드파크에 세워진 건물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돌이나 벽돌 등의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리와 철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라 이름이 수정궁인 모양입니다...
실제로는 요런 모습인듯 합니다
이건 설계도 같은데, 게임 박스 앞면에 있는 그림과 거의 유사하죠?
요런 디테일은 꽤 좋네요
<테마> ★★★★
룰북에 쓰여있는 머리말을 살펴보자면,
플레이어들은 1851년 런던에서 최초로 열린 만국박람회에 참가한 각국을 대표하게 된다고 합니다
만국박람회에 전시할 발명품을 개발해야 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소문도 내고,
현 시대에 가장 뛰어난 실제 인물들을 모집하여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꽤나 연관성있게 이어져 있습니다
게임은 1849년 봄, 1849년 가을, 1850년 봄, 1850년 가을, 1851년 봄
이렇게 5라운드 동안 진행됩니다
1851년 열릴 만국박람회에 화려한 발명품을 전시하기 위해
5라운드 동안 플레이어들간 경쟁하게 되는데요,
게임은 유로게임 느낌이라. 꽤 빡빡한 상황이 게임 내내 이어집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어떻게 하면 대출을 받지 않고 주어진 돈을 활용하여, 더 높은 점수를 뽑아야 할지
끊임없이 뇌연소 운동을 하게 되어,
테마에 크게 신경쓸 여력이 사실 없었는데요
게임이 끝난 후, 곰곰히 생각해보니
테마와 액션들 간의 연관성이 꽤나 매끄럽게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허국에서 맘에 드는 특허를 사와서,
연구를 하고,
사교클럽에 가서 유망한 인물들을 모집하여 도움을 받고,
런던 타임즈 신문에 광고를 내서 일반인들에게 평판작업도 하고....
돈은 항상 부족하니, 잉글랜드 은행에 주식 투자를 해서 돈도 벌고,
그래도 돈이 없으면 대출을 받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꽤나 현실성이 있습니다
이런 액션들을 통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특허들을 시제품으로 개발하여
1851년에 있을 만국박람회에 출품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테마이고,
이런 테마도 게임내 액션으로 쌩뚱맞지 않게 잘 녹여내서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스런 테마구현 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 ★★★★☆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주사위 일꾼 배치 게임입니다
예전만 해도 주사위를 일꾼으로 쓰다니.. 꽤 신선한 느낌인걸 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주사위를 일꾼으로 사용하는 것은 로렌초, 마르코폴로, 펄서2849, 코임브라 등에서 꽤나 봐서 이제는 그리 신선한 느낌은 아니긴 하지만,
크리스탈 팰리스 만의 몇가지 독특한 변주가 있어서
꽤나 신선한 느낌이 들긴 하더군요
우선, 라운드의 첫 번째 단계로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주사위 일꾼들의 눈금을 직접 세팅합니다
처음 주어지는 주사위(일꾼)는 4명인데, (추후 6명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이 4개의 주사위 눈금을 원하는 대로 비밀리에 세팅하고
동시에 공개합니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다들 잘 아시겠지만
주사위 눈금이 높을수록 일꾼의 능력은 당연히 더 좋습니다
마폴에선 주사위를 굴려서 세팅하므로 운요소가 좀 더 강했다면, 크팰에선 직접 세팅함으로서 전략적 요소를 크게 증가시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무작정 높은 눈금을 세팅하게 되면
자금의 압박에 허덕이게 됩니다
코임브라처럼 주사위 눈금이 곧 비용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크리스탈 팰리스에서는 게임내내 돈(파운드)의 압박이 상당합니다
한마디로 꽤나 빡빡합니다
하지만, 타 게임처럼 돈이 없어서 액션을 못하는 그런 빡빡함은 아닙니다
돈이 부족한 상황에선 언제든 대출을 받을 수 있으므로
원한다면 하고싶은건 다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대출의 마이너스 점수가 꽤 크기 때문에,
적정한 선에서 타협해야 하는
그런 선택의 빡빡함이 꽤나 큽니다
플레이어들이 모두 자신의 주사위들을 공개했다면
공개한 주사위들의 눈금의 합 만큼
공급처에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급처에 돈을 가장 많이 지불한 사람(즉, 주사위 눈금의 합이 가장 높은 사람)이 해당 라운드의 선 플레이어가 됩니다
이 게임은 선이 시계방향으로 돌지 않습니다
매 라운드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한 사람이 선입니다
주사위 눈금의 합이 가장 낮은 사람은 신문 1개를 받습니다
