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덱빌딩 테플 소감
안타깝게도 한글 룰북이 아직 나와있지 않은 상태여서, 룰북 번역 작업을 시작하였는데, 아직 반도 못했네요.
그래도 번역 작업을 한 부분까지만 알아도, 그럭저럭 세팅과 게임진행은 가능하더군요.
4종류의 마스터마인드중 한가지를 랜덤으로 선택하고, 8종류의 스킴카드중 한 가지를 랜덤으로 선택합니다.
1개의 헨치멘을 무작위로 선택하고, 2가지의 빌런 그룹을 선택, 그리고, 시민카드 2장과 스킴 트위스트 카드 8장을 잘 섞어서 빌런 덱을 구성하여 보드판 위에 놓습니다.
히어로 카드는 무작위로 5 종류를 골라서 잘 섞고, 기본카드 12장을 받으면 게임준비 끝입니다.
다다의 엘린13님이 만들어 놓으신 한글 참조표를 보면서, 진행을 하였습니다. (간단한건 안봐도 알수 있을정도로 텍스트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만, 개중에는 텍스트 번역이 필요할만큼 간단치 않은 것들도 있어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한글화 작업을 하는게 나을듯 합니다. (물론, 영어 잘하시는 분들은 전혀 필요없으실지도....)
초기에는 룰북에 나와있는대로 레드 스컬을 선택하고, 센티넬과 스파이더포등 미리 정해진 카드 종류를 사용했습니다만, 룰북은 참고하지도 않고, 그냥 우리 맘대로 진행해버렸습니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도미니언" 과 같은 덱 빌딩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도미니언처럼 진행하다가는 망할수도 있습니다. 매턴 마다 빌런 카드 한장을 뽑아서 진행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별로 위협적이지 않지만, 어느새 도시를 꽉 채운 빌런들을 보게 되면, 굉장한 압박감이 오기 시작합니다. 빌런을 격파했을때,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주는 혜택도 있지만, 오히려 플레이어를을 괴롭히는 능력도 있습니다. (예를들면, 전투시 각 플레이어는 상처카드를 받는다)
어떤 빌런은 현재 내가 파괴한 빌런중 "하이드라" 그룹이 없다면, 모든 플레이어에게 상처카드를 주는것도 있기에 닥치는 대로 막 잡기에는 부담스러운 효과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특정 빌런은 특정위치(예를들면, 하수구) 에 있을때 빌런을 공격하면, 또다른 특수효과가 생기기에 빌런을 공격하는것도 고민을 해서 잡아야 합니다.
고용 포인트를 높여서 히어로를 고용하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하지만, 계속 늘어나는 빌런을 무시할수도 없는 지속적인 압박이 계속 유지됩니다.
그리고, 상처 카드의 등장으로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기게 됩니다. 사실 상처카드 한장 받았다고 해서 큰 페널티가 생기는건 아니지만, 계속해서 핸드에서 귀찮게 하는 상처카드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힐" 능력을 갖고 있는 히어로 카드가 필요합니다. 처음에 상처카드 없애는걸 지금 가져와서 뭐해? 라고 생각했던 것이 후반에는 없어서는 안될 카드가 되더군요.
고용 포인트를 이용해서, 히어로를 고용할때도 고민은 계속 됩니다. 도미니언처럼 어떤 카드를 먼저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콤보가 달라지는데, 도미니언은 사실 액션을 추가하여 콤보를 발생시키는 개념이 강하지만, 이 게임은 카드를 어떤 순서로 내야하는지도 고민이 됩니다. 카드의 콤보 조건들이 대부분 조건이 갖춰줘야 발동이 가능한 콤보들이기 때문입니다. 예를들면, 아이언맨의 커먼 카드들중 하나는 기본적으로는 카드 한장을 드로우 하는 능력이지만, 이전에 플레이한 카드가 기계그룹(?) 이었다면, 추가로 한장을 더 받게되는 능력이 추가 발동 됩니다. 스파이더맨의 경우 이전에 플레이한 카드가 엑스맨 그룹이었다면, 추가로 공격력이 올라가는 능력도 존재합니다. 2장의 카드가 있다고 했을때, 무엇을 먼저 플레이 하느냐에 따라서 능력이 달라지기에 매턴 고민을 안할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협력이면서, 궁극적으로는 경쟁이 됩니다.
