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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쓰는 보유게임 컴포넌트 리뷰

3,337 조회

2015.12.15 03:12

그냥 심심해서 제가 가진 보드게임을 컴포넌트로만 평가하는 글을 쓰려 합니다.

전 로빈슨 크루소로 보드게임을 입문하게 되었는데,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컴포넌트였죠(특히 보드판).

(정말 고져스합니다..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아요...)

로빈슨 크루소는 2012년 작인데, 비디오 게임은 3년쯤 지나면 그래픽이 낡을 지도 모르지만 보드게임은 그렇지 않죠.

그렇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컴포넌트에 신경을 많이 쓰는 보드게임들이 많아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뭐..꼭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지만.;;)

1.로빈슨 크루소

위에서도 보았듯이 로빈슨 크루소 보드판이 정말 멋지죠. 디자인만 잘 된 게 아니라 게임을 해보면 위-아래-왼쪽-오른쪽 흐름을 따라

복잡한 게임 진행을 알기 쉽게 해 주는 기능적인 장점도 느끼게 됩니다.

카드 텍스트의 글씨체는 어떤 분들은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테마를 살리는 글씨체에다 카드의 기능적인 텍스트와 쉽게 구별되기도 해서

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일한 마이너스라고 볼만한 부분은 큐브들인데, 플라스틱 큐브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컴포넌트 재활용이 특기인 게임으로

게임 속에서 화산재,질병,담요,십자가..이것저것 아이템이 되니까요. 이런 큐브는 구체적일수가 없겠죠.

다만 음식,나무,모피 큐브는 왜 큐브인건지..다행히 보드피아에서 자체적으로 자원 토큰 세트를 내주어 그것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전 구매 당시 구하지 못해 최근에야 간신히 구했습니다. 지금은 큐브로 로빈슨하던 시절이 상상이 가질 않네요.

2.이클립스

이클립스도 컴포넌트가 멋진..으음...조금 솔직하게 말하면 마이너스가 많을 것 같네요.

게임 자체는 훌륭한 게임이지요. 세팅과 플탐의 압박만 빼면 은근히 초심자도 금방 배울 수 있고 적당한 인터액션과 운의 개입도 초보자가 금방 적응하게

하는 이유인데..그래서 컴포넌트가 더욱 아쉽습니다.

SF테마야 그렇다 쳐도 종족들의 디자인은 그리 호감형이라고 하기 힘듭니다. 심지어 이클립스의 디자이너 2명 중의 한명이 그래픽 아티스트인데도 불구

하고..

(룰북에 보면 과거의 강성한 제국으로 군림하다 망해버린 종족인데..왜 망했는지 알 것 같은..)

일러스트가 꼭 예쁠 필요는 없지만 이클립스의 아트워크가 조금 더 가벼웠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습니다. 뭔가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가 처음하는 사람들

에게 "이 게임은 나에게 3시간의 지리한 고통이 될거야"라는 편견을 주는 것 같거든요. 실제 게임성은 되게 캐주얼한데 말이죠..

3.그라운드 플로어

사실 1회플 후에 바로 팔아버리긴 했지만 컴포넌트 만큼은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게임입니다.

사실 게임 자체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요. 게임 메카닉과 테마는 정말 잘 맞아떨어졌고 초반에는 정말 즐겁게 했습니다.

근데 왜 팔았냐구요? ..아무래도 판 건 조금 후회되긴 하네요. 하지만 플탐이 너무 길었고 점수를 내는 방법이 너무 맘에 안 들어서...

어쨌든 보드판에 그려진 일러스트는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서로 다른 개성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도 재밌었고요.

혹시 비슷한 테마에 볼륨을 더욱 늘리고 점수를 내는 메카닉도 맘에 드는 게임이 있다면 해 보고 싶네요(아마 칸반이 유력할듯)

(출처 : 보드게임긱)

4.스플렌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그냥 만지기만 하면...

https://www.youtube.com/watch?v=ZAdjKru7Mg8

(2001 오디세이의 모노리스로 만들었습니다)

아, 다만 카드 일러스트가 중복이 많은 것은 감점.(퀼리티가 좋긴 하지만..)

5.르아브르

사실 우베씨의 게임을 사려고 마음먹으면서 컴포넌트에는 별 기대를 안했어요. 예전에 아그리콜라의 박스 전면을 보고 "으어 이거 왜 이렇게 못그린거

지"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제가 그림을 그리다 보니 인체 비례가 맞지 않거나 형태가 틀리는 것에 대해 반감이 있나 봐요.

그런데 르아브르를 열고 나서 보니..의외로 나쁘지 않더라고요. 아니, 상당히 맘에 들었습니다.

엄청 잘그린 것도 아니며, 심미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정감이 가요.

르아브르를 보고 나니 다른 우베씨의 작품 일러스트도 정감이 가고..그렇게 게임도 계속 사게 될 것 같은..?!

