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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해머 언더월드 리뷰 #7: 조조전과 언더월드

5,313 조회

2019.01.15 17:43

안녕하세요, 두 달 가까이 워해머 언더월드 글만 올리고 있는 메피스톤입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전 편을 읽고 오시지 않으신 분들, 언더월드가 대체 뭐하는 게임인지 전혀 모르겠네 싶으신 분들은 이 링크에서,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헷갈리는게 많다 싶으신 분들은 이 링크를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이었던 때 용돈을 모아서 산 PC 소프트웨어 중에 삼국지 조조전이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전작인 삼국지 공명전을 꽤나 재밌게 했기 때문에 출시일까지 기다려가며 용산 전자상가에 달려가서 샀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조조전은 SRPG라는 장르의 대표격인 게임이었는데, SRPG는 정해져있는 칸을 따라 캐릭터를 이동시키고 전투를 통해 레벨업과 아이템을 장비시켜주면서 진행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조조전 외에 당대를 풍미한 SRPG로는 파랜드 택틱스 시리즈, 창세기전 시리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튼 조조전은 (컴퓨터 게임 치고) 비교적 간단한 인터페이스와 시스템 덕에 출시된지 한참 지났지만 팬들이 게임을 적당히 고쳐서 징기스칸전, 황제공명전 등 여러 모드로 현재까지도 즐기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까지 됐을 정도니 게임성 하나는 어느 정도 보증이 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추억의 박스.. 크>

뜬금없이 갑자기 SRPG 이야기를 꺼냈습니다만, 요즘 언더월드를 할수록 드는 생각이 조조전과 꽤나 닮았다는 것인지라, 오늘은 리뷰 연작도 후반에 들어섰으니 잠시 쉬어갈 겸 양자를 비교하며 언더월드의 특징을 조금 살펴볼까 합니다.

1. 헥스칸과 이동 시스템

우선 기본이 되는 헥스 시스템. 칸을 이용한 이동은 보드게이머들이라면 아주 익숙한 부분이겠지만, 워해머 본 게임과 같은 테이블탑 게임은 줄자를 이용하여 거리를 판정하고 이동하기 때문에 정해진 칸만큼만 이동하는 워해머라는 부분에서 언더월드는 작은 충격이었습니다. 물론 조조전은 4방향인 바둑판형이고, 언더월드는 6방향인 헥스형이라는 차이는 있지만요.

<조조전의 맵. 전후좌우 사방으로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언더월드의 3D 맵. 육각 헥스이기 때문에 조금 더 이동과 공격의 범위가 넓습니다.>

병종에 따른 이동거리와 사거리가 통일되어 있는 것도 비슷한 부분입니다. 조조전에서는 보병은 기본적으로 네 칸을 이동하고, 기병은 그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르며, 피아 불문 병종에 따라 이동거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언더월드에서도 드워프를 제외한 중보병은 전부 이동거리가 세 칸으로 통일되어 있고, 몸이 가벼운 친구들일수록 이동거리가 한 칸씩 늘어납니다.

적이 있는 칸을 지나쳐 갈 수 없고, 이동불가지역, 인접해 있으면 피해를 받는 지역 등이 있는 부분도 비슷합니다.

2. 비현실적으로 짧은 원거리 공격

이동뿐만 아니라 사거리 또한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현실에서 국궁이 150m 가량의 사거리를 갖고 있는데에 비해 조조전에서 활의 사거리는 두 칸밖에 안됩니다. 거의 장난감 활 수준이지요.

<빨간 네모가 흰색 궁병의 일반적인 활의 공격범위입니다.>

조조전의 캐릭터 한 명은 사실 장수 한 명이 아니라 해당 장수가 이끄는 부대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물론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이게 말이 안되는 설정이라는 부분이 가끔 드러나긴 하지만, 여튼 대부분의 상황에서) 게임상 한 칸은 사람 한 명이 들어서면 꽉 차는 평방 1m 정도가 아니라 작은 운동장 정도 되는 면적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활의 사거리가 두 칸 밖에 안된다는 부분이 납득이 가지요.

소수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SRPG에서 원거리 공격이 지나치게 강할 경우에는 적과의 간격이나 이동에서의 수 싸움 등이 전부 배제되어 버리므로 결국 게임이 재미있게 굴러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성을 조금 배제하더라도 게임의 재미를 얻기 위해 부득이 둔 제한일 것입니다. 때문에 비교적 긴 사거리로 안정적인 원거리 딜링을 할 수 있는 투석기가 조조전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투석기의 공격범위>

언더월드에서도 SRPG 특성에 걸맞게 이 부분을 본판 워해머와 달리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본판인 워해머 판타지에서 장궁의 사거리는 30인치였는데, 이는 비율을 감안하여 현실로 따지면 50m가 넘는 긴 거리입니다. 반면 언더월드에서는 이 부분을 게임상 편의를 위해 과감히 축소, 원거리 무기의 공격범위는 딱 세 칸으로 못박아뒀습니다. 따라서 활을 쏘더라도 상대방의 돌격거리 밖에서 반격의 걱정 없이 안전하게 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눈 앞에 적이 있는데 왜 쏘질 못하니..>

언더월드에서 투석기처럼 긴 원거리공격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모델은 각성한 샌슨 파스트라이더인데, 네 칸의 거리에서 맹금류를 쏘며 공격할 수 있습니다. 네 칸은 공격에 성공만 하면 (상대를 밀어낼 수 있으므로) 대부분의 적에게 돌아오는 턴에 돌격 당하지 않을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거리입니다.

