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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후기

1,764 조회

2018.12.23 17:15

최근에 18 시리즈에 손을 댄 후로 어지간한 게임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마법에 걸려버렸습니다.

본래 게임할 짬을 내기도 녹록치 않은 마당에 후기가 왠말이냐.. 라는 성향을 가진 편인데,

그런 사람이 이렇게 후기까지 남기고픈 기분이 들게 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시리즈는 특별한 느낌이 있습니다.

게임이 끝난 이후에도 이렇게 계속 뇌리에 남고 뭔가 자꾸 궁리를 해보게 되는 게임은

지금껏 푸코, 브래스, 쓰루 정도를 제외하면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

서두는 이쯤에서 정리하고..

이 날은 4인플로 게임을 했습니다.

1846

18시리즈 입문작인 46을 먼저 돌렸습니다.

타일도 큼지막하고 철도도 한 번에 두개씩 놓는데다 기차도 노멀 기차로만 구성되어 경쾌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드는 46입니다.

이날 전까지 46외에 다른 시리즈라고 해봐야 49만 한번 경험해봤을 뿐인 뉴비지만

49를 5인플로 한번 해보고 나니 이 게임이 얼마나 쾌적한 18인지는 단번에 체감이 되더군요.

46은 이 날이 세번째였는데 이제야 유한회사(사기업)의 능력들이 전반적으로 감이 좀 잡히더군요.

Michigan Central과 Steam Boat를 손에 쥐고 드래프팅을 마친 뒤 한번도 써보지 않은 GT(Great Trunk Railway)를 가져갔습니다.

첫 운영 단계에 MC를 인수해서 바로 홀랜드까지 길을 뚫고 스팀보트 보너스를 얻어가며 초반 수익을 잘 올리는 듯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디트로이트의 역이 다 막히면서 조금 답답한 상황이 펼쳐지더군요.

게임이 좀 진행되고 나서야 역 토큰이 상대적으로 적은 GT의 경우 역을 선점하는 유한회사(특히 Michigan Southern)를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다행히 시카고의 역 슬롯 하나를 길로 막아둔 상태에서 근근히 버티다가 세인트 루이스로 활로가 뚫리는 순간

그간 주식 시장에서 찬밥이었던 GT 주식도 바로 한라운드 만에 완판이 되었습니다.

콜러스님과 saintduo님은 IC을 두고 창업파트너 같은 관계로 공동 전선을 펼치는 사이에

sleep님에게 GT 포텐이 터질 것임을 알리고 함께 주가를 끌어올릴 것을 슬며시(전 정말 '슬며시' 했어요..) 제안했습니다.

근데 귀신같이 이 찌라시를 눈치챈 saintduo님이 GT 주식을 같이 가져가더군요. (역시!!)

이 때부터 최고 수익을 내며 전진해서 게임 막판에 70으로 상장했던 주가는 150으로 시작된 IC의 주가를 따라잡으며 게임을 마쳤네요.

중간에 배당을 꾸준히 잘 받으며 나간 덕에 1등을 했습니다.

묘하게도 46은 첫 게임 때부터 성적이 좋은 편이네요..

네, 그래서 46이 더 재미가 있는 거 같아요.

원래 1등한 게임이 갓게...

18CZ

얼추 오전 11시쯤부터 시작해서 46을 끝내고 나니 오후 3시쯤이 되었더군요.

1차 타임워프를 그렇게 끝내고는 점심을 해결하고 새로운 게임인 CZ를 돌리기로 했습니다.

보라에도 후기가 거의 없는 게임이다보니 멤버 중에도 경험자가 없어 며칠 전부터 각자 룰 파악을 조금씩 하기로 했습니다.

다같이 둘러 앉아 룰에 대한 토의(!?)를 거친 후에 '에라 일단 해보면서 파악합시다'라는 합리적인 흐름으로 이어갔습니다.

이 시리즈는 그 전에 해본 18들과 달리 은행 잔고가 없고 정해진 라운드 후에 게임이 종료된다는 점이 색다르더군요.

그리고 유한회사, 주식회사가 모두 3종류의 등급이 있고 기차 역시도 주식회사 등급에 맞춰 3종류로 나눠져 있습니다.

각각의 주식회사들은 자신보다 등급이 작은 다른 주식회사를 인수 합병할 수 있으며 기차는 자신과 동일한 등급의 기차만 운행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게임은 소형 회사부터 시작해서 상위 회사로 합병을 해나가며

최종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는 양상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는 느낌을 주더군요.

시작위치를 보고 연계해나갈 중급, 대형 회사까지 자리를 봐둔 뒤

밥 로스 아저씨도 울고갈 빅픽쳐를 그려가며 초반 주식 라운드 턴 순서까지 1순위를 움켜쥐고 출발했습니다.

CZ의 경우 길은 기본적으로 하나씩 건설(회사 첫 설립 당시만 2개 가능)해 나가지만 대부분 건설 비용이 없고

H기차의 존재가 없어 운영은 49에 비해 한결 편하더군요.

다만 등급별 기차 공급량이 가늠이 되지 않다보니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기차들이 터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이건 뭐 거의 처음 46을 해봤을 때 느낌 이상으로 스피디하게 터지기 시작하더군요.

다만 중급 회사들이 등장하는 시점부터는 슬슬 운영 라운드의 플레이 타임도 길어지고,

라운드당 운영 단계도 점차 늘어나면서 중반부터는 진행이 조금 더뎌지는 시점이 찾아옵니다.

특히 마지막 대형 회사들이 등장하게 되면 이후의 운영자금과 인수 합병시 주주들에게 지급할 보상금을 가지고

계산을 치열하게 해야하기 때문에 합병 시 장고가 유발이 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대부분 대형 회사들만 남으면서 막판에는 대체로 정리된 흐름으로 빠르게 진행이 됩니다.

46과는 다르게 배당 규모와 상관없이 일정하게 주가가 오르는 구조가 되다보니,

주가 차이가 한번 생긴 뒤로는 그 간격을 좁히기가 사실상 거의 어렵더군요.

이번에도 제가 운영한 대형 회사가 최고 수익을 달렸음에도 주가에서는 saintduo님의 회사를 따라잡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배당금 우위와 마지막에 사용하지 않은 유한회사 평가액을 가지고 1위를 노려볼만 하겠다 싶었는데요.

예상을 깨고 중간에 독점 중급 회사 하나를 끝까지 남겨놓고 독자 배당을 열심히 가져간 콜러스님이 1등을 했습니다.

주식 부자였던 saintduo님은 3등으로 밀려나며 모두가 지금껏 대체 무슨 게임을 한건가 싶은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네요.. ㅋㅋㅋ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귀가 후에야 알게 되었지만...) 유한회사 증서가 주식 제한 수 체크 시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점이었습니다.

모두가 이 룰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탓에 엄청난 에러플을 해버리고 말았네요.

(대체 우린 뭘 한거지...)

어찌됐건 이렇게 두번째 시간여행을 끝내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 자정을 넘겨버렸습니다.

게임 두번하고 하루가 가버리다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수도 있는 그간의 게임 경험이 참 무색해지는 요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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