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함께 하는 2인플 게임 후기 (1)
안녕하세요, 보라에 팟캐스트 외에는 처음 인사를 올리는 뜨루라고 합니다.
항상 서진님과 게임을 하면서 2인플 후기를 써야겠다, 싶었는데 마음을 먹고 1편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2인플 게임이지만, 정확히는 2인용 게임이 아니라, 그냥 2인이 가능하고 2인이 괜찮은 모든 게임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리고 사실 저는 꽤 헤비한 게임도 좋아해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평범한 여자친구가 좋아할 게임은 잘 모를 수도 있어요... 총총
그래도 2인플 기록의 목적으로 정리해봅니다!
1편의 컨셉은 소녀소녀한 2인플 게임입니다! ^ㅇ^
1. 풍기(Fungi) / 플레이타임: 45분 / 셋콜렉션 / 주관적 무게: 1.5
(출처 : 아마존 상품설명 https://www.amazon.com/Pegasus-Spiele-18113G-Fungi-Board/dp/B00ICF0IQQ)
서진님이 끈질기게 풍기하자고 한 4번 정도 가져오신 것 같은데 여건이 안 되어서 못해봤던 게임입니다. 최근에 드디어 했습니다.
사실 전 많은 여자분들과 마찬가지로 곰팡이와 거미, 바퀴벌레 같은 여타 더럽고 무섭고 징그러운 것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풍기는 서진님이 가져오신 게임 중 사실 유일하게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게임입니다. 단 하나의 이유, 이름 때문에.
저렇게 예쁜 버섯들이 버섯버섯하고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지만, 저는 풍기라는 이름에 매우 비호감을 갖고 있었어요.
Fungi는 사실 예쁘게 봐주어서 곰팡이라는 이름이지, 균류라는 이름이니까요.
게다가 영어발음을 한글로 읽어도 풍기!
뭔가 이름만 들어도 어려울 것 같아요 지나치게 클래식한 게임 같아요!(장기)
아니면 냄새날 것 같은 이름이에요! (냄새 풍기는 풍기)
매번 풍기하자고 노래 타령 를 하시는데 아 안 되겠다, 하여서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와, 그런데 이거 정말 괜찮아요.
사세요. 두번 사셔도 될 것 같아요.
여자친구분께 영업할 때, 이름은 일단 버섯이로 바꾸어 소개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풍기는 기본적으로 셋컬렉션 게임입니다.
(출처 : 보드게임 긱 https://boardgamegeek.com/image/374745/jhagen1908)
플레이어는 버섯 캐는 사람이 되어서 버섯을 모으고, 버터도 넣고, 쥬스도 넣으면서 달콤한 버섯 볶음을 만듭니다. 제 게으름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카드의 일러스트가 예쁩니다.
게임의 룰은 간단합니다. 같은 버섯 카드를 모아서, 후라이팬에 볶습니다.
전략도 간단합니다. 썩어가는 버섯(버려지는 카드)를 줍줍해서 버섯을 차곡차곡 바구니에 잘 쌓아서 버터도 넣고 쥬스도 넣고 후라이팬에 볶으면 됩니다.
때로는 달밤에 버섯을 주으러 나가야 합니다. 달밤의 버섯은 x2의 보상을 주거든요! 단순한 셋컬렉션 게임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많은 분들은, "음, 심플한 셋컬렉션 게임이구나." 하실거에요.
사실 심플한 셋컬렉션 게임이 맞아요.
서진님은 제 격렬한 반응에 도리어 당황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연인과 함께 하는 2인플 게임>_< 1번으로 풍기를 극찬한다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어요... ("야 그렇게 꿀잼까진 아닌거 같은데;;;")
게임을 하면서 정말 오감이 충족되는 느낌이었어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특히 줍줍해와서 요리하는 기분이 듭니다.
이 게임을 설명해주실 때엔 숲속에서 둘이 알콩달콩하게 버섯을 따는 느낌을 살려주세요.
단지 내가 너보다 빨리 요리할 뿐이에요. 빨리 버섯을 모을 뿐이에요.
