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 해를 보내며 좋았던 게임들
저는 올해 친구따라 보드게임 모임에 입문하게 된 학생입니다.
그 전에는 카탄이나 카르카손 할리갈리 우노 정도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새로운 모임에 나가게 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참 좋으신 분들이라 좋은 취미도 찾고 작년 한해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작년 한 해를 회상하며 특히 인상깊었던 게임들 몇가지 감상을 남겨봅니다.
셀레스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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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들이 각자 돌아가며 비행선의 선장이 되어, 미지의 하늘섬들을 모험합니다.
선장이 된 플레이어는 다음 모험지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위기를 확인하고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여 해쳐나가거나, 선원들을 설득하여 도움을 받아 다음 모험지로 떠날 수 있는데요
선원이 된 플레이어들은 선장을 믿고 끝까지 따라가거나, 모험을 하지 않고 비행선에서 내려 마지막 여행지의 유물을 챙겨올 수도 있습니다.
출발지로부터 멀리 있는 유물일 수록 가치가 있고, 플레이어들이 모은 총 유물의 점수를 합하여 승부를 정하는 게임입니다.
사실 첫 모임은 가벼운 파티 게임들 위주로 돌아갔어서, 떠들썩한게 재미는 있었지만 시큰둥 했던 지라
모임에 나오지 말까 생각 했던 것을 잡아준 게임이라 애착이 있네요
흔히들 블러핑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전진하는 시스템이 승리를 위해 다른 사람을 밀어내는 악의적인 거짓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경쟁이라 느껴졌습니다.
정령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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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플레이어들은 섬을 지키는 정령이 되어, 자신들을 숭배하는 원주민들과 힘을 합쳐 오염과 파괴를 일삼는 침략자들을 내쫓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어떻게 보면 셀레스티아와는 정 반대에 있는 게임이 아닐까 싶은데요,
셀레스티아가 협력에 기반을 둔 이기적인 블러핑 게임이라면,
정령섬은 각자가 침략자들을 상대로 자신이 지켜야 할 영역을 최대한으로 지키면서
간간히 남는 아주 작은 짬을 이용하여 침략자를 쫓아내는 공동의 목적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는 어떤 의미로는 바람직한 협력의 최고봉이라 생각합니다.
각 정령들은 특성과 사용할 수 있는 능력들이 다 다른데요,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파악하여 할 수 있는 역할을 해 내고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정령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또 다른 정령들이 할 수 없는 것을 자신이 도와주고
비록 플레이어 인원이 늘어나면 난이도가 높아지는 게임이라지만, 그것이 짐이 아니라 재미라 생각한다면 또 다른 기쁨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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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들은 각자 호드와 얼라이언스를 대표하는 용사들이 되어, 직업을 정하고 퀘스트를 깨면서 레벨업을 통해 각자의 캐릭터를 육성하여
아제로스를 위협하는 월드 보스를 먼저 처치하거나, 최후의 전투에서 각 진영을 승리로 이끄는 게임입니다.
보드게임 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이기도 한 게임입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미니어쳐 게임에의 동경이 있었어서 2004년 다이브다이스 펀딩에 참여했었는데요,
워낙 무겁기도 무겁고, 주변에 보드게임을 하느니 차라리 본게임을 한다는 사람이 많아 한번도 제대로 플레이 하지 못했던 게임입니다.
모임에 조금 익숙해질 무렵 다른분들에게 가져와서 해도 될까 요청했었는데요
결과는 대성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만 재밌었던 걸지도)
한글화 작업을 처음 진행한 게임이기도 하고, 플탐이 5시간이 넘었던 지라 이거 하나만 돌린데다가, 첫플이라 에러플도 많았지만
퀘스트를 깨고 레벨업을 하여 전용 특성들을 맞추고 스킬트리를 고민하고 아이템을 세팅하며 '나만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 만큼은
여태까지 해본 다른 보드게임들에서는 맛볼 수 없는 개성을 갖고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일정 턴이 지날 때 마다, 월드 이벤트가 발생하여 플레이어 양측 진영간의 다툼을 유도한다는 점 또한 재밌었는데요,
다만 확장이 포함되지 않은 기본 판이라 플레이어들을 방해하는 몬스터들을 잡아도 아무런 보상을 얻을 수 없는 등 짜증나게 하는 요소들이 있긴 했습니다.
