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한글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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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7 21:03

한글화라 하긴 애매한데요.

톰 바셀이 이 게임을 그 시절에 자신의 경매게임 탑5에 든다고 할만큼 극찬했는데 아트웍에 대해서만은 혹평을 했더군요. 심미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게임하기 너무 불편하다구요.

해보니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구요.

경매 카드가 오픈되면 어느 구역에 대한 경매인지를 바로 알수 있어야 하는데, 경매 카드에는 타일에 있는 점수가 써 있지 않고 그림이 너무 작고 흐려서 어느 구역인지 알아채는데 시간이 걸리고 매우 피곤합니다.

이 때 게임 흐름이 끊기구 올랐던 텐션도 뚝뚝 떨어지구요. 그래서 타일의 숫자 찍힌 면을 스캔하고 테마 몰입을 위해 구역 이름도 한글로 추가해보았습니다(첫번째 사진).

이제 카드가 오픈되자마자 어느 구역인지 한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한글로 구역 이름을 써주니 "요즘 트렌드는 오피스 건물이지." "샌프란시스코에도 이제 야구장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나" 등의 드립도 자연스럽게 생겨나구요^^

더 심각한 게 옵션 타일인데 이건 숫자가 없는 건 물론이고 그림이 반쪽씩 나와 있어 더 헷갈립니다.

타일이라 수정이 어려워서 별도의 카드를 만드는 방식으로 해보았습니다. 4062 사이즈 카드에 옵션 타일의 그림 두 개를 넣고 플레이어 색깔을 넣었습니다(두번째 사진).

못 생기고 허접하지만 게임 플레이는 훨씬 쾌적하게 만들어주네요.

정말 훌륭한 게임입니다. 게임 전체가 협상으로 이루어진 미친 협상게임 제노아가 생각나더라구요. 이 게임은 제노아의 경매버전이라 보면 됩니다.

모든 것이 경매이고 푸쉬유어럭입니다. 독수리눈치싸움, 하이소사이어티, 보석과부, 심지어 블랙잭까지... 검증된 게임의 경매와 도박(?) 매커니즘을 다 가져다 썼어요.

그런데 그게 도시 개발이라는 테마 안에 잘 녹아들어가 있어서 여러 개의 게임을 짜깁기한 느낌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하나의 게임으로 느껴집니다.

물론 미친 경매게임이라 경매가 불호인 분들께는 당연히 안 맞을 겁니다. 그리고 운의 개입을 싫어하는 분들께도 안 맞구요.

두 명의 9를 내고 한 명이 1을 내서 1을 낸 사람이 투자권을 먹었다고 불평하는 내용이 긱에 있는데 이게 이 게임의 스피릿입니다ㅋㅋ
게임 자체가 밸런스보다는 경매와 도박의 느낌을 찐하게 즐기라는 의도로 보여집니다(블랙잭을 대놓고 가져다 쓴 것만 해도 알 수 있지요).
전략게임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친한 친구들과 아임더보스 느낌으로 거물급 투자자 코스프레를 해가며 낄낄대고 서로의 운을 비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그룹에서는 최고의 게임이 될 겁니다.

저희 그룹에서는 완전 대박이 났고 저는 평생 소장할 듯 합니다.

옛날 게임이고 덜 알려진 게임이라 보유하신 분이 많지 않겠지만, 게임할 때 불편했던 지점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자료가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