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섬 주절주절
모두들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저는 쉰 파김치처럼 내내 늘어져 있던 추석이었습니다.
곧 발매되는 정령섬을 기념하며 뽐뿌를 넣기 위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정령섬을 플레이하면서 느낀 정령섬의 특징을 주절주절 써보았습니다.
(이미지는 보드게임긱에서 가져왔습니다.)
1. 새로운 테마 – X간이 미안해
정령섬은 아시다시피 정령이 되어 섬을 침략하는 인간들을 몰살하는 새로운 테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을 처음하면 이 테마만으로도 흠뻑 젖어 즐기게 됩니다.
불어나는 인간들에 시달리다 보면 어느새 X간, 닝겐, 바퀴벌레 등의 자기혐오를 입에 담으며 플레이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죠.
일러스트와 컴포넌트 역시 출중하여 테마에 몰입하는 것을 도와줍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그동안 인간들이 해온 못된 행동들을 반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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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 VS 다혀니(?)
2. 적정 인원 – 3인 최고! (주관적)
1인플 - 뒤에 언급하겠지만 정령섬은 모듈화가 잘 되어있어서 1인플로 하여도 정령섬의 거의 모든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을 때엔 1개의 정령으로 플레이하고 후에 익숙해진다면 2개 혹은 그 이상의 정령을 부리면 됩니다.
정령을 추가하여도 생각할 것이 많아질 뿐 게임의 큰 틀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2인플 - 서로의 능력과 사정을 완벽 이해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치 오차도 없는 협력이 가능합니다. 오순도순 하기 좋습니다.
3인플 - 맵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3인맵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3인까지 맵이 서로서로 닿아 있어서 모두와 인터액션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령들의 다양한 시너지를 즐길 수 있습니다.
4인플 - 맨 처음에 뭣도 모르고 4인플로 진행하였습니다. 혼돈의 도가니였죠. 그 후 긱 코멘트를 읽어보니 4인 플레이는 숙련자가 아닌 이상 절대!!! 하지 말라더군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알고 보니 숙련자였습니다! 가 아니라... 4인으로 진행하면 서로의 상황을 다 파악하기 힘듭니다. 한 명이 플레이가 꼬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플레이 타임도 훨씬 늘어납니다. 또한 주로 맞닿아 있는 정령끼리 인터액션이 있다 보니 대각선에 앉은 사람이랑은 같은 섬에서 다른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따라서 저도 4인은 모두가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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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맵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3. 깔끔한 추가 규칙 - 모듈화의 끝판왕
인원 수에 비례해서 맵 개수, 침략자 수, 공포 토큰이 비례하게 늘도록 깔끔하게 모듈화를 해냈습니다.
따라서 인원 별로 난이도가 크게 변하지 않고 일정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여러 캐릭터, 맵의 앞뒤, 시나리오, 침략자, 오염된 섬 등 다양한 추가 요소가 있어 수많은 조합으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 어떤 조합으로 게임을 시작할 지 선택 장애가 오긴 하지만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체 확장이 있는 느낌이라 확장이 굳이 필요 없는 느낌을 줍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추가하지 않은 기본규칙으로만 해도 재미있고, 게임이 단조로워질 때쯤 모듈을 하나 둘씩 끼면서 고여가는 것을 늦출 수 있습니다.
4. 적은 운의 요소 – 실력겜
정령섬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운의 요소를 최소화 한 것 입니다.
모든 능력은 랜덤 효과가 하나도 없고 모두 효과가 정해져 있습니다.
운이 개입하는 곳은 딱 세가지, 공포 카드, 능력 카드, 침략자 카드를 뽑을 때입니다.
다만 이마저도 운의 영향을 최소화 해놓았습니다.
공포 카드는 모두 유리한 효과라 카드에 따라 결과가 크게 좌우되지 않습니다.
능력 카드는 여러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뽑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처음 세팅의 유일한 변수인 침략자 카드의 경우 그나마 가장 운빨이 크게 느껴집니다.