저는 와우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해보셨던 분의 소감으로는 그 때의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재미가 더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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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들은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를 거치는 동안 선택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게임인데요,
재미가 있었다기 보단, '아! 이런 가슴아픈 게임도 있구나' 라는 충격이 커서 후기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너드로 시작하여, 청년기에는 지식을 쌓고 보드게임 취미를 가진채로 중년기에 들어서자 제 능력을 요하는 직업이 슬프게도 존재하지 않았고
스탠딩 코미디언이라는 일용직을 통해 근근히 돈을 벌며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기 위해 지식을 요하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이른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이야기입니다)
결혼을 일찍 한 탓에, 개인 시간이 부족해지고 일만 하면서 겨우 겨우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가정을 유지하여 노년기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다른 플레이어 분들은 능력을 꾸준히 쌓아 중년기에 커리어를 쌓고 직업을 업그레이드 하여 CEO가 되어 여자친구들을 갈아치우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노년기에 다다르자, 저는 시간도 부족하고 더이상 일도 못하며 돈도 없어 쌓여있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여유조차 없어 단명하게되었습니다.
그런데 승점을 계산해봤더니 CEO까지 나가고 중년기에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던 분들은 결혼을 하지 못해 높은 승점을 쌓지 못하였고 꼴지를 하게 되었더라고요
저는 결혼을 일찍 한 탓에 변변찮은 선택도 못하고 단명했지만, 결혼 상태가 주는 지속적인 승점 보너스 덕에 2등을 하였고요.
어떤가요? 글만 읽어도 숨이 턱 막히지 않나요?
박스 표지에는 살고싶은 삶을 살라고 하지만, 결국 자기 능력 내에서 보드에 나와있는 취미와 직업 여가들을 선택해야 하는데
승점을 위해 사는 방식은 정해져있고, 그러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인생은 패배자 취급 당하는 느낌이 어느정도 들더군요.
게임이 주는 재미에 대해서 다른 분들이 느끼시는 점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하면서 이렇게 가슴이 아픈 게임은 처음이라...
디스워오브마인도 이런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광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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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나가기 시작하면서 제가 처음으로 구입한 게임이라 다른 게임들과 같은 라인에 두기는 부끄럽지만 후기를 올려봅니다.
표지와 컴포가 이쁜 게임으로 유명한 광합성입니다.
육각형 모양의 보드에 매 라운드마다 모서리에 위치한 태양의 방향이 바뀌는데요, 태양이 한바퀴를 돌면 1년이 지나고, 총 3년동안
자신의 나무를 심고 나무들이 벌어온 광합성 포인트를 이용해 씨앗을 뿌리거나 나무를 성장시켜
최종적으로는 큰 나무를 자연으로 되돌려서 승점을 얻는 게임입니다.
다른 어떤 리뷰에서 본 글이 인상깊어서 남겨보자면
'컴포에 속지마라, 나무를 소재로 한 게임들은 전부 치열하고 잔혹하다'
태양의 위치가 바뀔 때마다 세워진 나무를 통해서 그림자가 지는 방향이 바뀌고 플레이어들간의 광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각자 나무의 배치와 설계가 깨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저희 모임에서는 추상전략 게임은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할게 없을 때 계속 돌리게 되는 평이 괜찮은 게임입니다.
더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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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라운드마다 1부터 100까지 쓰여있는 숫자 카드를 각 플레이어에게 라운드 수 만큼 카드를 배분하여 오름차순으로 쌓는 협력게임입니다.
게임의 특징이라면, 서로 말을 하면 안된다는 점인데요
처음 룰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게 뭐냐, 그럼 그냥 눈치 운빨게임 아냐?" 라고 반문하지만
저는 이 게임을 하면서 처음 느꼈던 것이, '컴포넌트에는 담기지 않는 서로에 대한 기다림과 침묵, 믿음마저 게임의 요소가 될 수 있구나' 라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령섬이 '보이는 요소의 협력'의 극한이라고 한다면, 더마인드는 '보이지 않는 요소의 협력'의 극한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비록 대부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술게임 대신 가볍게 돌리기 위해서 사용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침묵' 이라는 룰을 지킨 것은 아니였지만
언젠가 이 게임을 통해 저와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위대한 광기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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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저는 협력게임을 좋아하는 것도 같네요,
각자 마법학교의 학생이 되어 자신의 능력과 다른 학생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하에 봉인된 금서에서 튀어나온 괴물들을 봉인하는 게임
위대한 광기의 서 입니다.
