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인티드 그레일 : 폴오브아발론 튜토리얼+1회플 후기
안녕하세요
킥스타터를 통해 후원한 테인티드 그레일 : 폴오브아발론 본판을 2주 전 정도에 받아서 1인플 튜토리얼 + 2인플 4시간 정도 플레이 해본 후기를 간략히 적어보고자 합니다.
얼마전 한글판 선주문으로 크게 화제가 되었던 게임인데, 기다리시는 동안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스토리상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일부 게임 요소에 대한 설명이 있으므로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게임 사진도 몇 장 찍었으나
맵 사진 자체가 스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사진은 따로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1. 게임 진행
각 플레이어는 4명의 캐릭터 (+ 킥스 애드온 추가 캐릭터 1명) 중 하나를 선택하여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각 캐릭터는 고유 카드 및 캐릭터 액션이 있고, 각자 하나씩의 결점이 존재합니다.
능력치는 전투와 관련된 능력치 3개, 외교와 관련된 능력치 3개가 있고 마찬가지로 각 캐릭터마다 초기 능력치는 다르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낮 시간 동안 플레이어들은 서로 협동하여 맵을 이동하면서 탐험하고, 자원을 모아서 아이템을 구매하고, 맵 각처에 흩어져있는 멘히르에 불을 밝혀야 합니다. 플레이어가 이동할 수 있는 구역은
멘히르가 수호하는 지역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새로운 맵을 탐험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수급하여 멘히르의 불을 밝혀주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모든 맵 지형에는 각 지형에 해당되는 저널 항목이 존재하며, 새로운 맵 지형에 방문하면 탐험을 통해 해당 지역의 저널 항목을 읽고 스토리를 진행해나갈 수 있습니다. 저널은 게임북 처럼 구성되어 있으며
수많은 선택과 분기점이 존재합니다. 별도 제공되는 세이브 시트에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체크해두면, 해당 내용이 추후 게임 진행에 반영되는 방식입니다.
(아직 초반 4시간 정도만 플레이해보았기 때문에 초반의 선택이 엔딩 자체에 변화를 가져오는지, 아니면 정해진 엔딩이 있지만 진행 방식이 다양한 것인지 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맵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메인 몬스터라고 할수있는 가디언을 비롯하여 다양한 적대 몬스터 / 인물과 조우하게 됩니다. 전투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전투덱에서 카드를 뽑아 전투를 진행하지만,
외교로 풀 수 있는 상황에서는 외교덱에서 카드를 뽑아 상대방 설득을 시도하게 됩니다. 전투나 외교에 승리하면 보상과 루팅을 얻을 수 있으며, 보상은 참여 파티원 전원에게 주어지지만 루팅은 파티원끼리 적절히 분배해야 합니다.
게임 진행의 큰 줄기는 매 챕터마다 주어지는 퀘스트를 통해 진행되지만, 스토리 진행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일거리 (Task) 과 마주하게 됩니다. 시간과 자원이 촉박한 상황에서 주어진 일거리를 해결할지는 온전히 플레이어의 선택이지만, 해결 시에는 스토리 진행에 도움이 되는 보상을 얻을 수도 있는 듯 합니다.
메인 퀘스트 진행은 아컴카드와 유사하게 일정 시점이 되면 메인 퀘스트 카드를 오픈해서 해당 내용을 읽고 진행하도록 되어있는데, 특색이 있는 방식은 아니지만 메인 퀘스트와 랜덤 이벤트가 잘 어울러져 있는 짜임새가 좋은 방식입니다.
2. 첫인상
최근까지 7대륙을 플레이해서 그럴수도 있지만, 7대륙과 흡사하면서도 전투와 서사적인 측면을 보강한 듯한 느낌의 게임이었습니다. 7대륙은 사실 서사적인 측면은 별로 없고, 탐험과 퍼즐 풀기를 중점으로
게임이 진행되지만, 테인티드 그레일은 스토리 진행이 주를 이루는 게임입니다.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고 맵을 탐험하다 보면 약간 과장을 보태서 마치 실제로 아더왕의 시대로 들어가서 모험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장점
1) 테마와 몰입도
아마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테마가 이 게임의 제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스토리 초반부터 해당 테마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다수 존재하기에 해당 테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흠뻑 빠져서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대로 메인 퀘스트 진행을 통해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게임 초반 답게 모험을 떠난다는 느낌이 물씬 들 수 있도록 퀘스트를 잘 구성해두었습니다.