초반에는 쌓여가는 빌런을 견제하면서, 히어로를 모으려면 협력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어느정도 강력한 덱 구성을 마친 뒤에는 승점 관리(?) 에 들어가게 됩니다. 도미니언의 경우 상대편이 속주 카드를 얼마나 가져갔는지 2인플이 아닌이상 정확히 알기 어렵고, 게다가 다른 승점까지 포함되면, 끝나기 전까지 잘 모르지만, 이 게임은 결과를 미리 알수 있습니다. 딱 보니 이거 끝나면 내가 지는데? 라는걸 뻔히 알기에, 어차피 친거 차라리 마스터마인드의 지구 침공 계획을 도와줘서 같이 망해버리고, 무승부를 만드는 전략적(?) 인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강력한 덱을 갖고 있어서, 다 이긴 게임이라고 생각한 플레이어의 가슴은 찢어지겠지만....)
결국, 테플을 마친 후의 소감은.......도미니언 보다 재밌다 입니다.
사실 저희는 사정상 거의 2인플만 하게 되는데, 도미니언의 경우, 경우의 수는 바뀌지만, 특별히 공격을 들어오지 않는 이상 상대편이 뭘 가져가는지, 무슨 콤보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지 관심이 거의 없습니다. 관심있는건 속주를 몇장 가져가는지 그 수만 세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리플레이 성이 뛰어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저희집에서는 그다지 잘 돌아가지 않게 됩니다. 즉, 게임은 재미나지만, 인터액션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레전더리 마블 덱 빌딩은 게임시작부터 인터액션이 자연스럽게 발생됩니다.
"나 지금 공력력이 2 밖에 안돼서 잡을 수 있는게 없다! 니가 빌런 좀 잡아서 위기를 면하자" 정도는 자주 나오게 되는 대화입니다.
"내가 지금 이 빌런 잡으려고 하는데, 하이드라 잡은게 없으면 상처카드 받게될 상황이인데, 지금 하이드라 잡은거 있어?" 라고 물어보는 대화도 종종 발생합니다.
인터액션이 자연스럽게 생기다보니 웃고 즐기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게다가 플레이 타임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30~40분 수준입니다. 좀 괜찮은 덱 구성이 되었다 싶으면, 끝나서 아쉬운 마음에 한판 더! 를 외치고 싶더군요. (물론, 밤이 깊어서 그냥 잤지만......)
꽤 재밌고, 훌륭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게임이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세팅하는게 귀찮습니다. 도미니언은 그냥 카드 꺼내놓고 바로 시작! 이게 가능하지만, 이건 위에 설명해 놓은 대로, 마스터마인드, 스킴, 빌런덱을 랜덤으로 구성하고, 잘 섞고........
히어로 카드 5종류를 랜덤 구성하고 또 섞고.......
이것만 해도 벌써 2~3분은 그냥 지나갑니다.
그리고, 끝나고 카드 분류 정리 작업 하는것도 일입니다 .(뭐 이건 도미니언도 마찬가지이니 큰 단점은 아닐수도 있겠군요)
그리고, 가장 치명적이라고 생각되는건, 히어로 카드의 일러스트가 모두 동일하다는 겁니다. 특히나 울버린의 경우는 테두리 색깔도 그놈이 그놈이라서, 아까 집어왔던거랑 같은거라 생각되어서 가져왔더니만, 다른 능력일때의 황당함. 나나도 이점을 지적하면서, 오빠가 카드 한글화 자료 만들때, 능력이 다른 카드들은 그림 다른거로 해서 눈에 확 띄게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더군요.
이런 사소한 단점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즌스 이후에 꽤 오랫만에 나나가 즐거워 하는 게임을 찾아서 나름 흡족해하고 있습니다. (무한 확장의 두려움도 느끼고 있습니다만.....)
오늘부터 카드 한글화 자료 만들면서, 사용할 멋진 일러스트 찾으러 구글링을 시작해야겠군요 (이미 긱에서는 다수의 사용자가 커스텀 자료를 만들어서 사용중이더군요)
혹시라도 저처럼, 도미니언의 아쉬움을 달래줄 게임을 찾던중이신 분들이라면, 레전더리 마블 덱 빌딩은 그 아쉬움을 채워줄 수도 있을테니, 기회가 되면 꼭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