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스에 대한 뉴비의 첫인상
(이미지 출처 - bgg)
보드게임 취미를 제대로 접한지 6개월이 채 안되는 뉴비가 이번에 온마스를 해보고 근질거림을 참지 못해 감상을 남겨봅니다.
비딸작가, 비딸작가, 그동안 얘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저희 모임의 특징상 해당 작가의 게임을 접해볼 기회가 잘 없었습니다.
원체 빡빡한걸 별로 안좋아하기도 했고요. (자기 할거만 생각하느라 서로 대화가 줄어드는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게임이든 새로운 경험은 좋아하기에 기회가 되어 온마스를 하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후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비딸작가를 좋아하시거나, 온마스를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게임을 혹평을 하는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사온 게임이고, 같이 하고싶어 룰을 공부하고 알려주기 위해 노력 하셨을 것이고(특히나 온마스는 더욱)
또한 누군가에게는 가장 사랑스런 게임중 하나 일 수 있기 때문이죠. 몇판 못해보고 게임의 정수를 느끼지조차 못했다면 더더욱이요.
하지만 참지 못하고 이렇게 후기를 남기게 된 것은, 게임을 하는 내내 느껴지던 위화감과
그동안 해온 보드게임에 대한 인상이 전부 무너져 내린 것에 대한 쇼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온마스를 혹시나 해보지 않으신 분들이 계실까 먼저 게임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테라포밍마스와 유사하게 화성을 개척하는 류의 게임입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테포마는 플레이어가 기업체가 되어 자본과 이벤트들을 통해 화성을 사람이 살 수 있도록 개척하여
최종적으로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었을 때, 기업간 테라포밍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게임이라면
온마스는 아무것도 없는 화성에 궤도위성과 착륙기지만으로 시작하여 개척로봇 한대와 함께 아예 처음부터 일궈나가는
어렸을 적 '마스 패스파인더'와 같은 관련 다큐멘터리 등을 보신 분이라면 두근거림을 느끼실 수 있을 테마를 가진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떤 게임이냐고 해보지 않은 사람이 감상을 물었을 때 대답하기 정말 어려운 게임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러한점에서 몇가지 이유를 들어 혹평을 하고자 합니다.
첫번째로, 플레이어의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플레이어는 일꾼을 사용하여 궤도에서는 기술 연구와 개발, 그리고 자원 보급을
화성에서는 과학자를 영입하고 건물을 짓고 탐사를 하고 우주선을 만듭니다.
하지만 이 행동들은 궤도와 화성 두 사이드로 뚜렷하게 구분되어, 수송선이 넘어가는 차례에 탑승하지 않는다면 반대편 행동을 수행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플레이어는 한명의 개척자일까요? 그렇다기엔 일꾼컨트롤과 승점경쟁 부분이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플레이어는 이 모든걸 주관하는 기업체 또는 국가일까요? 그렇다기엔 궤도와 화성을 오가는 번거로운 절차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네명의 플레이어 (저희는 4인을 진행했습니다)는 각자 그저 색깔을 가진 무언가가 되어
궤도와 화성을 바쁘게 오가며 '승점이라는 무언가의 경쟁'을 해야합니다.
너무 테마게이머적 발상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스케일이 큰 보드게임의 경우
세팅의 번거로움과 플레이의 수고, 그리고 테마의 묵직함을 플레이어들에게 '납득' 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적이 직관적이지 않다면 여러명이서 시스템을 배우는 수고와 최적을 찾아가는 노력의 의욕을 일으키기 어렵고
테마라는 옷을 벗겨봤을 때, 게임이 끝나고 그동안의 플레이가 그저 숫자세기에 불과했다면 사실 말고도 더 깔끔하고 완성된 '점수따기 두뇌 경쟁'은 많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 게임의 종료 조건이 오히려 게임의 맥을 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3에서 시작하는 LSS 수치가 0에 도달하면 마지막 라운드를 진행하고 플레이어들은 각자 자신의 승점을 계산합니다.
잘못알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LSS란 생명유지장치를 뜻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즉 사람이 살 수 없는 화성에서 생명유지를 보조할 수 있는 한계 시간동안 최대한 효율적으로 화성을 개척하여 승점을 겨루라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LSS값이 내려가는 기준이 굉장히 모호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랜덤으로 깔린 보상 미션의 행동을 한도로 수행하거나, 자원 생산 건물을 종류별로 짓는다면 종료된다뇨.
그렇다면 보상행동을 수행하지 않거나 자원을 불균일하게 개발하면 생명유지는 무한히 된다는건가요?
어디까지나 '게임'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끝나야 하니까 종료조건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만,
플레이의 수고와 번거로운 잔룰들을 고려해보았을 때 종료조건을 만족시키는 과정이 직관적이지 않고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게임의 맥이 끊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익숙하지 않은 테마에 대한 게임의 배려심이 부족합니다.
게임을 몰입시킬 수 있는 요소는 다양하게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위에서 제시한 셋을 제외한다면
제가 테포마를 상대적으로 높게 치는 것은 카드들에 적혀있는 플레이버 텍스트들이
플레이를 하게 되는 불특정 다수에게는 이질적이게 느껴질 배경에 대해
정말 사소하지만 디테일로서 몰입감을 올려주는 배려심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온마스도 연구소 카드가 있고 일러스트가 깔끔하고 아이콘들이 명확하기는 하지만,
테마에 몰입시킬 요소라곤 우주인 모양의 플레이어, 우주선, 탐사로봇 미플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너네가 하는 것은 이런거야!' 라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게임을 '컨텐츠'가 아니라 '게임'으로서만 받아들인다면 사실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일 수는 있지만요.
(이미지 출처 - bgg)
먼저 말씀 드리자면, 저는 긱 신봉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순간부터 글을 쓰는 지금까지 제가 게임에 느낀 위화감과, 긱의 평가들을 통해 내린 결론은 (같이 한 사람들과 게임에 대해 평가하면 게임을 가져오신분이 불쾌하실 수 있으니까요)
비딸이라는 작가 특유 감성이 충만한 게임이였다. 그리고 난 이 작가의 다른 게임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겠구나 라는 점이였습니다.
흔히들 말하죠, 천재의 감성은 범인들은 쉽게 느끼질 못한다고.
물론 갤러리스트나 리스보아 칸반 등 비딸 작가는 이미 유명작들이 있고 그 특유의 감성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고평가가 되는 거겠죠?
저도 누군가 온마스를 또 하자고 하면 하긴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에 대해 신선한 경험도 좋았고,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은 게임' 이런건 아니니까요,
또 시스템을 즐기는 유로게임의 특성상 최적을 찾아가는 재미는 몇번 더 해봐야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때도, 게임을 게임으로서 즐기는 재미만을 느낄 뿐 그 특유의 감성에 찬사를 보내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을 보니 저희 룰마분이 말씀해주시지 않은 설정에 대한 디테일들이 있었네요!
덕분에 새로 알았으니 다시 할 때는 평가가 또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