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황투, 간략 후기 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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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8 12:22

오랜만에 황투 하려니 룰 후덜덜 다 까먹은 황투. 전기 냉전만 테플로 돌려봤는데 서유럽, 동유럽에 영향력 7/6도 안놓고 시작 ㅋ 그래서 룰북이랑 FAQ다시 읽으면서 숫자나 규칙에 관해 헷갈리기 쉬운 것만 골라서 아내에게 간단히 가르쳐 주고 다시 한게임 붙었습니다. 꼭 알아야만 게임이 진행되는 것들을 한장 요약으로 만들었어요. 이놈의 되도 안한 자료 만드는 병은.... 암튼 그제 하다 덮고 어제 이어서 붙었지요.

( 한장 요약 자료 다운로드 : hwp 자료, pdf 자료 )

초기 냉전에 서로 전략이랄 게 별로 없었지만, 아내는 중동 카드 안들고 있다고 뻥친 다음에 (뻔히 눈에 보이긴 했지만), 중동으로 점수 획득. 그리고 그 다음 셔플 때 다시 중동 승점 카드를 뽑아가지고, 뻘겋게 된 중동 판으로 또다시 점수 획득 ;; 여기서 밀리기 시작한 거죠. 유럽에서는 밀렸지만, 아시아에서 이긴 고로 그건 셈셈이었거든요. 그런 식으로 승점이 소련 쪽으로 10점 정도로 이동한 상태로 초기 냉전이 끝납니다.

4 시대 턴이 되었을 때, 이상하게 제가 시도하면 3OP짜리를 들고 쿠데타 성공해도 실패.. 아내가 하면 2OP짜리로도 2번 연속 크게 성공. 특히 파나마 쪽인가가 한방에 뒤집어진 게 컸네요. 그쪽에 제 세력이 없다 보니까 멕시코부터 느릿느릿 밀고 내려가야 하는 지경. 하지만 중미와 아프리카 승점 카드가 들어왔네요? 여기서 뭔가 해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미 남미는 시뻘겋게 변해 있고, 아내는 전장국가만 야금야금 먹은 지라 데프콘 레벨 2에서 쿠데타도 더 못 일으키고.

제가 노라드 카드를 깔아놓은 상태에서 시대 턴 종료마다 1영향력 꽁으로 먹으려고 일부러 데프콘 레벨2로 유도한 탓도 있지만, 아내가 거침없이 쿠데타 성공 시킨 탓도 있지요. 아무튼 데프콘 제한에 걸려 일반국가가 없어서 쿠데타도 시도할 수 없으니 남미로 통하는 길이 하나도 없게 된 상태에서 아내가 남미의 전장국가를 모두 장악한 겁니다 ( 지역 control 상태). 그리고 아내는 그 즉시 남미 승점 카드를 내놓더라구요. 헐... 점수 세보니 10VP를 먹었네요. 그 즉시 소련 20VP에 도달하여 겜은 5시대 턴에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중간에 아내가 남한을 먹고 싶다며 영향력을 집어 넣었는데 그게 다 남미에서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페이크였어요...

5승점 단박에 먹을 수 있는 카드가 있었는데 저한테도 중미와 아프리카 승점 카드가 들어 오는 바람에 지역 먹을 생각 하다가... 5시대 턴에는 아내가 브레즈네프 독트린을 깔고 시작하는 바람에 아내가 액션 라운드마다 OP 1씩 더 행사한 것도 나름 크다면 컸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자면 자승자박의 한판이었요. 암튼 오랜만에 황투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황투는 계산하고 생각할 게 많아서 정말 즐거운 것 같습니다. 5시대 턴까지 3시간 쯤 걸린 듯 하네요. 이틀 연속 2시간+1시간으로 게임 끝. 울 아내가 평소 하는 거 보면 곰인데, 게임할 땐 여우 같은 면이 있어서 깜짝 깜짝 놀란다니까요.

다음 사진은 테스트 플레이에서 전기 냉전이 끝난 사진입니다. 아이폰으로 찍은 거라 화질은 ㄷㄷㄷㄷ. 유럽에 영향력 13이나 안놓고 시작해서 뭔가 횡하죠 ㅎㅎ 붉은 오각형의 파나마를 한번 전복 당하고 나니 남미 수복이 정말 힘들더군요. 다음에는 3시대 턴에는 다른 곳으로 뻗어나갈 교두보를 잘 만들어 놔야겠어요 ;;

이 게임을 하면 항상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상대편에게 이로운 카드를 내가 내야 하는 초조함이라는 것 외에도 세계 역사를 다시 조망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 (저는 나름 역사 덕후로서 역사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려서는 동양 고대사, 대학때는 서양 고대사, 최근엔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 유럽과 미국의 근현대사 위주로 읽었어요.) 세계를 내 손 안에 주무르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는 겁니다. 정말 스케일 크고 테마가 잘 살아 있는 게임으로 할 때마다 극찬하게 됩니다. 내가 이좋은 게임을 놔두고 왜 다른 게임에 진을 빼고 있었을까 하는 후회마저 드는...

오늘의 플레이 교훈

1. `지역 교두보` 뺏기면 끝장.

2. 3 시대 턴에는 중기 냉전을 대비하자.

2. `노라드`로 너무 재미 볼 생각하지 말자.

4. 상대에게 10점 이상 주면 한방에 골로 갈 수 있다.

5. 브레즈네프 개새끼(?!)

제가 오랜만에 보드게임 국면을 주도하니 아내는 가장 하고 싶은 게임으로 `세키가하라`를 꼽는 군요. 그 다음이 도미니언. 물론 황투도 무척 좋아하고요. 황투 질릴 때까지 하다가 다음 게임은 세키가하라 하기로 합의 봤습니다. 추석에 대체 휴일도 있고 하니 우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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