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 펭귄파티 리뷰 : "20초 안에 설명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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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31 오전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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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08년

게임 타입 : 핸드관리, 손털기, 어린이게임

플레이 타임 : 15분

플레이 인원 : 2-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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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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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펭귄 게임 두 가지를 동시에 접했습니다. 아이스쿨과 펭귄 파티인데요. 생각보다 아이스쿨에 대한 리뷰가 늦어지고 있네요. 그래서 오늘의 리뷰는 펭귄 파티로 대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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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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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파티는 색깔별로 7장, 7장, 7장, 7장, 8장으로 이루어진 카드로 하는 손털기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카드를 똑같이 나누어 받은 뒤 돌아가며 카드를 하나씩 버려가며 커다란 피라미드를 만들어가죠. 자기 차례가 되면 카드를 내려놓기 위해 두가지 액션 중 한가지를 택해야 합니다.

1. 가장 밑 층에 8장 이하의 카드가 있다면 한 장을 붙일 수 있다.

2. 두 장의 카드 위에 카드를 쌓을 수 있다. 단, 밑에 깔린 두 장의 카드 중 하나와 색이 같아야 한다.

자기 차례 때 카드를 버릴 수 없다면 게임에서 탈락하며 손에 든 카드 한 장당 1점씩 감점을 받습니다. 만약 카드를 모두 털어내면 기존에 받은 감정 중 2점을 반납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카드를 내려놓을 수 없다면 라운드는 종료됩니다. 이렇게 인원 수 만큼 라운드를 반복한 뒤 가장 적은 감점을 받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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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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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파티는 특정 국가에서만 인기가 높은 게임 중 하나입니다. 이 게임에 대해 캐내디언 보드게이머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이 게임의 존재를 전혀 모르더군요. 표본이 적으니 아무도 모른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만 잘 알려진 게임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럼 펭귄파티를 해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이야기를 해볼까요.

1. 규칙 설명에 20초

과장이 아니라 펭귄 파티의 규칙은 20초 안에 설명할 수 있습니다. “카드 한 장을 골라 8층에 붙이거나 색에 맞춰 쌓아올린다. 둘 다 할 수 없다면 탈락하고 손에 든 패만큼 감점을 받는다. 다 털면 기존에 받은 2점의 감점을 제거한다.” 라고 간단히 설명하고 바로 진행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이상 간결하게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워요. 나이가 아주 어린 아이도 충분히 게임을 배울 수 있을 듯 합니다. 게임자체가 굉장히 간단하기에 가능한 일이죠.

2.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필러게임

펭귄파티 같은 필러게임은 무거운 게임 중간 중간에 등판하여 사람들의 긴장감과 피로감을 해소 시키는게 목적입니다. 그렇기에 쉬운 규칙, 넓은 범위를 포용하는 인원 수, 빠른 진행은 상당히 중요하죠. 이 점을 간과하면 게임 사이사이에 끼우기엔 무겁고, 그렇다고 주인공 게임으로 돌리기엔 너무 가벼운 애매한 위치의 게임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실제로 이런 미묘한 포지션의 게임이 시장에 제법 나와있죠. 그런 점에서 펭귄 파티는 필러게임으로서 혹은 어린이를 위한 게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위치를 확실히 하는 게임은 애매한 게임보다 쓸모가 많은 법이죠.

3. 간단하지만 심오한 핸드관리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차례가 올 때마다 카드를 내려놓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결국 어느 쪽을 택해도 카드를 하나 털어내니까 마찬가지 아냐?” 싶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선택 하나 하나가 상당한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킵니다. 피라미드 형태라는 좁은 공간에 카드를 놓다보니 언제, 어디에, 어떤 타이밍에 놓느냐에 따라 특정 카드가 고립되고 살아나며 생사가 갈리기 때문이죠.

