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냐 제방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로우랜드 리뷰
<로우랜드 리뷰>
북해의 한 작은 마을인 로우랜드lowland에는 여러 가족들이 근근이 양을 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한 가지 중요한 관심사가 있습니다.
나쁜 날씨와 낮은 지대 때문에 언제 폭우로 바다가 일렁이고, 집채만한 파도들이 양을 휩쓸어 갈 지 모른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마냥 자신의 이득을 위해 양을 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양들을 모른 체 하고 제방을 쌓으러 나갈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족들이 굶주릴 테니까요!
정말 게임 표지에 두 개가 그려져 있습니다: 양 그리고 강둑.
출처: Boardgamegeek
로우랜드는 Claudia Partenheimer와 Ralf Partenheimer 라는 두 분의 작가가 만들고, 그 유명한 우베 아저씨가 제작에 참여하여 우베의 인증을 받은(?) 게임입니다.
그에 따라 게임 전반적으로 상당히 우베의 냄새가 솔솔 풍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첫 플레이를 하면서 상당히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느낀 점들을 리뷰로 간략히 풀어 보려고 합니다. 물론 룰북 딱 한 번 읽고, 한 번 플레이 해 본 후에 적는 것이기 편파적이고 부족한 점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냥 첫인상 정도로만 생각하고 읽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서론>
앞서 설명했다시피, 저희는 낮은 농장 지대인 로우랜드에서 양을 치는 양치기 가족이 됩니다. 우베의 게임이(비록 우베의 게임은 아니지만!) 대개 그러하듯이,
여러 자원을 모으고, 건물과 농장 설비를 건축하고, 울타리를 치면서 양을 열심히 키우고 번식시켜야 하죠. 이게 전부였다면 아마 이 게임에 대한 흥미는 거의 없었을 겁니다.
만일 그랬다면 제겐 크작피 ver.2 정도, 또는 아그리콜라의 열화판 정도로밖에 안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매우 독특한, 로우랜드만의 시스템이 등장합니다.
강둑(제방)을 쌓는 액션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은 서로 간의 눈치싸움과 쫄깃한 상대방과의 줄다리기를 시작하게 되죠.
이건 뒤에서 한번 더 언급할 테니 이 정도만 해 두죠.
<게임 규칙>
게임을 세팅한 모습입니다. 좌측은 개인 보드, 우측은 공용 보드입니다. 디자인은 꽤나 수려하고, 잘 알아볼수 있게 되어 있는 편입니다.
출처 - Boardgamegeek
(설명의 편의상 룰북과 다른 단어를 사용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게임은 총 3라운드 동안 진행이 됩니다. 매 라운드는 액션-정리-액션-정리-해일 이라는 5개의 단계로 구성이 되는데요, 각 단계를 가볍게 짚어보도록 하죠:
1. 액션 단계에서는 선 플레이어부터 돌아가며 일꾼을 배치하고 액션을 합니다.
이 때, 각 플레이어는 3명의 일꾼을 가지고 있는데요, 서로 다른 액션 포인트를 가지고 있어 어떤 일꾼을 어디에 사용하는지를 잘 생각하여야 합니다.
이 각 액션 칸은 플레이어별로 개인 판에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선점되지 않습니다. 일꾼 놓기 치고는 독특하죠.
또한 같은 칸을 돈만 내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꽤 널널한 편이에요. 액션은:
1. 알맞은 자원 지불하고 건축하기.
2. 같은 자원 지불하고 강둑 쌓기
3, 같은 자원을 지불하고 울타리를 치거나 옮기기
4. 양을 사거나 팔기
5. 자원 카드 받기
의 종류가 있습니다. 이를 원하는 순서대로 3가지 골라서 하면 한 액션 페이즈가 종료되는 것이죠.
이 때 일꾼의 포인트에 따라 해당 액션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가 결정되므로 적절한 배치가 중요합니다.
4짜리 일꾼으로 5번 액션을 하면 자원 카드를 4장 받지만. 2짜리로 하면 2장 받는 식으로 액션의 세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2. 정리 단계에서는 일꾼을 다시 데려오고, 양이 번식하며 수입을 받습니다. 또한 해일 카드를 펴서 수위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확인합니다.
이를 두 번 반복하고 나면,
3. 해일 단계에서 해일이 밀려오는데, 이 해일을 제방이 버틸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중간 정산을 실시합니다.
이러한 순서에 따라 3라운드를 반복하고 나면, 최종 점수 계산을 하고 나서 승점이 제일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참 쉽죠?
물 넘친다, 피해!!!!!!