이 게임은 각 플레이어가 각자 한번씩 행동 할 기회를 주지도 않은 채 실시간으로 플레이어들을 괴롭히는데요,
플레이어들은 튀어나온 몬스터를 봉인의 절차를 밟기 위해 특정 카드를 사용해야 하고
만약 그 해당 플레이어가 턴 내에 자신의 패와 능력 만으로 다가오는 저주를 봉인하지 못한다면 모든 플레이어들은 괴물의 저주를 받아 패널티를 얻게 됩니다.
물론 플레이어들은 승리를 위해 모든 괴물들의 봉인절차를 모두 밟을 필요는 없고 마지막 괴물만 봉인하는데 성공하면 되지만
완전봉인하지 못한 괴물들은 플레이어들에게 패널티를 남겨주게 됩니다. 물론 완전봉인에 성공한다면 학생들은 능력을 얻을 수 있지만요.
보스 레이드형 협력 게임은 종종 있는 것 같지만, 플레이어측에게 충분한 턴을 주지도 않은채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임 방식이 인상깊었습니다.
저주를 봉인하지 못하는 캐릭터들은 자신의 덱을 키우거나, 능력을 키우거나, 다음 사람이 봉인할 수 있도록 공용 카드를 남겨주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는데요
끊임없이 요구되는 선택의 기로 속에서 서로가 처한 상황에 각자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협력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였습니다.
적룡객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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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게임들과는 조금 색다른 게임 적룡객잔입니다.
플레이어들은 갓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모험가 파티가 되어 술집에서 회포를 풀며 서로를 엿먹이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도박을 하거나 각자의 행동을 하나씩 하는데요,
마법사는 마술을 보여주며 관람료를 받아낸다던지, 사제는 신의 이름으로 세금을 걷는다던지, 도적은 일행이 취한 틈을 타서 지갑을 터는 등
개성 넘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행동이 끝난 후에는 자신의 테이블에 놓인 술을 전부 마시고, 지목하는 사람에게 술을 삽니다.
서로의 떨어지는 체력과 올라가는 취기가 만나게 되거나 빈털털이가 되면 패배하게 되는 게임입니다.
가져오신분의 말씀을 빌리자면, "역할극을 잘하고 친한 사람들이랑 할 수록 재밌는 게임" 이라고 하네요.
전사가 취한척 등짝을 때리면서 일행의 체력을 뺏거나 마법사가 마법으로 사기 도박을 하고 사제가 신의 이름으로 밑장빼기를 심판하는 등
캐릭터들의 개성이 그대로 카드에 드러나 승패와 상관없이 매우 유쾌한 게임이였습니다.
드래곤 퀘스트 던전 R
(표지 사진이 없어 플레이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보드게임 좋아하시는 동네 사장님이랑 알게 되어, 추천해주셔 같이 해본 게임 드래곤퀘스트 던전 R입니다
양 플레이어는 벽과 몬스터를 배치하여 자신만의 던전을 만들어서 공주를 구하고 장비를 찾아 마왕을 처치하는 게임입니다.
룰은 심플! 서로의 던전의 입구를 탐험하는 용사가 되는데요, 서로 입구의 좌표를 알려주고 자신의 차례 때 좌표를 하나씩 불러 벽에 부딫힐 때 까지 진행합니다.
몬스터를 만나면 주사위를 굴려서 전투를 결정짓고요, 패배하면 상대 턴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단순하지만, 던전 탐험 장르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몰입도만 따지면 올해 최고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비어있는 지도에서부터 시작하여 한걸음씩 내딛으며 지도를 완성시켜서 목표를 찾아가는 방식이 정말 짜릿했는데요
서로의 악랄한 던전구조를 파악하며 인성을 확인해가는 과정이 매우 유쾌했습니다.
사실 글을 남기자 생각했을 때 딱 떠올랐던 게임들을 나열한 거라
이 글이 재미의 가이드라인이 되지는 못할거라 생각합니다.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다양한 게임을 해보지 못한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새로운 것들을 소개해주신 여러 사람들 덕분에 행복한 기억을 얻게 된 만큼
이 행복한 기분을 조금이나마 다른 분들께 나눠드리고 싶어서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