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리뷰] 덜 알려져서 아쉬운 게임 - 글라스 로드
안녕하세요, 익퓨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게임은 <글라스 로드>입니다.
글라스 로드
Glass Road(2013)
1-4인(2인 최적), 20-80분 소요, 언어 의존도 다소 있음, 긱 AVG rating 7.47, 긱 랭킹 209위
작가: Uwe Roserberg
<아그리콜라>로 유명한 우베 아저씨. 1년에 신작을 1개씩 발표하는 디자이너도 드문데, 우베 아저씨는 매년 2~3개의 신작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지난 게임들의 확장들도 만들어 내고 있으니 가히 보드게임 공장장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게임들이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데도 몇몇 게임들을 제외하고는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으니 경이로울 지경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는데요. 노라조 급은 아니지만, 게임들의 자가복제 경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전작에서 본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오는 경우가 꽤 많은데요.
<글라스 로드>는 <기도하고 일하라>의 자원 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온 게임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건축 메카니즘을 <누스피요르드>에서 활용하고 있죠.
<기도하고 일하라>
우베 아저씨가 언제부터인지 세계 여행을 다니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특정 지역을 테마로 한 게임들을 꾸준히 만들고 있는데요.
<글라스 로드>도 그 중 하나입니다.
독일의 동남부 쪽, 체코와의 접경지역 근처에 250km에 달하는 글라스 로드가 있습니다.
17세기 말에 이 지역에는 약 60개의 유리 공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현대적인 유리공장도 있고,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소규모 공예점들도 있다고 합니다.
근처에는 바바리안 숲 공원이 있어서 주위 경관들도 아름답다고 합니다.
진짜 글라스 로드
<글라스 로드>는 전형적인 유로게임입니다.
<마녀의 물약>이나 <브룸 서비스>에서 사용되었던 메카니즘을 여기서도 사용합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의 눈치를 살피며, 다른 플레이어들이 안 골랐을 것 같은 카드를 고르는 그 메카니즘 말입니다.
매 라운드 플레이어들은 총 15장의 액션 카드 중 5장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 뒤, 모든 플레이어들은 선택한 5장의 카드 중 다시 한 번 플레이할 카드 1장을 선택합니다.
1장씩 선택하고 나면 선 플레이어부터 시계방향으로 공개를 하고 공개된 카드에 따라 액션을 수행합니다.
액션 카드에는 2가지의 액션이 그려져 있는데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 2가지의 액션을 모두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공개한 카드가 다른 플레이어가 선택한 5장 중 1장이라면, 2가지의 액션 중 1가지의 액션만 수행할 수 있습니다.
공개된 카드와 같은 카드를 선택한 플레이어는 그 카드를 공개하고, 마찬가지로 2가지의 액션 중 1가지의 액션을 수행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카드 선택을 3번하게 되면 한 라운드가 끝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플레이어가 절대 안 고를 것 같은 액션 카드 3장을 선택하고, 반대로 다른 플레이어가 반드시 고를 것 같은 액션 카드 2장을 고르는' 것이 됩니다.
이 방법이 제대로 먹히면 5장의 액션카드를 모두 사용할 수 있고, 총 8개의 액션을 할 수 있습니다.
15종의 액션 카드들
일본 프로야구 신인지명은 1라운드에 한해 정말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바로 구단이 원하는 선수 1명을 지명하는 방식입니다.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여러 구단이 원하는 선수가 겹쳤을 때 특별한 점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제비뽑기로 결정합니다.
정말 좋은 선수의 경우 여러 구단이 탐낼 것이므로 안전하게 2~3번째로 좋은 선수를 지명할 것이냐,
다소 무리하더라도 가장 좋은 선수를 지명할 것이냐의 눈치싸움이 치열합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원하지 않는 구단이 지명할 경우 선수가 입단거부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혼햄 파이터스라는 구단은 시종일관 그 해 최대어를 지명하는 '남자의 선택'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1989년 신인드래프트, 12개 구단 중 8개 구단이 지명한 노모 히데오의 위엄
게임 얘기로 돌아와서, 액션들은 크게 3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자원을 얻기 위한 기반시설을 만드는 액션
2. 자원을 얻는 액션
3. 건물을 짓는 액션
그런데 이 게임에서 점수를 얻는 주요수단은 바로 건물입니다.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구요.
