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뇌 우뇌 분열의 인터-브레인 식 간단 후기 - 인터스텔라

까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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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7 오후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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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를 잘 씌운 “전략” 게임에 열광하는, 테마 플레이어(이하 우뇌)와 유로 플레이어(이하 좌뇌)의 경계에 있는 플레이어로서, 두 번의 인터스텔라 플레이를 마친 후 저의 우뇌와 좌뇌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렸습니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과도한 1인플로 분열해 버린) 저의 두 뇌(두뇌 아니고 두 뇌) 각각의 입장에서 바라본 2개의 짧은 후기로 작성해 보았습니다.ㅋㅋ

우뇌의 후기

아래는 두 번째 플레이를 복기하면서 우뇌가 재구성한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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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를 떠날 때까지만 해도 한 마음이었으리라.
인류가 번성할 수 있는 새로운 땅을 찾는 것.

하지만 권위주의 에리스는 함장이 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이 길의 끝에 모두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권위주의 미래 세대를 위해, 권력을 가졌을 때 최대한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에리스는 다른 이념이 얻은 너겟을 압수하고, 신체 개조에 도움이 되는 연구실에는 직접 들어가고, 도움이 안되는 유지보수에는 다른 일꾼을 보냈다.

그렇게 악착같이 개조 이식에 힘써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불멸의 신체를 가진 포스트 휴먼이 되었다.

포스트 휴먼이 된 에리스

그리고 엑소더스는 함선의 선수가 날아가는 큰 사고 끝에 프로시온 A 골디락스를 테라포밍하여 무사히 착륙에도 성공한다.

그런데 결국 이 우주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다.

베일을 벗은 우주의 실체는 OXX

나는 무엇을 위해 정신과 육체를 모두 개조한 것일까…
존재하지 않는 것이 불멸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인가…

에리스의 독백 위로 “GAME OVER” 스크립트가 점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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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뇌의 입장에서 본 인터스텔라는 게임이 아닙니다! 이것은 한 편의 SF 소설이죠.

기대만큼 테마뽕이 미쳤습니다. 순간 순간 인터스텔라, 에일리언, 보이저스 등 여러 영화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이렇게 게임 중에 등장하는 여러 클리셰들이 게임이 끝나고 복기하는 과정에서 한 편의 SF 드라마로 재구성되는 과정이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이 드라마의 스토리가 앞으로도 풍성하게 이어질지, 매 플레이마다 새로운 반전을 제공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뜨네요.

좌뇌의 후기

인터스텔라에는 게임이 갖추어야 할 요소가 뭉텅이로 빠져 있습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의 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고 봐야죠.

보통 게임이라 하면 경쟁 관계의 상대 플레이어나 극복해야 하는 게임 시스템이 존재하고 이겨냈을 때의 보상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협력 게임이라 경쟁할 상대가 없고, 게임 시스템은 계산만 잘 하면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릴 뿐 위험 요소 없이 안정적으로 승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플레이어간 인터랙션의 명분이 없습니다.

플레이어의 모든 정보가 거의 공개이고, 함장이라는 공인된 알파 플레이어가 있어 함장이 마음대로 해도 됩니다. 심지어 협력 게임이라 반란의 명분도 없어요. 중간에 경쟁으로 게임을 전환시킬 수도 있지만 그래야 할 명분마저 딱히 없다는 것이 문제네요.

세 번째는 게임의 위험 요소들이 회복 탄력성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위험 요소란 그것을 감수했을 때 보상이 있고, 실패하더라도 회복할 여지를 주기 때문에 이 위험들을 피할지 감수할지 선택하고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게임에 긴장감이 더해지는데, 인터스텔라에서는 위험을 감수했을 때의 보상이 없거나 크지 않고, 실패했을 때에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예를 들면 게임에서 성간운이라는 위험 지대가 있는데 이곳을 그냥 지나게 되면 함선의 일부가 날아갑니다. 이때 해당 구역에 있는 모든 연구실과 사이보그가 죽고, 이후 해당 카테고리의 카드는 아예 구매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날아간 구역은 게임이 끝날 때까지 절대 복구가 안되고요.

정확히 계산된 길을 기계적으로 따라가거나, 그냥 부딪혀서 부러지는 것 말고는 길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위험을 감수할까요?

이렇게 게임의 필수 요소들이 다 빠져 있는 인터스텔라는 게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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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인터스텔라에 대한 우뇌와 좌뇌의 평가는 “이건 게임이 아니다.”라는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네요.ㅋㅋㅋ

‘게임이 아닌’ 인터스텔라를 게임답게 만들고 좀더 풍성한 스토리를 더하려면 몇 가지가 추가되어야 하지 않았나 싶네요.

일단 사건 카드!
인터스텔라에서는 누군가가 트롤짓을 하지 않는 이상 큰 변수가 없어요. 주사위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주사위 굴리는 액션을 안해버리면 그만이거든요. 그래서 사건 카드를 통해 해당 라운드 동안 보상 또는 피해를 주거나 특정 액션을 강제하는 요소를 집어 넣어서 매 라운드마다 변수를 줬었으면 훨씬 긴장감 있는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또 이념 별 비공개 미션도 필요해 보입니다.
플레이어간 인터랙션이 없는 것은 플레이어 간에 비공개 정보가 없고 각 플레이어가 해야될 일도 뻔히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비공개 미션이 있고 이것을 달성했을 때 보상을 주도록 했다면 반란이나 경쟁 단계 전환 등의 명분도 생기고 플레이어간의 인터랙션도 더 활발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현재는 이념 간의 차이는 규제 정도나 캐릭터가 나이를 먹었을 때 얻는 능력 정도밖에 없는데 비공개 미션을 이념 성격에 맞게 구성한다면 훨씬 테마도 더 잘 살겠네요.

그리고 위험 요소를 감수했을 때의 대가를 몇 차례 유예시키거나 그 피해 정도를 경감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선체 폭발은 선체가 바로 날아가는 대신 그 위에 피해 토큰을 올려서 일정 개수가 쌓이면 날아간다든지, 수리 액션으로 피해 토큰을 제거할 수도 있게 해주고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플라즈마 롤이라는 위험 굴림도 있는데 이것도 거의 3분의 2의 확률로 선체가 날아가거나 사이보그가 속절없이 죽어 나가거나 하는 식이라 그냥 감수하기에는 너무 치명적입니다.

마지막으로 항성 탐사를 통한 함선 개조 요소가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하이 프론티어 4 올이 매력적인 이유는, 시작부터 해왕성 끝까지 날아가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일단 가까운 곳을 탐사해서 공장을 짓고 그곳을 기점 삼아 다시 한 발 더 나아가고 이렇게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발전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인터스텔라는 그런 부분이 없어요. 힘들게 첫 번째 항성에 도달했을 때 조건에 맞는 항성이면 즉시 게임 종료이고 만약 아니더라 해도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연료 정도 밖에 없어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조금씩 성장한다는 느낌, 더 먼곳으로 뻗어 가고 싶다는 욕구가 들지 않아요. 규칙이 조금 복잡해지더라도 새로운 항성에 도착했을 때 함선을 개량할 수 있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결국 인터스텔라는 테마성은 저의 기대에 부응했지만 게임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 한 아쉬운 후기를 남기게 됐네요.

아무튼 위에서 언급했던 요소들은 나중에 확장으로라도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안 나오면 내맘대로 만들어 버릴테닷!)

그럼 이만!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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