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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의 지적재산권에 관해 (1) 법률적 측면

12,053 조회

2017.05.14 02:06

보드게임의 저작권 이야기가 종종 나와서 관련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서술하나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다른 분들의 판단과 토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일단 저작권보다는 지적재산권 일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지적재산권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그중 하나가 저작재산권입니다.

저작인격권은 재산권이 아니므로 논의에서 제외하겠습니다.

===============

<법률적 측면>

먼저 스캔, 핸드메이드, 리테마, 한글화 등의 법률적인 사항을 보겠습니다.

도덕적인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라 순전히 위법성 여부만 따진 것입니다.

"합법은 옳고, 위법은 나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다만 실제 법의 집행(수사/기소/처벌)과 사법(재판)은 매우 복잡한 문제이므로

일부 내용은 구체적인 행위과 상황, 관할 국가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으며

위법성의 소지와 처벌의 가능성, 형벌의 정도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0. 용어의 정의

규칙: 게임의 목적, 진행 방법, 구성물의 목록 등 플레이에 필요한 모든 무형의 요소를 통칭한 것

테마: 게임의 규칙을 제외한 모든 유/무형의 요소 (캐릭터, 스토리, 이미지, 구성물의 형태 등)

스캔: 게임 구성물의 일부 혹은 전부를 시각적으로 복제하는 것 혹은 그 결과물 (파일 및 제작물)

핸드메이드: 게임 구성물의 일부 혹은 전부를 물리적으로 복제하는 것 혹은 그 결과물 (제작물)

리테마: 게임의 규칙을 제외한 모든 유/무형의 요소를 바꾸는 것 혹은 그 결과물 (파일 및 제작물)

한글화: 게임의 텍스트 일부 혹은 전부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 혹은 그 결과물 (파일 및 제작물)

1. 저작권

우선 보드게임의 "규칙" 자체는 저작권 인정 대상이 아닙니다.

표현과 아이디어의 엄격한 구분은 저작권법의 주요 원칙입니다.

표현되지 않은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한편 보드와 카드의 이미지는 미술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고

규칙을 서술한 룰북(규칙서)은 어문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드, 카드, 룰북을 스캔하여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습니다.

저작권에도 예술성, 창작성 등의 요건이 있어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게임 일러스트는 보통 아티스트의 창작물이므로 저작권 인정의 소지가 많습니다.

역사적인 사진 등 저작권이 제3자에게 있는 경우는 그쪽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게임을 완전히 "리테마" 하여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닙니다.

물론 다른 저작물을 리테마에 사용한 것은 그쪽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됩니다.

(예) 러브레터의 배트맨 리테마를 하면서 배트맨 만화책의 이미지를 도용한 경우

리테마의 경우 대량생산을 하든 배포/판매를 하든 "저작권 침해"는 아닙니다.

하지만 리테마도 저작권이 아닌 다른 이유로 위법의 소지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특허권", "부정경쟁방지법"을 참고하세요.

1-1. 면책

게임을 스캔, 핸드메이드 해서 이익을 취하는 것은 당연히 저작권 침해입니다.

다만 (1) 공표된 저작물을 (2) 비영리로 (3)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면책 사유가 됩니다.

따라서 핸드메이드를 "개인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적이용"의 기준은 어느 정도 자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저작권 면책의 여부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많이 다릅니다.

참고로 한국의 저작권법은 "사적이용"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

비영리라 할지라도 스캔, 핸드메이드의 배포/판매는 위법입니다.

이윤을 남기지 않든, 밑지고 팔든, 공짜로 주든 무관합니다.

정품 구입 인증을 한 사람에게만 배포하는 것도 위법입니다.

다만 그것이 반드시 보드게임 디자이너(작가)의 허락은 아닙니다.

이미지, 룰북의 저작권이 아티스트나 제작사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1-2. 2차 저작물

보드, 카드, 룰북 등을 한글화한 것은 번역/제작자의 저작물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원저작자의 저작권은 인정됩니다.

따라서 한글화의 배포/판매는 위법의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카드의 효과를 설명하는 단순 지시문은 예술성,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게임의 테마를 표현한 텍스트도 몇 단어나 짧은 문장은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테마 요소가 없는 (부분)한글화의 배포/판매는 위법의 소지가 적습니다.

한편 게임 규칙은 아이디어지만 그것을 서술한 텍스트는 표현물입니다.

룰북에 있는 이미지나 룰북의 도판도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룰북 한글화의 배포/판매는 위법의 소지가 많습니다.

2. 특허권

게임 규칙과 같은 아이디어에도 특허권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게임 회사가 게임 규칙의 특허를 출원/등록합니다.

다만 특허권은 특허를 출원하여 "등록"된 경우에 한해 인정됩니다.

게임의 경우 "방법"(규칙)의 "실시"(플레이)에만 사용하는 물건의

생산/양도/대여/수입 등을 "업으로" 하는 것을 특허권 침해로 봅니다.

따라서 리테마도 다량 제작/배포/판매는 특허권 침해의 소지가 많습니다.

일꾼놓기, 덱빌딩 같은 단순 메카닉에는 특허가 잘 인정되지 않지만

그것을 조합하여 만든 시스템/규칙에는 특허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메카닉이라도 특수한 장치를 사용한 것은 특허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게임에서 착안한 자작게임의 창작도 특허권 침해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것과 너무 비슷하지만 않으면 원칙적으로 별개의 발명으로 인정됩니다.

같은 메카닉을 사용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차이를 두면 특허권 침해가 아닐 수 있습니다.

특허권은 선출원주의 원칙에 따라 발명자가 아닌 최초 출원자에게 있습니다.

아직 특허가 없는 미공개 게임의 규칙을 제3자가 특허 출원/등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출원/등록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개인 창작자가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참고로 저작권의 경우 특허처럼 등록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등록, 표시 여부와 무관하게 저작권은 창작한 순간부터 인정됩니다.

3. 상표권

상표권도 특허권과 마찬가지로 출원/등록된 것에 한해 인정됩니다.

게임의 제목이나 그 게임에서만 사용하는 고유한 용어 등은 상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목이나 용어가 동일 혹은 유사한 경우 상표권 침해 소지가 있습니다.

4. 부정경쟁방지법

이 법은 기본적으로 이른바 "짝퉁"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 논의와 관계된 것은 아래와 같은 행위를 금지하는 조문인데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침해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최근 일부 모바일 게임이 다른 게임의 규칙을 사실상 표절하여

저작권법상 무죄지만 부정경쟁방지법상 유죄가 나온 판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특허 등록이 없어도 리테마의 판매는 위법의 소지가 많습니다.

===============

너무 길어져서 도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어서 쓰려고 합니다.

이것은 제 주관이 많이 들어간 것이기에 별로 관심 없으실 것도 같습니다만

저도 이번 기회에 생각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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