자원을 얻는 액션에는 2종류가 있는데, 정해진 수만큼 자원을 받는 액션과 기반시설의 수만큼 자원을 받는 액션이 있습니다.
후자의 액션 때문에 기반시설을 짓게 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4라운드밖에 하지 않는 게임입니다.
후반을 노리기 위해 기반시설을 늘리다가는 앗하는 순간 게임이 끝나버립니다.
이 기반시설들은 건물이나 숲과는 달리 원할 때라면 언제나 없앨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당히 꿀을 빨다가 없애버리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건물을 짓게 되는 개인보드는 가로 4칸, 세로 4칸이라 공간제약이 제법 있는 편입니다.
개인보드
자원관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이 게임은 독특한 자원관리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상위/하위 자원으로 나뉜 자원의 이분화입니다.
유리와 벽돌은 상위자원입니다.
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석영가루, 음식, 물, 숯, 나무가 각각 1개씩 필요합니다.
벽돌을 만들기 위해서는 숯, 진흙, 음식이 각각 1개씩 필요합니다.
이러한 자원현황은 자원 휠에 표시하는데요.
원할 때 하위자원을 없애고 상위자원을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쌓이면 자동으로 생산이 됩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도 항상 신경을 써 줘야 합니다.
아직 플레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가끔씩 이 부분에서 실수를 하시곤 합니다.
자원 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게임에서 점수를 얻는 주요루트는 바로 건물건설입니다.
총 93개의 건물타일들이 있는데요.
건물도 종류가 3가지 있습니다.
1. 게임 중 아무 때나 자원을 다른 자원으로 교환해 주는 파란색 건물
2. 짓는 즉시 효과를 적용하는 노란색 건물
3. 게임이 끝났을 때 추가 점수를 주는 빨간색 건물
이 각각의 건물들이 굉장히 제한적으로 제공됩니다.
여기에서 이 게임의 리플레이성이 나옵니다.
건물들로 테크트리를 타는 게임이기 때문이죠.
게임을 할 때마다 새로운 테크트리를 시험해 보고 싶어집니다.
게임이 중후반부로 넘어가게 되면, 각 플레이어들이 건설한 건물들 때문에 선호하는 액션이 나뉘게 됩니다.
반면 건설 액션의 경우는 누구나 하고 싶은 액션이 됩니다.
눈치싸움의 2막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마녀의 물약>이나 <브룸 서비스>와 다르게, 5장을 선택해서 3장만 플레이하는 것의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한 플레이어만 꿀을 빨게 두지 않기 위해 내 액션을 희생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양한 건물들
처음 게임 셋업을 완료하고 나면, 가장 탐이 나는 테크트리가 보일 때가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노모 히데오 같은 테크트리 말이죠.
하지만 모두가 그 테크트리를 타려고 한다면 한 걸음 물러나 차선책을 택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노모 히데오 대신 지명했던 선수들 중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도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액션 선택을 할 때 눈치 싸움이 재밌으셨던 분들에게는 <브룸 서비스>를,
이 게임에서 건물 건설이 재밌으셨던 분들에게는 이 게임의 건설 시스템과 일꾼놓기를 결합시킨 <누스피요르드>를 추천합니다.
<브룸 서비스>
<누스피요르드>
*삼삼리뷰는 세 명의 리뷰어가 각자의 독특한 색으로 한 가지 게임을 리뷰하는 삼인삼색 리뷰 시리즈입니다.
저는 시니컬 블루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룰과 관련된 이야기와 함께 알아봤자 쓸데없는 상식을 버무린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