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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 트윅스트 리뷰 : "신묘한 길 잇기 전략게임"

2,494 조회

2017.12.07 09:30

발매년도 : 1962년

게임 타입 : 추상전략

플레이 타임 : 30분

플레이 인원 : 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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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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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끔찍하게 좋아하는 리코셰 로봇의 창시자. 알렉스 랜돌프의 고전 추상전략 게임 트윅스트를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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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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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추상전략 게임답게 규칙은 아주 간단합니다. 게임은 막대(Peg)와 막대를 잇는 다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플레이어는 번갈아가며 막대(Peg)를 꽂습니다. 꽂은 위치 주변에 다른 막대가 있다면 다리를 이을 수 있죠. 이 다리의 길이는 애매하기 때문에 체스의 나이트처럼(혹은 장기의 마처럼)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위치해야만 이을 수 있습니다. 막대를 꽂는 대신 기존에 이은 다리를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주변 막대에 다리를 이어가며 상대방보다 먼저 양 끝을 잇는 다리를 만들면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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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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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 버금갈 정도로 간단한 규칙이죠? 그러나 절대 쉬운 게임이 아닙니다. 바둑과는 달리 비스듬히 뻗어나가는 다리 모양 때문에 어디에 놓아야 좋은 공격/방어인지 전혀 감이 안오죠. 막연함을 느끼며 여기저기 막대를 꽂다보면 성큼성큼 뻗어나가는 상대방의 다리에 가로막히며 바로 패배합니다. 무슨 잘못을 한건지 깨닫지도 못한 채 다시 해보아도 패배하긴 마찬가지. 트윅스트를 자세히 살펴보며 다른 추상전략과 무엇이 다른지 알아봅시다.

1. 대각선이 주는 교묘함

바둑과 트윅스트는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게임 모두 지역을 장악하는 게임인데다, 기물이 뭉쳐 있을 수록 견고하지만 행마가 느리고 기물이 흩어져 있을 수록 취약하지만 가벼운 행마로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수를 두어가다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하면 잽싸게 파고들어 치명적인 일격을 먹이는 것도 비슷하죠.

저는 바둑도 어렵다고 느꼈지만 트윅스트는 좀 더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수의 깊이가 아닌 대각선이 주는 혼란 때문이었어요.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비스듬히 파고 들어오는 일도 많았고, 뚫었다고 생각했는데 엉뚱한 위치에 있던 기물이 이어지며 커다란 벽이 생기거나, 별거 아닌 수처럼 보였는데 그 한 수로 게임이 끝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주 나왔습니다. 흠, 예상치 못했다는 건 옳은 표현이 아니겠네요. ‘볼 수 없었다’ 라고 하는게 맞는 듯 합니다.

많은 추상전략 게임이 수평 / 수직이동을 기반으로 합니다. 체스, 장기, 바둑, 쇼기 등이 대표적이죠. 물론 인쉬나 드본처럼 대각선 이동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도 있지만 그런 게임들은 대놓고 대각선을 그려놓아 시각적으로 꽤나 편합니다. 그런데 트윅스트는 바둑판 형식으로 구멍이 나있어서 기물과 기물이 이어지는 대각선을 제대로 보기가 비교적 어려워요.

다른 추상전략 게임보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더 걸렸지만 단점으로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이런 낯선 느낌이 오히려 굉장히 신선했어요.

2. 파생 수

트윅스트의 기본은 상대방의 훼방을 피해 다리를 잇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해를 받더라도 기물을 이을 수 있도록 안전한 수를 찾는 것이 중요하죠.

기본적으론 위와 같이 두 기물을 이을 수 있는 기본적인 형태가 존재합니다 (흰색/검은색 – 기물 / 노란 색 – 두 기물을 잇는 수 / 빨간색 – 상대방의 방해 수). 룰북에도 이러한 형태를 설명하고 있고 사람들도 숙지하고 있죠. 그런데 이 형태를 감안한 채 좀 더 행마를 가볍게 둔다면,

위와 같은 형태로 기본 행마를 조합하여 훨씬 가볍게 두면서도 두 기물을 충분히 이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이렇게 되도록 쉽사리 내버려 두진 않겠지만요. 바둑에 정석이 있다면 트윅스트엔 패턴이 있습니다. 제가 소개한 것은 일부일 뿐, 공격/수비/구석 싸움 전략 등을 살펴보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3. 수비는 곧 공격이니라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플레이 타임이 조금씩 다르지만 사실 트윅스트는 순식간에 끝나는 게임입니다. 치열한 공방 싸움에서 한 수만 실수하면 곧바로 돌파 당하며 진형이 무너지기 때문이죠. 다리가 8방향 대각선으로 뻗어나가는 특성 상, 압박수비는 절대 먹히지 않습니다. 돌파 당했다면 크게 뒤로 물러나 새로운 방어선을 짜야하지요. 보드가 넓지 않은만큼 몇번의 치명적인 실수는 패배로 귀결 됩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두 플레이어가 서로 가로질러 보드를 건너다보니 좋은 수비는 곧 좋은 공격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포럼을 찾아보면 수비의 중요성을 계속 언급하고 있죠. 보통 수비적인 추상전략 게임은 늘어지기 마련인데(콜록콜록! 아발론 콜록콜록!), 트윅스트는 공격와 수비가 일치하기 때문에 그런 늘어짐이 적어서 굉장히 좋았어요.

자, 그럼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죠.

1. 파트너 구하기

과연 이 게임을 좋아할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거의 모든 추상전략 게임이 그렇지만 취향을 극도로 타는 장르 입니다. 특히나 트윅스트는 그 오묘함 때문에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듯 했어요. 다행히 제 주변엔 이런 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가 제법 있어 언제든 꺼낼 수 있는 게임이지만, 그렇지 않은 모임이 더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2. 압도적 실력차…!

운의 개입이 없다보니 압도적인 실력차가 느껴지는 게임입니다. 트윅스트를 갓 배운 게이머를 상대로 박살을 내버리면(…) 누가 하려고 할까요. 결국 스타크래프트처럼 초고수들이 초보들을 상대로 알게 모르게 살짝씩 져주며 접대해줘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죠. 그렇다고 실력이 비등비등 해지면 모든 보드게임에 존재하는 ‘선수 유리’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오목처럼 번갈아가며 2~3수를 둔 뒤 후수에게 진영을 선택하게 하는 변형 규칙을 써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이동 하면서 틈틈히 온라인 트윅스트 문제를 풀어볼 정도로 자주 하고 있는 좋은 게임입니다. 알렉스 랜돌프에 대한 팬심을 떠나 추상전략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잘 먹힐 중독성 있는 게임이예요. 다만 추상 전략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분들이 더 많다는 점에서 보기 힘든 게임으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트윅스트 온라인 퍼즐 :: http://www.ibiblio.org/twixtpuzzles/

블로그 :: https://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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