네가 모으는 버섯을 내가 가지고 있을 뿐이에요. 물론 그건 내가 들고 있는게 마지막 장이고, 넌 그걸 모른채 마냥 기다리고 있지.
특히, 요리할 때 "지글지글~ 버터와 과실주로 풍미를 살리자 지글지글~"을 노래하면서 볶아주세요.
연인과 보드게임을 한다면, 어떠한 이유로 하시나요?
물론 재밌어야겠지요. 게임이니까요. 하지만 추억을 만드는 쪽으로 접근해보는건 어떨까요?
너와 나의 머리를 시험해보자, 이런 류의 게임은 아닙니다. 엄청나게 치열한 게임은 아닙니다. 딱, "추억을 만든다"는 말에 적합한 게임이에요. 그래서 건조하게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버섯만 모으시면 재미없는 게임이 될 수도 있어요.
별빛이 아름다운 밤에 버섯을 줍줍해서, 향기로운 버터와 볶아보아요. 이런 느낌이에요.
나는 오글거려서 여자친구한테 이렇게까지 영업하고 싶지 않아! 하시는 분.
배고플 때 하시면 됩니다. 그 땐, 조용히 혹은 음울하게 "지글지글"만 읊조리셔도 느낌이 올거에요.
풍기 영업하려구 이 글 시작한 거 맞구요. 예뻐서 강추입니다.
뜨루 한마디 : "지글지글~ 지글지글~~ 우리 버섯이~~ 맛있겠다~~"
서진 한마디 : "그렇게까지 빅잼은 아니야!!! 그냥 소소한 재미라고...!!!! 남자분들 참고 하세요"
2. 패치워크 / 플레이타임: 30분~45분 / 무게: 1.0
커플용 게임의 정석으로 유명한 패치워크입니다.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사실 제가 부연할 것이 필요할까 싶었지만.
패치워크는 헝겊을 모아서 예쁜 헝겊을 만드는 게임이에요. 퀼트하는 기분이 나서 만들면서 뿌듯했습니다.
사실 저는 패치워크를 샀지만 즐겨하지는 않습니다.
욕심이 많은데 패치워크의 시간 말은 욕심을 내면 낼수록 행동의 기회가 줄어서요 ㅠㅠ
그러나 저의 개인적인 소감과 달리 영업 성공률은 정말 높아요.
많은 여성분들이 예쁜 것을 모아모아 채워채워 예쁜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시는 듯 해요.
여성분들과 영업할 때 거의 100퍼센트의 영업률을 보이는 게임입니다.
뜨루 한마디: "더 만들게 해주세요 부족해요 7x7은 어찌 만들 수 있나요"
서진님 한마디: "남자도 바느질 다 해봤잖아요? 지지마세요 결국은 수싸움입니다 테트리스는 우리가 더 잘합니다"
3. 헬프미 / 플레이타임: 20~30분 / 블러핑 타일 놓기 / 무게: 1.5
헬프미는 김동화라는 한국 작가님의 게임으로, 멸종위기의 귀여운 동물들!을 살리는 멸종시키는 >_< 게임입니다.
룰은 간단합니다. 각자 6개의 동물 타일 중 2개의 동물타일을 비공개로 받습니다. 이 동물이 저희가 살려야 할 동물이에요. 게임은 표지의 귀여운 동물들이 그려져 있는 5x5타일을 가지고 이루어져요. 그냥 하나씩 상하좌우로 옆 타일에 얹어서 옮기면 되어요. 다만 빈칸으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즉, 하나의 타일의 위아래옆이 모두 빠져서 그 타일을 옮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 타일은 그냥 두어야 합니다. (That"s my fish와 유사합니다~)
5x5로 된 동물 세상에서 바닷물이 차올라서 팬더가 북극곰을 밟고 그 위로 올라가는 거에요.
게임을 하다보면 타일들이 모두 옮길 수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러면 게임이 끝납니다. 이제 자신이 받았던 동물 타일 2개를 공개하고, 남은 타일더미의 가장 윗 타일과 자신의 동물이 일치한다면 그 타일더미의 타일 갯수대로 점수를 얻습니다.
