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짜리 보드게임 공모전] 어쩌다 지구를 접고 자르게 되었을까요? <지구 탈출 대작전> 개발 기록

734 조회

2023.05.19 10:00

안녕하세요! 보드게임 개발팀 판컬처스입니다.

한국보드게임작가협회가 주최한 '한 장짜리 공개 보드게임 공모전 2023'에 <지구 탈출 대작전>으로 참가하였습니다.

작년 '1인용 보드게임 공모전'에서 <보늬당의 다람쥐들>을 출품했었는데, 2년 연속으로 뜻깊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어 기쁩니다.

A4 한 장으로 즐기는 퍼즐 게임, <지구 탈출 대작전>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개발 기록을 공개합니다.

이번 공모전의 주제는 'A4 한 장으로 만드는 게임'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보드게임의 구성물이 못해도 카드를 수십 장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꽤나 도전적인 제약이라고 느꼈습니다. 주제를 보고 아이디어가 바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분명 이런 제한 조건 아래에서 재미있는 게임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서 마감 기한까지 계속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게임의 아이디어는 갑자기 번뜩하고 생각나는 경우도 있고 오랜 시간 고민하다 겨우 나오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요. <지구 탈출 대작전>의 아이디어는 전자의 경우였습니다. 한참 <액트: 맥베스>의 외부 플레이테스트에서 나온 피드백을 분석 및 정리하는 중이었는데요. 잠깐 쉬고 있던 저희 팀 PM이 갑자기 A4를 접고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앞뒷면을 번갈아 보면서 저에게 이야기하더군요. "뭔가 이런 식으로 자르고 접어서 앞뒷면을 왔다갔다하는 게임을 만들 수 없을까?" 이 한 마디가 <지구 탈출 대작전>의 시작점이었습니다.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372847/set-attack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대회를 준비할 때에도 보드게임긱의 '2022 1-Card Print and Play Design Contest' 출품작을 찾아보았습니다. 한 장의 카드만을 사용하여 만든 게임인데도 정말 다양한 메커니즘과 매력을 가진 게임이 많아서 놀라웠습니다. 그 중에서도 위의 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인용 게임이고 앞뒷면을 돌려가며 플레이하는, 배구의 랠리를 재현한 게임입니다. 종이를 뒤집을 때 공을 토스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테마성이 잘 느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종이를 자른다는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자르고 접으면 보다 다양하게 접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를 활용하면 괜찮은 퍼즐 게임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정리되고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위 사진이 작업 초기의 프로토타입입니다. 출품작의 핵심 메커니즘을 가장 기초적인 수준으로 구현했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1단계 퍼즐의 규칙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 메커니즘이 문제 없이 돌아가는지 명확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정답이 반드시 존재하도록 문제를 구성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작위로 화살표를 그려가며 수많은 퍼즐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종이를 자르고 접었는데요, 작은 종이를 손 끝으로 만지고 돌리는 작업이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고 특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 결국 정답을 찾았을 때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답 찾는 규칙을 저 역시도 발견하지 못해서 계속해서 새로운 퍼즐을 풀어보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이 게임을 처음 접하시는 플레이어 분들과 정확히 같은 입장이었던 것이죠! 그러다 점점 전략적으로 사고하게 되고 규칙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세한 풀이법은 비밀로 해야겠죠? ㅎㅎ 열심히 계산한 끝에 해답지를 작성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의 퍼즐을 만들어야 할 차례입니다. 한 단계의 퍼즐만으로는 리플레이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레벨 디자인을 통해 조금씩 난도를 높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황폐화된 지구로부터 탈출해야 한다'는 테마성을 조금 더 살려보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출품작의 2단계 퍼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2단계는 화살표가 일회용이고 각 칸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을 직접 뒤편으로 옮겨야 합니다.

기존 규칙의 느낌을 이어가면서도 조금 다른 각도로 퍼즐을 풀 수 있는 규칙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다행히 테스터 분들의 피드백을 통해 저희의 의도가 어느 정도 맞아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단계로 1, 2단계의 규칙을 합쳐 3단계 규칙을 완성하였고, 테마와 어울리는 아트워크를 입혀 <지구 탈출 대작전>을 완성하였습니다.

이렇게 '한 장짜리 보드게임 공모전'을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지구 탈출 대작전>은 플레이테스터 분들의 피드백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공모전 기간 동안 함께 진행된 다른 프로젝트가 많았습니다(<액트: 맥베스>, <손맛 전자 빠른 수리>를 비롯하여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품도 많습니다!). 그래서 지치기도 하고 바빴지만 테스터 분들의 진심이 담긴 응원과 피드백을 보며 힘을 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작년에 비해 올해 공모전에 참가하신 작가 분들의 숫자가 대폭 늘어 저희도 놀라웠는데요. 본인의 게임을 소개해주신 작가 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고 함께 게임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판컬처스는 내년 대회에도 좋은 아이디어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텀블벅에서 펀딩 진행 중인 저희의 신작 추리 게임 <액트: 맥베스>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저희는 또 다른 작품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