다만 이 침략자 카드도 초반엔 4가지의 지역 중 하나만 나오기 때문에 전에 나온 침략자 카드를 통해 뒤에 나올 카드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운의 요소는 탐사에만 적용되고 이후의 두 단계인 건설, 유린 단계에선 미리 일어날 순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실력요소만 남게 됩니다.
이처럼 운의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여 진정한 실력게임이 탄생했습니다.
현재 상황과 자원을 고려하여 모든 것을 계획하고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브레인 버닝이 엄청 나서 정령섬을 한판 하고 나면 나의 모든 뇌세포를 사용한 느낌이 듭니다.
요리 조리 따져보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최적화 혹은 퍼즐을 푸는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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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운빨단계와 두개의 실력단계
5. 챙길 것이 많은 규칙 – 내거 하기도 바쁜데
각 정령마다 개인 능력이 다르고 능력 카드들도 발동 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이 확실히 룰을 숙지해야 합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자기 할일 하기 바쁜 게임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에러플을 챙겨주기가 힘듭니다.
게다가 침략자, 시나리오 등의 모듈을 추가할수록 그만큼 규칙이 추가됩니다.
천천히 게임에 적응해 나가지 않으면 챙길 것이 너무 많아서 게임이 나를 하는 상황이 옵니다.
시스템도 핸드 관리, 성장, 영향력 등 많은 것이 섞여있어 초심자들에게 들이밀긴 힘들고 위의 운이 없는 특징과 합쳐져 확실히 게이머스 게임의 포지션을 형성합니다.
6. 동시 진행 – 이건 마치 협상 게임?
모든 플레이어가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 또한 정령섬의 큰 특징이죠.
동시 진행과 내 것 하기도 바쁨을 통해 알파플레이어의 등장을 막았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하다 보면 너무 막막해서 오히려 알파플레이어가 있어서 이거해라 저거해라 알려줬으면 합니다ㅠ)
동시에 진행해서 다운 타임을 줄였지만... 하지만... 장고 플레이어 때문에 게임이 늘어지는 것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또한 서로의 행동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 명의 계획이 달라지면 다른 플레이어의 계획도 바뀌는 연쇄 작용이 일어나 소요 시간은 꽤 깁니다.
그렇지만 이 동시 진행 덕분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조율해가는 맛이 있습니다.
협상, 요구, 구걸 및 쓰레기 투척을 하다 보면 정령섬에서 말빨게임의 면모가 보이기도 합니다.
7. 성장의 재미 – 인간을 잡아 레벨업을 하자
정령섬에는 정령들을 성장시키는 맛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빈약한 카드를 몇 장 쓰지도 못하지만 정령들이 성장을 거듭할수록 여러 장의 콤보를 쓰고 고유 능력을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후반부에 주 권능 카드로 한 지역의 인간들을 몽땅 쓸어버릴 때엔 여름에 앵앵거리는 모기들을 모조리 때려 잡는 듯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나의 빌드업이 맞아 떨어질 때 또 다른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령들이 성장하는 맛이 여타 rpg게임에 꿀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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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알던 내가 아냐아우아이ㅏ어엉럭
8. 허무한 엔딩 – 워어어어얼화아아수우목금툘
정령섬은 발단, 전개 따위는 없이 바로 위기로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인간들이 몰려들고, 대도시가 생기고, 위성도시까지 생겨나면 이거 깰 수 있는 것 맞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공포 레벨이 올라가고 도시만 제거하면 끝날 때쯤 '어 다음에 이거 뿌시고 요거 막으면 끝나잖아? 끝이네' 하고 갑자기 게임이 끝나게 됩니다.
그냥 열심히 막다 보면 어느 순간 게임이 끝나 있는 느낌입니다.
따라서 기존 협력게임의 '조금만 버텨서 이것만 달성하면 돼! 할 수 있을 까? 두근두근!' 과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가 애매합니다.
마치 이 리뷰처럼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은 정령섬의 단 하나의 아쉬운 부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