게임 컴포넌트와 아트웍 또한 몰입도를 증가시킬 수 있도록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특히 메탈 코인은 무조건 필수라고 생각될 정도로 몰입도를 크게 증가시킵니다. (다이얼을 한칸씩 돌릴때 딸각 거리는 손맛이 아주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피규어 확장인 몬스터 오브 아발론 확장 또한 몰입도를 위해 필수라고 생각되는데, 이는 단점에서 다시 한번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긱이나 어웨이큰렐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후기들을 보면 스토리에 대한 극찬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아직 초반이라 확인할 수 없으니 이런 의견이 있다 정도로 넘어가겠습니다.
2) 단순하지만 전략적인 전투
기존에 출시된 몇몇 RPG 보드게임들이 주사위를 사용한 전투를 채용해왔지만, 주사위의 운적인 측면으로 인해 주사위를 사용한 전투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주사위를 사용한 전투는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주사위 없이 카드로만 만들어 놓아도 속칭 드로우빨에 의한 전투가 되버릴 가능성도 있는데, 테인티드 그레일의 전투는 이런 운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한 전략적인 전투 방식을 제공합니다.
카드를 뽑아서 내려놓는 방식은 동일하지만, 각 카드마다 5개의 아이콘 (능력치 아이콘 3개, 마법 아이콘 1개, 보너스 아이콘 1개) 들이 있어서 해당 아이콘들을 잘 연결시켜 콤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아무리 데미지가 높은 카드를 뽑았다고 해도 앞에 내려놓은 카드 또는 몬스터 카드와 해당 아이콘이 일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데미지가 낮은 카드라도 핸드의 카드들을 잘 조합시켜서 데미지를 극대화시키는 콤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각 카드마다 고유 능력이 있어서 내려놓으면 발동시킬 수도 있지만, 추가 데미지를 위해 추가 카드를 내려놓는 순간 기존 카드를 덮어씌우게 되어 기존 카드의 능력 또한 같이 없어지게 됩니다.
결국 핸드에 있는 카드를 지금 추가로 내려놓아서 추가 데미지를 입힐 지, 다음턴 콤보를 위해 핸드를 아낄 지, 카드 고유 능력을 어떻게 발동시킬지 등 매 턴 고민에 빠지게 되며,
몬스터 공격시에도 공격 효과로 인해 깔린 카드가 바뀌게 될 수도 있기에 이에 따른 영향 까지도 계산해서 카드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렇게 글로만 써놓으면 어려워 보이지만 튜토리얼 전투 한번만 거치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 룰 자체는 단순합니다. 전투 상황이 되면 매번 죽음의 압박으로 인해 고통스럽지만, 전투 자체는 매우 즐거운 아이러니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3) 리플레이성
앞서 언급한 대로 게임북 저널을 통해 수많은 선택지와 분기점을 제공하기에, 거의 새로운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원과 시간은 매우 제한되어 있기에 초회차에 맵 상 모든 항목을 탐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2회차에는 새로운 캐릭터로 진행하면서 다른 분기점으로 진행한다면 RPG 게임이지만 어느정도 리플레이성도 보장될 것 같습니다.
4. 단점
1) 빡빡한 자원 관리
친구와 2인플을 진행하면서 둘이서 농담삼아 이거 완전 아그리콜라네.. 라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아그리콜라 하면 많은 분들이 가족구성원 늘리기.. 를 떠올리 실 수도 있지만, 밥먹이기의 고통을 떠올리시는
분도 다수 있을텐데, 이 게임도 마찬가지로 밥먹이기 압박이 존재합니다. 매일 하루 일과를 끝내고 밤이 되면 밥을 먹어야 체력이 일부 회복되고 정신도 좀 돌아오고 기운도 가득차고 하는데, 만약 밥을 먹이지 못하면 체력도 회복되지 않고 정신도 미쳐가는 그대로고 기운도 풀로 회복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불완전한 상태로 다음날 일과를 시작해야 하고,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어 활동이 제한되는..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게 됩니다. 하지만 맵 상에서 식량을 수급할 수 있는 장소는 제한되어 있어서 스토리 진행하다 말고 뒤로 돌아가서 식량을 구해오고나.. 하루종일 토끼 사냥 하면서 식량 수급하는 일도 발생하게 됩니다.
