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즈 오브 더 멀티버스 SotM 시리즈 리뷰 - 0.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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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6 03:21

저는 히어로물을 좋아합니다. 그 옛날 쫄쫄이를 입고 눈에서 레이저를 쏘고 다니던 엑스맨부터, 빌런이 더 존재감 넘쳐서 주인공을 잡아먹어버린 다크 나이트, 아무 생각 없이 봤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은 아이언맨과, 덕분에 꼬박꼬박 챙겨보게 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까지요. 뭐 아직 코믹스까지 챙겨볼정도의 덕후는 아니고 그냥 혼자 즐기는 라이트 유저 수준입니다.

아이언맨 시리즈의 성공 덕분에 마블에서는 영화를 더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여러 모로 감사한 일이었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보고 캡아 뽕에 취한 날 밤, 저는 그만 레전더리 마블 덱 빌딩 게임을 질러버리고 맙니다. 일을 다니면서 사람들을 못만나게 되니 자연스럽게 쌓인 통장 잔고는 지름신의 가호를 받아 텅장이 되어버리고야 말았죠. ~~(심지어 에일리언이랑 프레데터까지 샀으니까요...미쳤지 내가...)~~

레전더리 시리즈는 좋은 게임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어센션 시스템에서 몬스터 부분을 좀 더 중심적으로 만들어 히어로와 빌런의 대결을 뚜렷하게 해서 더 좋았죠. 거기에 세미 협력적인 요소도 포함됐고요. 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카드로 표현된 특수능력을 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그 히어로가 됐다기보다는 짱쎈 카드를 사면 되는, 은근히 테마와 게임 전개 양상이 동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왔거든요.

설정 상으로는 "고용"이라고는 합니다만...내가 히어로가 되는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돈 주고 사기만 하면 캡아를 너도나도 쓸 수 있으니까요

그 때, 문득 예전에 테마때문에 호기심이 생겨 룰북만 번역해두었던 이 게임이 떠올랐습니다. 레전더리 시리즈에 비해 원작이 없어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대신 진짜 히어로를 조종하는 것 같은 시스템이 장점인 게임, 센티널즈 오브 더 멀티버스입니다.

뒤에서 사악한 흑막처럼 포즈를 취한 아저씨가 빌런인 "블레이드 남작"입니다.

그 앞에는...빌런의 부하가 아니라 히어로들이구요. 가운데 있는 흰 타이즈가 블레이드 남작의 숙적, "레거시"입니다.

매직 더 개더링의 창시자인 마크 로즈워터는 플레이어들의 성향을 Spike, Johnny, Timmy의 3가지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그 후에 Volthos와 Melvin이라는, 새로운 분류 기준을 추가했죠. Melvin은 카드와 게임의 메카니즘을 중요시하는 타입입니다. skeil님께서 쓰신 마이 리틀 도미니언 시리즈에서 이런 면을 잘 볼 수 있죠. 사실 도미니언이라는 게임 자체가 Melvin적 성향이 강한 게임입니다. 반대로 Volthos는 게임을 통해 컨셉이나 테마같은 것을 더 깊게 느끼고 싶어하는 타입입니다. 유로게임과 테마게임의 구분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저는 Melvin보다는 Volthos적인 사람입니다. 보덕질 초기에는 커뮤니티에서 많이 화자되는 유로게임을 해보고 실망을 했던 적도 많습니다. 한동안은 제가 보덕이 아닌건 아닐까 하는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제 성향을 잘 알고 있지요.

왜 저기에 일꾼을 보내면 소가 생기는거지? 소 공판장이라도 있는걸까?

다른 스킨을 씌워도 아무런 지장이 없죠. 그 점에서 아콜은 제 기준으로 테마가 약합니다

SotM은 Volthos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히어로와 빌런, 환경을 선택하는 것은 레전더리와 같지만, 각 덱은 아예 고정이 돼 있어서, 특정한 상황이 아니라면 정해진 카드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약간 매더개와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덱 편집은 불가능하지만요.

캐릭터의 개성은 아주 뚜렷합니다. 닥치고 피해만 입히는 히어로가 있는가 하면, 장비나 다른 버프를 활용해서 아군의 능력을 강화하는 히어로도 있죠. 어떤 빌런은 혼자서 온갖 버프를 받으면서 히어로를 괴롭히기도 하고, 빌런 1명 잡으려고 다같이 우루루 몰려와 비겁한 싸움을 하는 히어로들에게 진정한 쪽수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빌런도 있습니다. 그때그때 나와있는 카드 중에서 가장 좋은 카드를 구입하면 되는 레전더리보다 좀 더 전략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라는 적을 불태워버리는 태양의 신입니다.

비저너리는 미래를 예지한다는 설정답게 덱 맨 위의 카드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앱솔루트 제로는 열기와 냉기를 다루는 히어로입니다. 특수능력은 자기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입니다.

(현재 본판이 한글화 진행중입니다)

룰북을 번역하면서 생각보다 이 세계관이 제법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은 게임이 메인이고 구성품에 불과한, 원작도 없는 캐릭터들에게 나름대로의 배경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플레이버 텍스트는 진짜 코믹스에서 따온 것처럼 쓰여 있지요. 실제로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코믹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감상은 SotM 어플을 구입하면서 더 커지게 됩니다.

캐릭터마다 이런 배경 설정이 꽤 섬세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제가 번역한 룰북인데, 그 때 와우식 한글화에 빠져있던 흔적이 보이네요. 카드 한글화가 끝나는대로 다시 손볼 생각입니다.

물론 스테디셀러나 명작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는 보여줄 수 있는 다양성이 많지 않고, 어플로 계속 솔플만 하다보니 선호하는 조합이 고정되는 편이더군요. 카드빨도 심해서 잘못하면 히어로 턴이 시작하기도 전에 체력이 한자리수로 떨어지는 악몽같은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한 턴에 20이 넘는 피해를 입힐 수도 있고요.

비저너리가 원소 뒤틀기를 통해 빌런의 공격 속성을 화염로 바꾸고, 라가 태양신의 힘을 빌어 히어로들을 불에 면역으로 만들어줍니다.

대표적인 무적 콤보입니다.

하지만 테마가 진한 게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즐길만한 게임인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분께는, 지금까지 나온 히어로 테마 게임중에서 가장 취향에 맞는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 결론은 SotM은 제가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게임에 등장하는 히어로, 빌런, 환경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제 성향상 Volthos적인 측면에서, 캐릭터의 설정과 그 설정이 카드로 구현된 방식 등을 서술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SotM 포럼의 전략 분석글을 참조해서 Melvin적으로도 접근할겁니다. 캐릭터마다 유용한 활용법, 승리를 위한 원포인트 등도 빠지면 안되겠죠.

짧은 감상도 별로 써본 적 없는데, 정식 리뷰와 분석글을 쓰려고 하니 만족스럽지 못한 점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꾸준히 달리는 법도 익힐 겸, 장기 프로젝트처럼 해볼 생각입니다. 단점이나 고칠 점이 있으면 얼마든지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위의 사진은 대부분 보드게임 긱에서 가져왔습니다. 문제가 될 경우 이미지가 삭제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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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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