<열심히 칠한 제 사랑 스타팔콘입니다. 똘망똘망한 눈이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

3. Upgrade Complete!

장비와 업그레이드. 장비 없는 RPG는 상상할 수가 없지요. 조조전에서도 기본적인 스펙인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높여주는 장비 외에도, 크리티컬이 나올 경우 한대 더 치게 해주는 방천화극이나, 근접공격의 사거리를 늘려주는 몰우전, 원거리 공격을 무조건 방어하게 해주는 거울갑옷, 이동력을 늘려주는 명마 조황비전 등 여러 장비로 상황에 맞게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 해줄 수 있습니다.

<조조전의 장비창>

언더월드 또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단순히 공격력, 방어력, 체력, 이동력을 올려주는 기본적인 업그레이드 외에도 크리티컬이 나올 경우 데미지를 높여주는 무기라든가, 원거리 공격을 가능하게 해주는 무기, 마력을 강화시켜주는 무기 등 무궁무진하게 많은 업그레이드가 있습니다.

<그롯(고블린) 팩션의 전용 업그레이드들>

4. 마법과 책략

조조전에서 마법은 책략이라는 개념으로 존재합니다. 삼국지는 어쨌든 판타지는 아닌만큼, 책사들이 책략으로 상대에게 데미지를 준다거나 아군을 보급하며 체력을 회복시킨다거나 그런 식으로 이런저런 효과를 부여합니다.

<책사뿐만 아니라 군주계도 자체 버프 등의 책략을 쓸 수 있었습니다.>

언더월드에서도 마찬가지로 책략(플로이) 카드가 비슷한 기능을 합니다. 조조전에서 자주 쓰던 책략 중 기마책사가 쓰는 모래폭풍이라는 책략이 있습니다. 맵 전체에 있는 적에게 소량이지만 데미지를 주는 책략인데요, 언더월드에서도 거의 같은 기능을 하는 카드가 있습니다.

<적은 피해지만 맵 전체에 피해를 주는 모래폭풍>

<..과 거의 흡사한 샤드게일>

언더월드에서는 따로 책사라는 친구들이 없이 그냥 발동이 되는 책략 카드였으나, 2시즌 나이트볼트가 출시된 이후에는 마법이라는 개념이 추가가 되면서 주문 및 여러 마법 카드가 마법사 모델을 기준으로 발동되는 것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뭔가 책사의 책략과 더욱 비슷해졌네요.

<선택지에 따라 임무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은.. 오브젝티브 카드와 조금 비슷하려나요>

5. 절대 없는 절대라는 것.

가장 특징적인 부분입니다. 조조전도 언더월드도 모두 판정에서 '절대'라는 것은 없습니다. 조조전에서 공격하기 전에 공격 대상 위에 커서를 대보면 공격 성공 확률이 나옵니다. 강한 유닛이 약한 유닛을 치면 90퍼센트 이상이 나오지요. 9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상대방을 제거한다가 아니라, 데미지가 들어갈 확률이 90퍼센트 이상이라는 뜻입니다.

<공격시 명중률을 판정해서 보여줍니다.>

간혹 100퍼센트가 나오기도 한다고 하지만, 조조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00퍼센트가 100퍼센트가 아니더라, 100퍼센트인데도 공격이 빗나가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등의 글이 넘쳐납니다.

<조조전 카페에서>

언더월드에서도 판정은 주사위가 하기 때문에 사실상 확률입니다. 물론 캐릭터의 강약에 따라 확률은 현격히 달라집니다. 주사위를 한 개만 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한 캐릭터가 약한 캐릭터를 공격할 경우 높은 확률로 성공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성공하기 어렵겠지요. 하지만 역시 확률의 싸움이기 때문에 절대라는 것은 없습니다.

<악몽이 떠오른다..>

일전에도 보드라이프 리뷰에서 보여드린 사진입니다만, 결정적인 한 수 였는지라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일회용 포션까지 뜯어가며 주사위를 두 개 늘린 상황에서 칼이나 크리티컬이 한개라도 나오면 성공인 상황.. 하지만 주사위가 크리티컬은 커녕 어째 전부 망치가 나오면서 처참히 실패한 현장입니다.. 뭐 이런 날도 있는거죠. 참고로 5개가 전부 망치가 나올 확률은 1/3의 5승이니 1/243. 약 0.4% 되시겠습니다.. 사실상 이는 불가능한 수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주사위를 싫어하는 보드게이머들이 아마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허탈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일말의 의외성이 있다는 것은 사람끼리 얼굴을 맞대고 하는 게임에서 예상치 못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즐거움도 있지 않을까.. 라고 정신승리 해봅니다. 뭐 제가 당혹스러워하는 만큼 상대방은 즐겁지 않을..까요?

이상 조조전으로 대표되는 SRPG와 언더월드를 간략히 비교해봤습니다. 물론 같은 게임은 아니니 차이점도 있습니다. 언더월드는 아직 캠페인 모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스토리를 따라 진행되는 요소가 없다는 점이라든가, 조조전에서 책략을 쓰는데 필요한 정신력 개념이 언더월드에는 전혀 없다든가, 조조전은 그래도 아군이 적어봐야 5~7기 사이인데 언더월드의 평균 모델 수는 고작 4~5개 정도라든가, 언더월드에는 초선과 같은 예쁘고 잘 싸우는 무희 클래스가 없다든가 등등.. 그래도 어릴 때 재미있게 하던 게임과 비슷하기 때문인지 더욱 재미있게 즐기고 있습니다.

다음 리뷰에서는 팩션 소개로 워해머 판타지의 영원한 아이돌이자 마스코트인 오크에 대해 잠깐 알아보고, 이후 나이트볼트에서 추가된 개념인 마법과 스캐터에 대해 설명해볼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에 사용된 카드는 갈가마귀님의 한글화 자료입니다.

*해당 글은 제 블로그에 최초로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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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8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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