황폐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서바이벌 적인 요소를 돌입해서 몰입도를 증가시킨다는 건 좋은 측면이지만.. 초반에는 너무 밥먹이기에 허덕이게 되서, 이게 진짜 아그리콜라 인지 테인티드인지 헷갈리는 상황도 여럿 연출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대로 맵을 밝히기 위해서는 멘히르에 불을 밝혀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자원이 소모됩니다. 에너지, 마법, 돈, 명성 심지어 식량 까지 필요한 자원은 매 맵에 있는 멘히르 마다 다른데, 내가 먹을 식량도 없는 마당에 멘히르에 바칠(?) 식량까지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정말 눈앞이 캄캄하게 됩니다..마치 유로게임과 같은 자원 관리를 도입한 것도 테인티드의 큰 특징 중에 하나지만, 적어도 제 생각에는 이러한 자원 압박이 초반에 너무 크게 다가와서 스토리 진행은 뒷전으로 하고 자원 수급에 연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어렵고 보상이 적은 전투
앞서 언급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투 난이도 자체는 상당히 높습니다.. 물론 처음이라 그럴수도 있지만 실제 플레이 하면서 상대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던 몬스터는 튜토리얼 몹인 토끼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상은 들어간 비용 (깍이는 체력..에너지.. 미쳐가는 멘탈..) 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 나중에는 적 만나면 한 대 맞고 도망가기 급급했었습니다..
처음이라 파밍도 제대로 못하고, 카드 이해도 잘 못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보상은 확실히 짜다는 느낌입니다..
3) 주사위로 인한 이벤트 성공 여부
전투에는 주사위빨이 없지만, 아쉽게도 이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사위가 등장합니다.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수치에 일부 능력치 보정을 해서 나온 수치를 가지고 이벤트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방식인데, 문제는 주사위 굴림에 실패할 경우 해당 이벤트에 다시 도전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 게임 진행 자체가 주사위 수치에 크게 의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다른 루트를 통해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잘못된 주사위 굴림 하나 때문에 또 자원과 시간을 투자해가면서 다른 경로를 찾아야만 하고..만약 그 과정에서 캐릭터가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심한 경우엔
게임을 접게될 정도로 내상을 입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4) 다소 긴 다운타임
이런 종류의 게임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2인플임에도 불구하고 다운타임이 제법 느껴졌습니다. 특히 탐험을 진행할 경우에는 활성 플레이어가 저널을 읽으면서 진행해야 되는데, 저희는 다행히 각자 게임이 있어서 서로 가져온 저널을 동시에 읽으면서 진행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한 명이 저널을 읽고있을때 다른 사람은 해당 내용을 전해듣거나 멍하기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문이 짧은 편도 아니고 매 번 읽어야 할 양도 많기 때문에..)
전투도 룰은 간단하지만, 전투가 길어지면 5분 이상도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다운 타임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최대 2인플 정도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5) 본판만으로는 아쉬울 수도 있는 볼륨
한글판 선주문 하신 분들에게는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분기점을 통해 리플레이성을 제공한다고는 해도 깔리는 맵 자체는 정해져 있습니다. 해당 맵의 저널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면, 탐험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 게임에서 필연적으로 흥미 요소가 다소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몬스터 피규어 확장 또한 거의 필수인데, 왜냐하면 맵 타일 자체가 카드이고 텍스트를 많이 담고 있는데 여기에 몬스터 피규어 대신 또 한 장의 카드를 올려서 몬스터를 표시한다면 가독성이 크게 떨어지고 플레이에 불편을 초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한글판 기준으로 20만원 넘는 돈을 투자해서 본판을 진행해야 되는데.. 솔직히 저라면 이 금액에 충분한 볼륨이라고.. 선뜻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6) 언어 압박!
한글판 주문하신 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지만.. 왠만한 책 한권 분량의 저널 때문에 언어 압박이 넘치고, 읽어야 할 텍스트가 너무도 많습니다. 게임하면서 지문 읽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분이라면
아마 이 게임 진행하시는 데 큰 애로사항을 겪으실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