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스타터에 신작 보드게임 런칭하기 EP4 - 네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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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1 13:58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가장 골치가 아팠던 일을 고르자면 단연 네이밍, 즉 게임 이름 정하기 였습니다.

지금이야 저희 게임 이름이 Shaolia: Warring Cities(샤오리아 전국시대)로 확정되었지만, 대략 작년 10월부터 이름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지난 1월에 이름이 확정 되었으니 거의 3~4개월동안 이름을 갖고 씨름을 했던 것 같네요.

센스있고 식상하지 않으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름을 만드는 일은 원래 어렵습니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하는 게임 이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이를 원래보다 두배는 더 어려운 일로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영어를 잘 하고 못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에서 성장기를 보내지 않았고, 미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익숙할 대중 문화적 코드, 인터넷 문화의 코드를 공감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였습니다.

저희가 어떤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꽤 센스있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이게 미국인들 입장에서 어떻게 들릴지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죠. 마케팅에서 이름이 갖는 중요성을 생각해볼 때 대충 짓고 만족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몇 개월간 진행된 저희의 이름짓기 여정을 공유해드릴까 합니다.

1. 희망 단계

지난 2018년 10월 경, 이제 막 게임 벨런스가 어느 정도 완성 되고 아트웍과 테마에 대한 기획이 진행중이던 시기였습니다. 처음 게임 이름을 정하면서 저희는 아직 저희가 겪게 될 어려움을 상상하지 못한채 희망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있었죠.

꽤 많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당시 저희는 "대륙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 게임" 이라는 게임 컨셉에서 이름을 직접적으로 도출하려고 시도하고 있었고, 여러가지 이름 중 두 가지 정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Mainland

Middle Land

심플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름이라는 생각에 모든 팀원들이 마음에 들어 했었고, 생각보다 별 고생 없이 이름을 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약간 들뜨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팀 내부적으로 마음에 들었으니 저희는 여느 때처럼 원어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원어민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희의 예상과는 달리 돌아오는 외국인들의 반응은 굉장히 부정적이었습니다. "별로다", "뻔하다", "반지의제왕의 미들어스 짝퉁같다", "Mainland라는 단어는 홍콩이나 대만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다." 등 좋은 반응이 하나도 없었죠.

부정적인 반응에 살짝 당황했지만 워낙 쉽게 이름을 얻은 터라, 제대로 마음 먹고 브레인스토밍을 하면 곧 더 마음에 드는 이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희의 예상과는 다르게 네이밍은 몇 달 째 계속되는 미궁 속으로 빠져버리게 됩니다.

2. 좌절 단계

저희는 본격적으로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했습니다.

엄청나게 다양한 단어들과 다양한 단어들의 조합이 쏟아져 나왔지만 미국인들이 어떤 이름을 좋아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확신이 없으니 외국인 친구들의 이야기도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웠죠. 결국 저희는 페이스북 보드게이머 그룹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름이 좋은 이름이 아닐까"라고 좀 쉽게 생각했던 것이죠.

팀 내부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축적된 수많은 이름들 중 저희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추렸습니다.

이것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Fiverr"라는 사이트에서(미국의 다양한 프리랜서들과 구매자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브랜드 네이밍 프리랜서에게 몇 만원을 주고 네이밍 브레인스토밍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괜찮은 것도 몇 개 있었는데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더군요.

어쨌든 설문조사를 위해 구글 독스를 이용해 서베이를 만든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물론 참고를 위해 게임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아트웍도 첨부했습니다. 당시 설문을 했었던 이름들입니다.

1) Mainland Rise

2) Risepolis

3) Rise of Dynasty

4) Dragon Seal

5) Dueling Cities

6) The Great Continent

7) Dragon Dynasty

8) The First Emperor

9) Xiao Land

10) Rumble States

뭐 이런 이름들이었는데, 각 이름에 대하여 2가지씩의 질문에 답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충분히 차별화 되며, 신선하고 인상적이라고 느끼는가?" (5점)

"즉각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는가? 게임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도록 만드는가?" (5점)

이렇게 두 가지 질문 각 5점씩, 총 10점으로 각각의 이름을 평가하도록 된 설문이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어떤 이름이 가장 좋은지를 생각해볼 필요도 딱히 없이, 10점 만점에 5점을 넘게 받은 이름이 몇개 없었습니다.

설문조사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도 전부 부정적인 내용 뿐이었죠.

"난 마음에 드는게 하나도 없어", "내가 동네 보드게임 스토어에서 이런 이름들을 봤다면 별로 특별하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 같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3. 방향성 재정립 단계

저희는 벌써 몇 달간 이름에 대한 고민을 한 시점이었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우리가 게임 이름에서 주고 싶었던 느낌은 무엇이었을까?"

테마와 아트, 게임의 이름을 정해 나가는 과정은 일종의 브랜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우리 게임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일관된 느낌을, 감성을 전달할 수 있어야 좋은 브랜딩이겠죠.

애초에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은 무엇이었을까요?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는 아트디렉팅을 다루는 에피소드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저희가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 좀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커뮤니케이션의 '컨셉'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치열한 장난감 마을"

저희 게임은 도시에 다양한 카드들을 건설하고 이들의 능력을 활용해 상대와 대결하는 게임입니다. 다양한 능력을 지닌 카드들을 조합해 나만의 전략을 만들 수 있다는 점과 다이나믹하고 치열한 게임 경험이라는 게임의 핵심적 매력에서 뽑아낸 커뮤니케이션 컨셉입니다.

커뮤니케이션 컨셉이 "치열한 장난감 마을"이라면 게임의 이름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약간의 고민 끝에 게임의 배경이 되는 대륙의 이름을 게임의 이름으로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륙 이름을 예쁘게 짓고, 거기에 "Warring States(전국시대)" 같은 부제목으로 구체적인 게임에 대한 부연 설명을 덧붙인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