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오브 다이스 - 이것은 MOBA 게임인가?
안녕하세요, 익퓨입니다.
최근 이 게임이 여러 가지 의미로 핫하다고 해서 어제 플레이 해보고 리뷰 남겨봅니다.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설명드리기 전에, 어제 저의 감정선을 말씀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MOBA 게임스럽게 보이던 시나리오인 시나리오 8을 선택하고 플레이하기로 했는데요.
플레이 인수는 4명이었지만 3:3이 추천인원이길래 한 명이 두 캐릭터를 잡기로 하고 3:3으로 플레이하기로 했습니다.
게임은 주로 '일반카드'라고 부르는 카드 플레이로 진행합니다. 일단 이 일반카드의 구성을 모른 상태로 캐릭터 조합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통일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수려한 일러스트의 캐릭터들이 꽤 많더군요.
각 캐릭터들은 기본능력/일반능력/궁극기라는 세 가지 요소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각각의 캐릭터들이 모두 특색이 있었습니다.
일러스트와 기능 양쪽 모두 참신하다거나 이 게임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있다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구색은 갖추어 놓은 느낌입니다.
롤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친숙한 말파이트, 아리, 소라카.. 느낌이 나는 일러스트도 있구요.
제작자의 의도로 보이는 게 있었는데, 일러가 비슷하면 능력이 롤의 챔피언과는 좀 다르더군요. 표절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무튼 이 캐릭터들을 보고 팀원과 상의하며 조합을 짜는 게 나름 재밌었습니다. 롤로 치면 픽단계인 거죠.
저희 팀은 고민 끝에, 딜탱-AP 딜러-이동기 서폿 조합으로 캐릭터 픽을 마쳤는데요. 이 때만 해도 갓겜의 냄새가 났습니다.
딜탱이 전방에서 휘젓고, 그 뒷선에서 AP 딜러가 마법을 빵빵 써대며, 서포터가 후방 지원을 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며 얼마나 기대를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실제 플레이를 해봤는데요. 기대감은 첫 두 라운드만에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MOBA 게임류의 특징은 매 게임에 '서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서사의 중심이 되는 것은 성장입니다. 일반적인 RPG 게임처럼 각 영웅들이 성장하여 기본 스탯을 올리고 스킬 또한 강해집니다.
여기에 돈을 벌어 각종 아이템도 장착하게 되는데요. 각 영웅들의 스탯치와 아이템에 따라 역할군이 정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게임 중 수시로 발생하는 교전에 참여하여 같은 팀원과는 협동하고, 상대방 팀원과는 경쟁하게 되죠.
MOBA 게임의 재미는 다양한 캐릭터 조합으로 발생하는 전투의 재미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초반의 '라인전'이라고 부르는 소규모 교전에서, 후반의 '한타 싸움'이라고 부르는 대규모 교전까지 매우 다양한 교전이 수시로 벌어집니다.
이러한 일련의 교전에서 플레이어가 느끼는 재미는 스킬과 평타 하나하나를 맞추고, 피하는 피지컬 및 심리싸움에서 옵니다.
그 외에도 MOBA 게임의 본질이 공성전인 만큼 상대의 본진을 파괴하기 위한 운영 등도 재미요소겠지만, 가장 큰 재미는 역시 교전에서 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레인 오브 다이스>는 룰북 서두에서 MOBA형 보드게임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이 MOBA 게임의 재미를 계승한 것은 캐릭터들의 조합을 짜는 부분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조합 역시, 게임을 하다보면 생각한 대로 잘 굴러가지 않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다양해 보이는 캐릭터들의 능력이, 실제 게임에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1. 2장의 카드 드로우 -> 2. 롤앤무브 형식으로 주사위 1개를 굴려서 이동 -> 3. 손에 있는 카드를 원하는 만큼 플레이하고, 캐릭터 능력을 원하는 만큼 발동 -> 4. 핸드가 5장이 넘는다면 5장으로 핸드 유지
를 계속 반복하게 됩니다. 즉, 실제 액션은 3번째 단계인 '카드 및 능력 플레이' 단계에 몰려 있는데요.