(다음은 뤄양이다~)

6.도미넌트 스피시즈

제가 그렇게 벼르고 벼르던 도미넌트를 얼마전 샀지요.

가격에 비해 그렇게 많은 컴포넌트가 들어있진 않더군요..(아니면 목재 토큰만 너무 많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1판,2판에 비해 타일이나 카드, 보드판의 아트워크 의 전면적인 개선이 있긴 했지만, 제눈엔 여전히 심심해 보임..(비슷한 테마의 evo랑 비교하면..그래도

바이오스:메가파후나 보다는 나은듯)

빙하기를 묘사하기 위해서 전체적으로 빙하의 이미지를 차용했지만 오히려 단조롭고 차갑기만 한 느낌.

게임 자체가 종의 분화를 묘사할 정도로 스케일이 큰데 좀 더 다양한 이미지였어도 좋았을 것 같음.

쓰고보니 단점이 많은데 그 만큼 좋아하는 테마여서 아쉬움이 큰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게임 자체는 테마와의 연결성도 있고 룰도 간결하고..이제 플레이만

하면 되는데..

7.테라 미스티카

원래 구매순서로는 그라운드 플로어 다음이었는데, 그냥 여기에 쓰게 되네요.

테라는 저한테 헤비유로게임의 쓴맛을 보여준 게임입니다. 그 전까지 전 케일러스,상트,키플라워 같은 순수 유로게임들을 피하고 있었죠.(일단 중세 테마

가 저랑 너무 안맞아요..) 그러다 테라 펀딩 소식도 알게 되고 싼 가격에, 유로게임스럽지만 풍성하고 고급진 컴포들, 이클립스처럼 생긴 개인보드(여기에

속지 말았어야 하는데)를 보고 그냥 냅다 질렀지요. 결과는 뭐...

그래도 그라운드 플로어 때 처럼 친구들이 진짜 싫어하는 건 아니기도 하고 하다보면 재미를 알겠지 싶어서 계속 들춰보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된

모임에 가서 여러판 해보기 전까진 이 게임의 진가를 알기는 힘들 것 같네요.

그와는 별개로 컴포넌트는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일러스트는 분명 트렌드와는 다르지만 섬세하고 우아한 멋이 있습니다. 아트워크 외에도 타일이나 목재

컴포 하나하나 전부 유로게임 컴포의 끝판왕을 보는 느낌입니다.

8. 레이스 포 더 갤럭시

기회가 되어서 하는 말인데 저한테는 카드게임에 대한 2가지 편견이 있습니다.

하나는 "카드게임은 재밌다." 둘째는 "카드게임은 비싼 것 같다".

첫번째 편견은 아무래도 모노폴리 딜을 처음 했을 때, 그리고 tcg,lcg류 게임들을 보면서 생겼던 것 같습니다.

카드라는 컴포넌트의 특성상 적당한 운+핸드 관리+액션 요약 등등의 장점이 딸려 들어오니 카드게임들이 기본적인 재미를 보장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레이스 포 더 갤럭시 같이 박스 한가운데 카드만 덩그러니 놓인 게임을 열면..그간에 사왔던 보드게임 박스를 열때 느껴지던 만족감은 온데간데 없달까요.

뭐 레포갤의 확장들의 가격을 보면 다른 카드게임들과 비교해도 확실히 비싼 감이 있지만요.(모듈 확장들이 들어있어 그렇겠지만..전 모듈확장이 별로...)

일러스트가 조금 중구난방처럼 느껴지는 것도 감점.(어떤 일러스트는 정말 괜찮은데 별로인 것은 정말 별로)

레포갤의 구성품을 모르고 산 것도 아니니 재미로만 보상받는다면 괜찮을 듯 합니다.

(그 정말 별로인 예시)

맘에 든 카드 중에는 "고양 파충류"라는 카드가 있었는데 이미지를 못 찾겠네요.

쓰다 보니 컴포넌트 외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어갔네요. 사실 보드게이머들 중에서는 테마와 컴포넌트를 신경쓰지 않으시는 분이 더 많이 계시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테마는 보드게임의 심장이고 컴포넌트는 얼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단적인 예로 전 푸에르토 리코를 플레이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살 생각은 없는데 친구들에게 푸코를 소개하면서 "자,이 게임은 16세기의 에스파냐인이 푸에르토 리코의 원주민도 모자라 흑인 노예를 데려와

농장을 가꾸고 상품을 선적하여 에스파냐 전쟁의 물류기지로 성장시키는 게임이야"라고 말하기는 싫네요..

푸코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공격하려는 목적은 아닙니다. 그저 정말 훌륭한 게임에 이런 테마를 씌운 디자이너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을 뿐입니다.

이상 제가 보유한 게임들의 컴포넌트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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