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830] 데드 오브 윈터 후기
8월의 마지막을 향하고 있는 오늘, 또 한 번의 데드 오브 윈터 번개가 열렸습니다.
지난번에 아주 재미있는 커스텀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와주신 스칼렛 님에 이어
오늘은 임요 님께서 지인과 함께 방문해주셔서, 총 4인팟이 진행되었습니다.
한글화 자료는 부르심 님, 무장집단 보드판 한글화 자료는 스칼렛 님의 자료를 사용하였습니다. 언제나 감사해요 :)
이번 공동목표는, "배를 고쳐라"
시작플레이어 숫자 x2 만큼의
모양 카드를 묻어야 하는 미션이었습니다.
초기에 좀비나 무력한 생존자 배치도 없고 해서, 굉장히 쉬울 줄 알고 시작했습니다만
저희는 곧 깨달았습니다. 데오윈 세계에는 도구 마크가 그려진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사용 모듈 : 데드 오브 윈터 본판 + 긴밤 발전 모듈 + 무장집단 모듈]
이번 게임은 처음으로 무장집단 모듈을 제대로 사용해본 판이기도 했습니다.
배치가 좀 독특한데, 크로스로드 카드 사용을 하도 까먹어서 그냥 피난기지 중간에 배치했습니다.
그래도 가끔 까먹더라구요...;;
왼쪽에 보시면 임요 님께서 손수 제작해오신 바리케이드들이 있습니다.
원래 구성품은 납작해서 잘 안보이기도 했는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무장집단 모듈은 워킹데드 같은 좀비물 세계관에서도 종종 만나볼 수 있는, 무법자 집단입니다.
스칼렛 님께서 아주 깔끔하고 직관적으로 한글화를 해주셨습니다.
무장집단은 위기상황 공개마다 통상 2명 씩 여러 장소에 등장하게 되며
좀비추가 시 생존자와 동일하게 좀비를 한 마리씩 끌어오게 되고
좀비추가 단계가 지난 후에도 특정 장소에 남은 무장집단 말이 있는 경우, 말 하나당 하나씩의 아이템을 무장집단 보드로 탈취해갑니다.
탈취된 아이템은 앞면이 보이게 무장집단 보드 위에 놓게 되며, 이곳에 들어가 탐색이나 공격을 통해 빼앗아올 수 있습니다.
신의 손 임요님은 게임 중 무장집단소굴에서 2번의 탐색을 하셨으나, 2와 3이 연속으로 나와, 빈털터리로 돌아가셨습니다.
무장집단이 추가된 게임은 매우 빡빡했습니다.
매턴마다 각 장소에 무장집단이 추가되고, 이들이 먹는 공간과 그만큼 끌어오는 좀비 숫자가 상당해서
얼마 없는 도구 카테고리 카드를 부지런히 탐색하기는 커녕,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좀비를 피해다니기에 바빴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위기카드로 이게 튀어나와버렸는데,
모든 장소에 무장집단이 기본으로 하나씩 추가되는 것에 더하여
실패시 안그래도 넘쳐나는 좀비가 또 늘어나는 패널티를 주는 위기카드가 나왔습니다.
(심지어 극복 실패...)
그해 겨울은 살아남기 너무나 팍팍했습니다.
주사위의 저주는 오늘도 계속되어
피난기지로 귀환하던, 좀비보다 더 좀비처럼 생긴 점술가사이비교주 탈리아 존스가 '물림'으로 사망하고(제 캐릭터)
연쇄물림에 의해 농부새마을운동간부 앤드류 에반스가 사망합니다(임요 님 캐릭터).
언제나 지역경제 발전에 앞장서시던 새마을..아니, 농부아저씨는
더 큰 피해를 막고자 자기 몸을 던져 연쇄물림의 고리를 끊어내셨습니다.
그의 숭고한 희생에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진 저희는, 다시 생존을 위한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피난기지 가꾸세♩)
그래도 어떻게든 5번째 라운드까지는 버텨낸 저희는
탐욕에 찌든 무장집단과, 식욕만 남은 좀비떼를 동시에 상대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2번과 4번 입구는 터지기 직전에, 식량도 간당간당하게 남은 상황에서
어떤 이는 부족한 식량을 끌어모으기 위해 식료품점을 뒤졌고
어떤 이는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도구 카드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운 좋게 무기를 많이 획득한 저는
위 사진에서 좀비로 꽉차 터지기 일보직전인 2번과 4번 출입구의 청소를 약속하고
5번째 라운드의 마지막 턴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모든 개인미션을 마무리한 저는, 철저한 희생플을 선언하며, 모두 각자 필요한 일을 하도록 독려했죠.