일종의 위로금일까요? ^^;
(신문은 일종의 보조화폐로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합니다)
일꾼 배치 게임에서 선의 중요성은 모두가 다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액션을 가장 먼저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큰데요
게다가, 크팰에선 동일한 액션이라도,
어떤 칸은 보너스를 주고, 어떤 칸은 패널티를 주기 때문에
더욱더 부각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을 3번 정도 진행해보니,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하면서, 주사위 눈금을 세팅하는 게
꽤나 즐거운 스트레스이긴 했는데,
게다가 일종의 선을 잡는 경매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서
이러한 부분이 꽤나 신선했습니다
<전략성> ★★★★
유로 팬들도 어느정도 브레인 버닝을 시켜줄만큼 전략성은 꽤나 있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특허와 인물카드의 점수가 꽤 커서
이걸 둘 다 포기할 순 없을 것 같고
부수적으로, 초반에 일꾼을 늘린다든지, 소문트랙을 달린다든지 등의
세부적인 전략을 동반하여
특허나 인물 카드를 늘려나가는 것이 좋아 보였습니다
일꾼의 파워를 본인이 세팅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선 운적인 요소를 많이 줄였지만
아무래도 카드는 랜덤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어떤 카드가 나오느냐에 따라 운적인 요소가 크지 않겠냐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사실 또 펼쳐지는 카드에 따라 전략을 새로 수립하는 것 역시
리플레이성을 증가시켜주는 요소이므로
크게 마이너스 요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경매 게임을 잘 못하긴 하는데,
크팰에서도 마찬가지로
돈을 아껴쓰는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다가
몇 번 망했습니다
대출을 망설이지말고,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스타일이 좀 더 좋아보였습니다
<인터액션> ★★★★★
크팰에서 제가 가장 높이 사는 부분은
바로 인터액션 입니다
전략게임에서 인터액션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 싶겠지만서도
크팰에서는 꽤나 중요하면서도, 부드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우선 주사위 눈금의 합으로 선을 잡는 경매 요소에도
플레이어들간 인터액션이 녹아있습니다
이번 라운드에, 내가 가진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며 주사위 눈금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머리를 쥐어짜내는 즐거운 고민 속에서도
상대방이 주사위를 어떻게 세팅할까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또 얼만큼 높게 비딩을 해야 선을 잡을까 이런 부분 역시 즐거운 고민입니다
액션을 할 때도
이런 상황들이 꽤나 연출됩니다
상대방의 남은 주사위 눈금을 고려해가며
액션 칸에 주사위를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매 상황상황이 인터액션의 연속입니다
또한 특허카드를 시제품으로 만들거나, 인물카드를 모집하는 경우
카드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데,
카드 보너스에 항상 긍정적인 보너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카드는 긍정적인 요소 + 부정적인 요소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점수를 주고, 소문을 올려주는 대신 파운드를 지불해야 하거나
내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카드 장수 만큼 점수를 주는 대신 수입을 깎아야 하는 등의 요소입니다
크팰이 재밌는 것은
이러한 카드 보너스를 받을 때
대상을 본인 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긍정적인 요소만 있을 때야 당연히 본인을 대상으로 선택하면 되겠지만
대부분의 카드가 긍정 요소, 부정 요소가 혼재되어 있는 카드라,
나에게 적용했을 때의 유불리,
다른 플레이어에게 적용했을 때의 유불리를 따져서
꽤나 복합적으로 고민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꽤나 즐거운 고민을 안겨줍니다
특히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테포마처럼 "너 식물 8개 버려", "너 생산력 2개 까" 이런 크리티컬한 공격이 아니라
"너 3점 줄테니까, 5파운드 내", "너 소문 3개 올려줄테니까 수입 1개만 내려" 이런 부드러운 공격이라
공격에 명분이 있을 뿐더러, 상대방도 크게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일단 뭐라도 주니.....ㅎㅎ)