<느낀 점>
앞서 이미 말한 바 있지만, 이 리뷰는 단 한 번의 게임을 즐긴 후에 작성했기에 게임의 모든 부분을 확실히 이해하고 느낀 후 적는 것이 아니며,
그에 따라 차후에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그저 처음 보고 느낀 점들을 술술 풀어 놓는 정도라고 생각해 주셔요!
가볍게 장단점을 짚으며 알아보죠.
<장점>
1. 독특한 시스템과 그를 뒷받침해 주는 적절한 테마
이 게임에서 주 승점을 주는 루트는 두 가지입니다. 게임 종료 시, 양의 마릿수와 얼마나 강둑을 쌓는 데 기여했는지에 따라 점수를 받게 되는데,
테크에 따라 다르겠지만 해당 점수가 전체 점수의 약 40~70% 정도를 차지하게 됩니다(나머지는 건물 점수와 돈). 그만큼 게임의 중요한 두 축이며 핵심 요소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강둑이 튼튼해서 잘 버틸수록, 양이 안전해지므로 양의 게임 종료시 가치가 올라가며, 둑의 점수는 낮아집니다.
반대로 강둑이 툭하면 터진다면 불안정한 자산인 양의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둑에 기여한 사람은 큰 승점을 받죠. 이 곳에 로우랜드의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둑을 열심히 쌓되, 적당히 터질 정도로 쌓아야 하며, 양을 열심히 모으되, 둑이 터지지 않을 만큼은 기여를 해야 한다. 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게임을 진행하며 계속 ‘독특하고 재미있는데?’ 라고 느낀 점이 바로 이 점이었습니다. 한 명이 그냥 둑만 열심히 쌓으면, 둑에는 기여하지 않고 양을 열심히 모으는 사람이 이득을 봅니다.
그렇지만 그냥 양만 열심히 모으면, 둑이 터져 자신의 양이 파도에 휩쓸려 가게 됩니다. 또한, 잃게 되는 양의 양은 1등과 자신의 차이 만큼을 잃게 되므로, 적절한 레이싱 요소와 눈치싸움 요소가 잘 섞인 핵심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스템이 없었다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적절한 보너스와 페널티가 주어져, 게임 종료시까지 꽤나 타이트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마치 쓰루에서 누군가가 군사를 달리면 싸한 느낌이 들듯이, 한명이 혼자 둑 점수를 쭉쭉 올라가고 있으면 꼴지들은 상당히 불안해집니다.
또한, 시스템은 이를 잘 뒷받침해주는 훌륭한 테마가 존재하기에 더욱 빛을 발합니다.
양을 쳐야 우리 가족이 먹고 사는데,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하면 다같이 망하게 되는 로우랜드 양치기들의 딜레마를 게임으로 훌륭히 이식해 두었다는 생각입니다.
개릿 하든이 말한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 를+왜 공산주의가 망하는가를 절실히 느끼게 된 게임이었어요.
마지막에 둑이 깨지면 1등과의 차이만큼 양을 토해내야 합니다. 파랑색은 양 10마리...가 쓸려가겠네요. 약 30점의 가치입니다. 주륵...
2. 높지 않은 복잡성과 그에 따른 적절한 난이도
보드게임 초보자들과 오딘이라던가, 르 아브르나 쓰루 같은 걸 하면 대개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것을 많이 느껴 보셨을 것입니다.
그 게임의 복잡도가 초보자, 또는 첫 플레이어가 유기적 흐름을 이해하기엔 너무 복잡해서 일어나는 경우죠. 할 수 있는 것은 너무 많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으니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점수는 나락으로, 흥미를 잃기 일쑤입니다. 그런 점에서, 로우랜드는 초보자도 전략러도 적절히 포용할 만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양과 제방이라는 명확한 두 가지 가시적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건물은 최대 4개밖에 지을 수 없다는 제한을 두고 있어 고수 한 명이 모조리 쓸어가며 스노우볼링을 굴리기도 힘듭니다.
일꾼 놓기의 제한을 상당히 풀어 놓고, 자원의 교환 등 게임을 좀더 원활히 굴러가게 하는 윤활유들도 적절히 뿌려져 있죠. 양이 두 마리마다 한 마리씩 꾸준히 늘어나고, 제방을 지으면 착실하게 보드에 두툼한 나무토막들이 착착 쌓이기 때문에 상당한 성취감도 느낄 수 있죠. 그럼에도 건물 간의 콤보나 배치 제한, 넉넉치 않은 일꾼 개수 때문에 전략러들도 충분한 흥미를 느끼며 고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두었죠. 꽤 괜찮은 전략 게임의 포지션을 잡고 있다고 봅니다.