이 카드 풀이 그렇게 넓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모든 캐릭터들이 동일한 카드 풀을 사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어떤 카드를 뽑느냐'가 그 캐릭터의 특성을 좌우합니다.
캐릭터마다 카드의 비중이 다른 자신만의 덱을 사용했다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그리고 또 문제가 되는 부분은 캐릭터의 '성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액션의 주 소스인 '카드 플레이'에 해당하는 카드들은 모두 인스턴트 카드들입니다.
즉 한 번 사용하면 카드의 효과를 적용한 후 버려지게 된다는 뜻인데요.
카드 게임에서 흔히 사용하는 요소인 '장착'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또한 캐릭터들의 스탯이라는 개념 역시 없기 때문에, 성장할 여지 자체가 없습니다.
1라운드 건, 10라운드 건 내 캐릭터는 항상 같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교전..
위에서 캐릭터들의 스탯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즉, 캐릭터들의 HP가 없다는 얘기인데요. 그렇다면 교전을 어떻게 하느냐?
공격자가 자신의 턴에 '무기카드'를 플레이하는 것으로 공격을 합니다. -> 방어자가 방어카드를 플레이하지 않으면 처치당합니다 -> 처치당한 캐릭터는 사망합니다.
<뱅>에서의 공격시스템과 비슷하죠. 'Bang'과 'Missed' 카드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최종판정입니다.
<뱅>에서는 한 번 피격당하면 체력이 1 깎이지만, <레인 오브 다이스>에서는 한 번 피격당하면 사망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격방법이 있습니다. 턴의 2번째 단계인 롤앤무브 형식 이동에서, 주사위를 굴려 그만큼 이동한 곳에 상대가 있다면 상대를 처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몸통박치기'라고 부릅니다. 굉장히 강력하죠. 몸통박치기 한 방에 죽으니 말입니다.
뭐가 되었든 상대 캐릭터를 처치하면, 돈을 1원 받습니다. 받은 돈은 상점에서 각종 효과를 발동시키거나, '에픽카드'라고 부르는 강한 이벤트 카드를 뽑는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혹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 분은 안 계시겠죠? 이 게임은 '장착'이 없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가진 게임에서, MOBA 게임에서처럼 캐릭터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대부분의 캐릭터 능력이 카드를 사용할 때 어떤 효과를 준다든지, 캐릭터 이동을 시킨다든지 하는 점에 편중된 것이 그 한계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매턴 시작 때 카드 두 장을 뽑는다는 점, 한 턴에 같은 종류의 카드를 쓸 수 없다는 점, 특유의 공격-방어 시스템이 <뱅>을 끊임없이 생각나게 하는데요.
그렇다면 왜 '장착' 개념을 안 가져왔는지 의문입니다.
이른바 qwer 스킬들에 대한 카드들을 캐릭터마다 하나씩 줘서, 그 카드들을 장착한 뒤 탭/언탭하는 것으로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캐릭터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요.
스킬 레벨이 오르면 스킬 카드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이 게임은 결국 주사위를 굴려서 맵 위에 있는 내 캐릭터를 이동시킨 뒤 일회용 카드들을 난사하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모든 캐릭터들은 종이인형이 화염방사기를 난사하는 것처럼 한 대 때리면 처치할 수 있고, 한 대 맞으면 처치당합니다.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스킬과 능력은 캐릭터만의 유니크함을 드러내지 못하고 카드 드로우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캐릭터들은 성장하지 않습니다. 교전 또한 싱겁게 끝이 납니다.
저는 이런 게임을 MOBA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게임도 아니냐?' 라고 물으신다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젊은 층에게 어필 할만한 테마와 일러스트로 아직 보드게임을 별로 접해 보지 않은 라이트 유저 층에게는 어느 정도 먹힐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제한된 시스템 내에서 가능한 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한 노력 또한 엿볼 수 있습니다.
룰북 또한, 일반적인 룰북과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그 체계 안에서는 성실하게 쓰신 걸로 보입니다. 의외로 에러플 할 부분을 대부분 커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