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엔트 (sentient) 후기
보라에는 처음 써보는 후기네요.
간단히 게임 룰을 설명드리고, 소감을 덧붙이겠습니다.
(1) 게임 개요
가까운 미래에 로봇 혁명이 일어나, 기업(플레이어)들이 로봇을 입수하여 알맞게 프로그래밍하고, 투자자들을 유치한다는 테마입니다.
(사실 프로그래밍이란 것은 숫자 맞추기이고, 투자자 유치는 셋컬렉션입니다.)
게임은 3라운드로 진행되며, 매 라운드는 4번의 카드 가져오기와 1번의 패스액션으로 구성되어있으므로 총 12장의 카드가져오기를 하면 게임이 종료되는 비교적 가벼운 게임입니다.
라운드 시작 시 색깔 주사위를 굴려 각 위치에 배치하는 세팅이 끝나면,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에 중앙에 놓인 네개의 로봇 중 원하는 로봇 위에 직원 말 (원한다면 조수말을 추가하여) 하나를 놓고 그 아래 놓인 카드를 가져와 자신의 게임 보드 아래의 주사위와 주사위 사이 원하는 공간에 하나씩 배치하게 됩니다. (사진에는 우연히 순서상으로 되어있으나 순서 상관 없습니다)
(개인보드의 모습)
이때, 상단 양쪽 귀퉁이의 - + 부호에 따라 주사위의 눈금이 바뀝니다. 원하지 않는다면 조수말을 사용하여 효과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네 개의 로봇을 배치하여 라운드가 종료되면, 각 로봇별로 상단의 조건을 확인하여 왼쪽 하단의 승점을 획득하게 되는데,
첫 번째 로봇의 경우 8 - (양쪽 주사위의 합)만큼,
두번 째 로봇의 경우 양쪽 중 하나의 숫자가 2일 경우 2점, 양쪽 모두 2일 경우 7점
세번 째 로봇의 경우 양쪽 숫자가 모두 짝수(even)일 경우 3점을 받는 식입니다.
이것이 기본적인 승점획득 방식이고, 간과할 수 없는 추가 승점 획득 시스템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투자자 유치'입니다.
위의 사진을 살펴보시면, 공용 공간에 놓인 카드 사이사이에 지붕?같은 것이 보이는데,
라운드 종료시 지붕 양옆에 놓인 말들의 개수 합을 비교하여 가장 많은 개수를 가진 사람이 이 마커를 획득하게 됩니다. 일종의 영향력 시스템이죠.
이 마커는 5종류가 있으며 매 라운드마다 1개씩 고정적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로봇들도 잘 보시면 5가지의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이 오시는 분들은 예상하셨겠지만...
게임의 종료 시 마커 종류별로 (마커의 개수) X (해당 속성의 카드)의 추가 점수를 받게 됩니다. 흔한 셋컬렉션 방식입니다.
(* 라운드 종료시 개인보드에 배치된 로봇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옆에 개인더미로 쌓아두게되며, 마지막에 보유한 투자자 마커와 조합되는 식입니다)
결과적으로 로봇카드로 얻게 되는 승점 + 투자자 관련 추가 점수를 합하여 점수가 높은 사람이 승리하게 됩니다.
(2) 감상
* 따지고 보면 이 게임에 녹아들어 있는 영향력 시스템과 셋컬렉션 시스템은 전혀 특별할 것이 없고, 로봇배치를 통한 승점 획득 부분은 조금 신선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운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게임을 구매할 때 대략 스플랜더나 센츄리 정도의 입문자용 전략 게임일 것을 기대하였고, 그러한 면에서 본다면 이 게임은 제 기대를 상당 부분 충족시켜주었습니다. 간단한 룰에 적당한 플레이타임, 적당히 머리를 써야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 또한 제가 느낀 이 게임의 장점이자 단점은 '하나의 액션에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라는 점입니다.
네개 중 하나의 로봇을 선택하는 이 단순한 액션 하나에 주사위 눈금의 변화, 로봇의 속성, 로봇의 위치에 따른 영향력 부분 등을 동시에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게임할 때에도 매턴매턴이 쉽게쉽게 흘러가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누군가에겐 이러한 고민이 즐거울 것이고, 누군가에겐 굉장히 골치 아프게 느껴지겠죠.
* 아직 한판 밖에 돌려보지 않아 리플레이성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작정하고 셋컬렉션에 치중하여 점수를 내는 테크가 있을 듯 한데, 얼마나 위력적일 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힘드네요. 만약 그 비중이 로봇을 통한 점수 획득보다 크다면 주객이 전도된 게임이 되겠죠..
* 스플랜더나 센츄리와 같이, 더미로부터 새로운 카드가 등장할 때의 그 운적요소라는 것은 결코 작지 않은 편입니다. 이른바 '마침 나한테 딱 맞는 카드'를 뽑아올 경우 승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말이죠. 그렇지만 카드의 조건, 속성, 영향력 등 여러 면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딱 맞는' 카드가 등장할 확률은 굉장히 희박하다고 느껴지며 시장의 모든 로봇들을 한번 갈아치울 수 있는 패스액션의 존재로 지나친 불운도 어느정도 보정이 되는 듯 합니다. 가져올 수 있는 로봇의 선택지가 1~2개 정도 늘어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드네요.
* 지나칠 수 없는 이 게임의 단점이라면... 가성비랄까요. 아무리 봐도 5만원 넘는 돈을 주고 살만한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ㅠ 이 부분에 있어 해외에서도 혹평이 많은 것 같더라구요. 저야 그러한 사실을 알았던 상태로 게임을 구매해서 엄청 돈아깝다는 생각은 안들었습니다만, 요즘 하도 퀄리티 높은 게임들이 많은지라 '이 돈으로라면 저 게임을 샀을텐데..'하는 생각이 들때면 가슴이 쓰리더군요.
(3) 마무리 총평
스플랜더-센츄리 등을 졸업한 전략입문자들에게 새롭게 들이밀어볼만한 게임
생각보다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아 마냥 가볍지는 않은 게임, 30분~1시간 내외로 플레이하기 적당
가성비.........눈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