3. 훌륭한 컴포넌트
다른 건 몰라도, 파도 토큰과 제방 토큰이 너무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여러 층으로 쌓일 수 있어서 정말 파도가 몰려오는 것이 잘 느껴져요. 양치기들의 심정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냥 이걸 트랙이나 카드로 만들었다면 많이 아쉬웠을 것 같아요. 그 외에도 농부 마커도 큼직큼직하고, 양 토큰도 넉넉히 들어 있습니다.
파도도 제방도 이쁩니다. 서로의 높이가 딱 맞아 비교하기 편합니다. 정말 파도를 제방으로 막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들어요. 파도 일러스트는 보너스.
6 카드가 나오면 다같이 혼란과 공포에 빠집니다.
<단점>
1. 아쉬운 전략의 깊이와 리플레이성
앞서 언급한 오딘이라던가, 르 아브르라던가 하는 여러 전략게임들은 그 깊이가 깊음에 따라 여러 가지의 점수 루트와 만들수 있는 콤보가 존재하며, 우베의 비슷한 포지션(적절한 난이도의 전략 게임인)을 차지하고 있는 누스피요르드는 수많은 건물 카드로 매번 플레이마다 다른 느낌을 주곤 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총체적으로 모여 결국 게임의 리플레이성을 결정짓게 되죠. 그런 점에서, 건물은 고작 12+12+6 개로 하여 30개(심지어 추가 점수를 주는 해일 건물은 6개뿐입니다), 설비도 16개에 불과한 로우랜드는 두세판만 하면 이미 모든 건물들을 다 이용해볼 정도입니다.
물론 등장 타이밍 등에 따라 그 콤보의 구성하는 맛과 타이밍은 항상 달라지겠지만, 역시나 매 게임, 다른 덱을 이용하면 다른 느낌을 주는 누스피요르드나 오딘, 아그리콜라에 비하면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가볍게 쳐내는 과정의 필수적인 부산물일지도 모르지만요. 또한, 아무리 여러 변주를 줄 수 있다고는 하여도, 자원을 모은다 > 울타리와 둑을 짓는다 > 양을 키워 점수를 번다 의 큰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 것도 약간은 아쉽습니다.
농장이 끝나고 나면 생각보다 부실합니다. 아콜 생각하면 그 비주얼이 안 나와요. 어쩌면 이게 현실에 더 가까울지도?
2. 인터랙션의 부재
저는 일꾼 놓기를 상당히 선호하는 편입니다. 깔끔하고 잘 시각화 되어 있기도 하지만, 남과의 그 인터랙션을 예측하고 중요한 칸을 선점하는 선 싸움, 칸 싸움의 매력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비록 같은 판을 쓰지만 매 순간 순간 액션의 가치가 변동하며, 그 과정에서 상대의 수를 미리 예측하고 막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 상당한 매력으로 느껴집니다.
그런 점에서 로우랜드의 일꾼 놓기 시스템은 일꾼 놓기의 탈을 쓴 액션 포인트나 다름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다소 심심하고 밋밋한 느낌이었어요. 인터랙션이라고 해 봐야, 자원 카드 가져가기라던가 건물 선점 정도가 전부였구요. 그렇지만 이건 오히려 제방 건설의 레이싱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인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만큼 꽤나 제방 시스템이 영리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일지도요.
왼쪽의 칸이 일꾼 배치 칸입니다. 선점당할 일 없는 개비스콘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3. 잡다한 컴포넌트+직관적이지 못한 건물 아이콘
별 거는 아니지만, 컴포넌트가 좀 잡다합니다. 우베 게임이 으레 그러하지만 가벼운 전략의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 치고는 상당히 많습니다. 세팅도, 치우기도 귀찮습니다.
조금 더 인터페이스를 개선하거나 자그마한 요소들은 쳐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어요.
그리고 건물 아이콘이... 너무 직관적이지 못합니다 ㅜㅜ. 부록 옆에 끼고 플레이해야 해요 ㅋㅋㅋ
<마치며>
리뷰 쓰는 건 이전의 바이오스 메가파우나 에 이어 두 번째인데요, 귀차니즘에 사로잡혀 사는 요즘의 저에게 이거 리뷰 써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들게 한 게임이네요!
상당히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뭐라고 말 할 수는 없는데 우베 같은 우베 아닌 우베 같은 너 같은 느낌이에요-_-;;
분명 우베의 터치가 모든 곳에 들어가 있는데 또 그게 독특하고 좋네요ㅋㅋㅋ 몇번 더 해 보면서 다른 느낌들도 한번 느껴 보고 싶군요!
그럼, 다들 즐거운 보드라이프 되시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