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TRPG를 해보았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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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5 23:49

안녕하세요. 플레어입니다.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로 보드게임+TRPG를 하고 있습니다.

http://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6113&tb=board_community&id=&delivery=0&pg=1&game_id=&start=&b_category=&game_category=

저번에 요런 글을 썼었는데(길어서 안 읽으셔도 됩니다..) 나중에 후기를 남긴다고 했다가 매우 뒤늦게(...) TRPG를 해서 후기를 남깁니다.

보드게임 사이트이긴 하지만 TRPG에 관심이 있으신 분도 있으신 것 같아서 남기는 건데, 사이트와 맞지 않는다 싶으신 분 있으면 지우겠구요ㅎ

혹시나 trpg를 교육현장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 학생 정도의 나이대와 플레이하실 (생각이 있으신) 분들께 경험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던전월드'라는 판타지 룰을 마음대로 변용시켜서 플레이했습니다.

1. 3명의 플레이어+마스터(저)가 플레이를 시작했습니다.

2. 캐릭터 생성

본래 이런 캐릭터 시트를 가져 캐릭터를 만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애들이 스킬을 갖고 싶다 해서 하나씩 자기가 가지고 있을 기술을 만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마법사인 "가미니우스"는 치유마법인 HILL(스펠링이 아닌 것 같은데...)을 만들고,

전사인 "거니우스"는 "두번베기"라는 스킬을 만들고

도적인 "마르티"는 "수학책"이라는 스킬을 가졌습니다.(상대방의 눈에 수학책이 보이게 만들어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기술)

3. 1국면 줄거리 : 17살 거니우스는 387살인 가미니우스(기억력이 나빠서 100년 전의 일까지밖에 기억 못함)와 친구처럼 지내다가 어느 여름날 계곡으로 놀러갔습니다.

거기에서 거니우스와 가미니우스는 30살 마르티을 만나 친구가 됩니다.

그때 갑자기 물에사는 몬스터가 나옵니다.

그런데 거니우스와 가미니우스는 물 위로 살짝 보이고 둥둥 떠다니는 것이 마르티의 배설물(...)이라 생각해서 몬스터인지 모르고 있다가 한 방 맞고, 결국 3명이 힘을 합쳐 무찌릅니다.

3명이 마을로 돌아와 보니, 마을이 마물들에게 침략받은 상태였습니다.

4. 중간단계 : 1국면을 진행하고 나니까, 갑자기 2명의 학생이 재밌을 것 같다고 끼워달라고 해서... 끼워서 갑자기 5명 플레이어+저(마스터)의 플레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생이 캐릭터 시트와 별개로 좀 더 자유롭게 캐릭터를 그림도 그리고 싶다 해서 그려보라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고 나서부터 본래 나눠주었던 시트는 거의 참조용으로만 보게 되었구요ㅎ 보다시피 학생이 그림을 잘그려서 한번 맵도 만들어보라 했습니다.

(굉장히 고퀄...)

5. 2국면 줄거리 : 세 명의 캐릭터들은 마을을 복원하려면 마물을 무찔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너~ 내 동료가 되라"라는 입버릇이 있는 거니우스가 2명의 동료를 더 맞이합니다.

마왕을 무찌르려면 전설의 검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6. 3국면 줄거리 : 5명의 캐릭터가 전설의 검을 구하기 위해 쓰레기섬(?)으로 떠납니다.

가다가 어떤 바다괴물을 만납니다.

그런데 바다괴물에게는 모든 몬스터들을 잠재우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바다괴물의 기술에 당해서 3명의 플레이어가 잠들고 2명의 플레이어가 반격을 개시하려는 순간!!

시간이 끝나서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7. 총평 : 각각의 국면 당 플레이 시간은 45분(중학교 수업 기준 1교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플레이어들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실제로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사실 이 학생들이 판타지로 게임을 하고 싶다 한 것 자체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남학생들 치고는 약간 독특한 케이스 같습니다.

본래는 던전월드라는 룰을 가지고 갔는데,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서, 그냥 룰에 있는 사항들은 거의 무시하고 학생들이 하고 싶은 방향으로 마음대로 이야기를 만들게 했습니다. 제가 마스터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거의 애들이 하고 싶어하는 대로 이야기를 만들게 했습니다.

그런데 3명일 때에는 꽤 잘 진행이 되었는데, 5명일 때는 힘듭니다. 제가 마스터로서 역량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는데, 기본적으로 중1의 집중력이 그렇게 높지가 않고 저 혼자 집중하게끔 통제할 수 있는 인원 수에 한계가 있습니다..(중간에 두 학생을 플레이어로 추가한 게 패착이었던 것 같습니다.)

애들이 너무 의욕이 넘쳐서 서사의 세부적 가지를 다 자르고, 최후의 보스를 무찌르고 마을을 구하는 내용까지를 3시간 정도만에 끝내버리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각각의 장면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도록 하고 천천히 진행되도록 만드는 역할만 했습니다.

8. 후기 : 이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의욕이 있고 판타지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해서, 템포만 좀 조절하게 하면 자기들까지 게임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학생들이 특출하게 잘하는 것일 듯하고(중1인데 폴아웃 등등의 게임을 해본 애도 있더라구요... 그 나이에 하면 안 되는데...) 조금 더 이런 활동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 어쩔지 궁금하더라구요.

이후에 계속 멤버들을 바꾸면서 <레이비 블랙버드>(정략결혼을 거부하고 진짜 사랑을 찾아 떠난 귀족집 아가씨 일행의 이야기)라든가 <인세인>(공포물) 등등을 한달 동안 해볼 생각이 있는데, 잘되든 안되든, 관심 있는 분 계시면 종종 후기를 올리려 합니다:)

물어볼 것 있거나, 학생들과 TRPG 해본 경험 공유해주실 분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ㅎ 긴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