피가 철철 흐르도록 피난기지를 위해 헌신한 저 캐릭터들을 보세요!
빈사상태에서도 공동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 저와 동료들이었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습니다.
제 옆의 플레이어께서는 긴밤의 신캐릭으로만 구성된 파티를 운영중이셨는데
자신의 개인미션이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이템을 기부하며 팀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인성의 소유자셨습니다.
대각선 방향에서 플레이하시던 형님도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보드판을 종횡무진하며 묵묵히 활약하셨습니다.
모두는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공동목표의 달성 및 생존을 위해 힘을 합했습니다.
그렇게, 남은 사기는 3.
식량이 넷 밖에 남지 않았으나 사람(과 좀비)은 그득그득한 피난기지에서
식량을 채워넣고 2,4번 입구를 비우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마지막 턴을 이어받은 저는....
옆 플레이어의 캐릭터 '데릭 요시다(영양사)'(영양사인데 왜 죽창을 들고 있을까)의 능력으로
넷 밖에 남지 않은 식량토큰 중 하나를 사용, 빈사상태의 정신과의사 선생님의 상처를 치료했습니다.
질병과 상처가 가득한 데오윈 세계에서 의사는 중요한 존재니까요. 돌아가시면 안되니, 부득이 치료를 감행했습니다.
그리고 이 정신과의사선생님은 갑자기 좀비들의 정신세계를 분석해보고 싶으시다면서
그나마 비어있던 3번 출구에 주사위를 사용, 밖을 떠돌던 좀비 두 마리를 유인해 오셨습니다.
이정도면 좀비도 하나의 사회를 일구어낼 정도의 숫자가 모인 만큼
그들의 행동양식을 분석해 노벨평화상을 받아보고 싶으시다나 뭐라나..
그 와중에 백발의 요리사강장관님?! 로레타 클레이는
주유소에 터를 잡고, 남은 주사위를 바리케이드 치는데 모두 소비하여 요새를 건설해 틀어박혔습니다.
그동안 뼈빠지게 음식 해다 날랐더니 맛 없다고 투정하는데 이골이 나셨다나요..
그렇게 음식 부족으로 깡통이 생기며 사기 -1
2,3,4번 출구가 차례로 뚫리면서, 영향력 낮은 순서로
질풍노도의 사춘기 존 프라이스(학생), 영양사죽창전사 데릭 요시다, 정의의 약사호빗 콜 윈터스 가 차례로 사망 (사기 -3),
사기는 0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벨평화상을 꿈꾸는 노의사 와 강장관님은 그렇게, 유유히, 혼자, 승리의 기쁨을 맛보셨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오늘도 역시 평화로운 배신의 밤이었습니다.
스칼렛 님의 커스텀 미션을 꼭 플레이해보고 싶었는데
첫 판에서 시간을 너무 써서(약2.5시간;;) 그러지 못한 점이 참 아쉬웠습니다 ㅠㅠ
참고로 지난번에 헬기수송작전 미션을 해봤는데, 정말 재밌습니다! 기회 되시는 분들은 꼭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촌평 *
굳이 배신자를 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자꾸 배신자를 떠맡게 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배신 스킬이 만렙을 찍은 저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운즐거운 한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저는 미션카드를 뽑지도 않았습니다! 임요 님께서 그냥 주신거 받았을 뿐이에요!)
앞으로 저는 라운드 시작 즉시 추방을 당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무장집단을 끼운 플레이는 '괜히' 빡빡합니다.
어떤 분께서 '무섭기보다는 성가시다'는 표현을 쓰신 걸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적절한 묘사인 것 같습니다.
무장집단이 등장은 하지만, 직접 플레이어를 때리거나 하는 액션이 따로 없고
같은 장소에 있는 무장집단을 때려도, 공격이 성공하면 도망, 실패하면 주사위 낭비로만 끝이 나게 되니
자연스레, 주사위 아까워서 '상대를 안한다'는 형태로 대응을 하게 되어버립니다.
같은 장소에 있다고 해서 얘들이 우리를 딱히 때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멀뚱멀뚱 서로 쳐다보는지라...ㅎ
좀비 늘어나는 속도가 올라가고, 아이템이 야금야금 없어지는 정도의 효과라서 글쎄...
좀 어렵게 해보고 싶으면 넣을만한 모듈이긴 한데.. 그 자체로서의 테마를 기대하기는 좀 역부족인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무장집단소굴에서의 탐색이나 공격은 리스크가 너무 커서 차마 엄두를 못내고...
앞으로는 그냥 하던대로 락손 모듈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 데드 오브 윈터 후기를 마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