물론 5파운드 미만이 있는 상대에게 "3점을 주고, 5파운드 내는" 카드를 적용시켜
대출을 받게하여 마이너스 점수를 크게 먹임으로써
전략적으로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인원 수에 따른 재미> ★★★★☆
3인플, 4인플, 5인플을 딱 한 번씩 해보고 적는 것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크팰은 기본적으로 커다란 보드판이 있는 것이 아니라
8개의 액션들이 각각의 보드로 분리되어 있으며
인원수에 따라 해당하는 개별 보드를 가져와 배치해야 합니다
각 액션들은 동일하지만, 액션 칸수 등의 차이가 있어서
아무래도 이런 방식을 택한 듯 보입니다
우선 긱 베스트는 3~4인입니다
저 역시 이 점에 동의합니다
가장 게임 본연의 재미를 주는 인원수는 개인적으로는 4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략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운영을 하면서도
적절한 인터액션이 있어서 빡빡한 상황이 연출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3인은 인터액션이 조금 덜 빡빡한 반면, 자유도는 훨씬 커지는 느낌입니다
조금 여유롭게 플레이 하고 싶으신 분들은 3인을 추천합니다
5인은 아무래도 사람 수가 많다보니, 훨씬 더 빡빡해지고
플레이 시간이 길어짐으로 인한
체감 고통과 난이도가 상승합니다
다만 인터액션은 꽤나 즐겁습니다 그만큼 고민할 게 많거든요
2인은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무언가 훨씬 더 전략적인 상황들이 많이 연출될 듯 해보입니다
아무래도 3~5인보다는 상대방의 주사위 눈금을 통해
상대방의 액션 선택지를 좀 더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므로
바둑처럼 한수 한수 고민하는 재미가 있을 듯 합니다
2인은 안해보긴 했지만
개인적인 예상을 더해 평가해보자면 4>3>2>5 정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인원수별로 밸런스를 꽤 잘 맞춰놓은 게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름 하이브리드한 장점이 있습니다
<심미성> ★★★☆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므로
저의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엄청 뛰어난 디자인이다라는 생각은 들진 않지만,
그래도 호/불호 중에 고르자면 "호"인 편입니다
보드는 대부분 갈색, 회색 등의 어두운 느낌이긴 하지만
카드는 파란색, 빨간색으로 잘 부각되는 편입니다
게임 내 아이콘들이 게임 진행에 엄청 중요한 게임인데
상당히 잘 구현되어 있으며, 콤팩트하게 잘 압축해 놓은 느낌입니다
액션 칸이 8군데나 되어서
카드에 텍스트까지 많았다면 쫌 더 혼란스러우며, 플레이 시간 역시 길어졌을 텐데
이 모든 걸 아이콘으로 잘 정리해 놓아서 상당히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텍스트는 이름 밖에 없으며, 뒷면의 플레이버 텍스트는 어차피 게임 진행과는 상관 없는 부분입니다)
<리플레이성> ★★★☆
리플레이를 위한 요소도 꽤 많은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단 연구 타일, 소문 타일이 랜덤하게 깔리며, 카드 역시 어떤 카드가 나오느냐에 따라 전략적인 부분이 많이 달라지므로
게임 내 양상은 매번 똑같지는 않을 듯 보입니다
추가적으로, 플레이어가 어떤 국가보드를 가지고 게임을 하느냐에 따라 (국가마다 목표트랙의 목표가 다릅니다)
매 게임마다 다르게 플레이 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이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게 하진 않을 것 같으며, 약간의 변동만 줄 뿐이라는 점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종합> ★★★★
종합적으로는 꽤 만족스러운 게임이었습니다
일단 후기를 쓰기 위해 플레이 인원 별로 플레이 해본게 아니라,
실제로 재밌어서 주말에 3판이나 한 것이거든요
일단 가장 높게 사는 부분은
위에서도 밝혔지만
전략게임에 인터액션이 부드럽게 녹아있다는 점입니다
빡빡하고 브레인 버닝 하는 유로겜에 이렇게 인터액션을 잘 녹였다는 건 칭찬할만 합니다
디자이너는 처음 본 사람이긴 한데,
신예작가치곤 게임의 완성도가 훌륭합니다
룰북에 우베의 아이들(우베 콜렉션) 인장이 있긴 한데
우베 게임 느낌이라기 보단,
시모네 게임에 좀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로렌초를 정말 좋아하는데,
로렌초에서 느겼던 그런 호감을 이 게임에서도 느꼈습니다
로렌초나 코임브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성향에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상 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레이 사진 외 대부분 사진은 보드게임긱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