특정 색을 구석으로 몰아가며 해당 색상의 소유자들에게 압박을 넣거나, 남을 견제하는 대신 내가 보유한 색상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가며 안전하게 카드를 소비할 수 있도록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옆사람과 무언의 협력을 통해 1등을 견제하는 작당모의(…)를 펼치기도 하고, 인원에 따라선 대놓고 “저 놈을 죽여라!” 하고 괴롭히기도 합니다. 견제 싸움 속에서 멀뚱멀뚱 보고 있다가 덩달아 내 카드도 죽어버리며 피를 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펭귄 파티는 규칙 설명 / 후기만 보면 ‘이게 무슨 재미로 하는 게임이야?’ 싶은 인상을 줍니다. 간단한 규칙 속에 저런 더러운 뒷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게임을 해보아야 숨겨져 있던 다양한 견제와 압박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 이대로 가면 내 패가 죽는데? 어차피 죽을거면 너도 죽어.” 하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플레이어들은 진정한 펭귄 파티의 재미를 알게 됩니다.

자, 그럼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요.

1. 3-4인 vs 5-6인

이걸 장점으로 넣어야 할 지 단점으로 넣어야 할 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단점에 넣기로 했어요.

펭귄 파티는 2-6인까지 지원합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3-4인과 5-6인의 느낌이 사뭇 달라요. (2인은 해보지 않았지만 3인과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3-4인은 손에 있는 카드도 충분한데다 내 차례가 올 때마다 피라미드에 변화가 크게 없기 때문에 ‘내 패를 어떤 순서로 사용하는가’, ‘특정 색을 막았을 때 누가 죽는가’, ‘상대방을 고립시킬 것인가 내 기반을 다질 것인가’, ‘이 카드는 몇 턴까지 들고 버틸 수 있는가’ 등 좀 더 전략적인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5-6인에서는 내 차례가 올 때마다 피라미드에 이미 4~5장의 카드가 깔리기 때문에 전술로 게임을 통제 할 수 없어요. 결국 게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끌려면 플레이어들에게 말을 걸며 “쟤를 죽여” 라던가 “난 꼴찌니까 이거 건드리지 말아줘” 같은 정치질(…)을 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누군가 휙 하고 던진 돌에 맞고 죽을 수 있어요. 결국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는 전략이 아닌 정치와 운으로 결정이 됩니다. 게임의 무게가 굉장히 가벼워지죠.

결국 펭귄파티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 이 두 가지 모습 둘 다 제게 옅은 인상을 주었어요.

일단 저는 카드 한장 한장의 의미가 크게 부여되는 3-4인이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4-6인을 하느니 3-4인을 즐기겠어요. 그런데 펭귄파티보다 제게 더 많은 재미를 주는 3-4인용 필러게임은 굉장히 많습니다. 당장 생각나는 몇 가지를 꼽자면 하나비, 보틀임프, 비블리오스, 컬러레또, 러브레터 같은 게임이 있군요. 게임도 쉬운데다 운 & 생각할 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에 좀 더 자극적(?)인 재미를 주죠. 리플레이성도 굉장히 높고요.

3-4인용 필러게임으로 펭귄파티를 선택할 이유가 딱히 없다면 5-6인용으로 써야 한다는 뜻인데… 5-6인에는 스컬킹, 위자드, 코드네임즈, 딕싯, 포세일, 레지스탕스, 스파이폴, 텔레스트레이션, 픽토매니아 같은 게임들이 널려있습니다. 펭귄파티가 한 자리 잡아보려고 몸을 비비기엔 너무나도 강력한 라인업이죠. 차라리 3-4인쪽이 경쟁 해볼 여지가 남아있을 정도로 압살 당하기 쉽습니다.

게임이 너무 간단하다보니 어느 쪽으로 가도 펭귄파티만의 경쟁력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정말 펭귄 파티가 취향에 맞지 않는 이상 구태여 이 게임을 할 이유가 없었죠.

전체적으로 꽤 흥미로운 게임이었지만 상기했듯 3-4인 & 5-6인 모두 펭귄 파티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게임들이 충분히 보입니다. 어린 아이들이나 보드게임을 정말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펭귄파티를 통해 서로 견제하고 괴롭히는 법을 소개해준 뒤 좀 더 풍부한 재미가 있는 게임으로 금방 넘어갈 것 같아요. 꾸준히 할 것 같진 않지만 가끔 생각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블로그 :: 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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