즉, 제가 코알라를 받았다면 코알라만 살아남도록 계속 펭귄도 덮고, 북극곰도 덮고 해야하는거에요. 6개의 동물 종 중 자기 동물 2종류만 남게 다 덮어버리니, 이게 멸종시키는 게임이 아니고 무엇인가요!
서진님은 사실 제가 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를 그림 때문으로 알고 있는데, 단호박처럼 말씀드리자면 그림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동물들 눈이 너무 반짝이고 분홍분홍해서 제 감성으로는 약간 부담스럽거든요...
이 게임의 묘미는, 코알라를 가지고 있으면서 코알라를 가지지 않은 척 하는 부분에 있습니다. 제가 코알라를 가지고 있는걸 들키면 서진님이 코알라의 씨를 모두 말려버리려 할 거거든요.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코알라를 멸종시키는 척 다른 동물로 계속 덮다가, 마지막에 코알라를 제일 위에 올려두면 되어요
"짜잔~ 사실 난 코알라쟁이지롱!"
마치 우파룸파(저는 저 해파리같은 아이를 이렇게 부릅니다)을 가지고 있는 척하면서 코알라를 죽이는 덮는거에요.
그러면 서진님은 제가 우파룸파를 가지고 있는줄 알겠죠? 그래서 우파룸파를 마구 죽이시겠죠?
저는 그 사이에 몰래 코알라가 있는 쪽으로 우파룸파무리를 이동시킵니다.
(게임하다보면 한 동물의 타일 더미가 마치 적대적 M&A를 하듯 이동하며 다른 동물을 밑으로 덮어버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또 저를 견제한답시고 근처에 있는 코알라를 위로 올려놓게 되어있거든요. 내건지도 모르고!
그러면 전 의문의 이득. 그리고, 제 동물인 코알라 더미에 코알라가 또 묻혀있다면 추가점수가 크기도 해요.
여튼 중요한 전략까지 말씀드려서 전 좀 큰일나긴 했지만 이렇게 배신과 술수와 음모가 가득한 귀여운 게임이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훌륭한 2인용 브릿지게임이에요.
뜨루 한줄평 : "훌륭해"
서진 한줄평 : "이렇게 사랑스러운 동물을 어떻게 덮어 오빠!!! 하면서 다 덮더라..."
4. 마라케시 / 플레이타임 : 1시간 내외 / 무게: 2.0
마라케시는 사실 2인플을 한 것은 아니고, 서진님과 함께 4인플을 했습니다. 그런데 2인플이 훌륭할 것 같아서 살짝... ㅎㅎ
예전부터 성취감을 듣고 "오호호~ 아쌈~ 아쌈~" 해보고 싶어서 벼르고 있었습니다!
마라케시는 우리가 아쌈 상인이 되어서 카펫을 펼쳐놓고 장사를 하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 카펫!!! 카펫의 컴포가 엄청나게 훌륭합니다!!!!
이건 분명해요! 이건 분명히 연인과 하는 보드게임이야! 물론 저 말고 보통의 감성을 가진 일반 여성 분들.
마라케시의 컴포넌트는 찍으면서 보여드려야 하는데요.
(출처 : http://it.donga.com/17644/ )
제가 찍었으면 좋을 테지만.... 보이십니까, 저 수려한 천들!!!!
저 천들을 하나하나 놓으면서 자릿세를 받는 게임입니다.
어느새 아쌈아저씨가 돌아보니, 사방이 적(!)들의 천으로 가득한 것.
어딜 가도 세금으로 와장창 뜯기는 것. 세상에, 이렇게 예쁘다니요. 예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릿세, 드려야지요.
게으르기 때문에 룰설명은 간략히 합니다.
아쌈아저씨는 뒤를 돌아볼 수 없는 사람입니다. 이동하기 전에 아쌈 아저씨를 앞으로 놓을지, 90도 목을 돌릴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한 이후에는, 굴려굴려 주사위!!
주사위를 굴렸다가 서진님 카펫을 밟으면! 아이쿠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라고 말씀하시는 서진님에게 자릿세를 물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밟은 카펫이 테트리스처럼 길~게 이어져 있다면? 아쌈 아저씨의 발이 서진님의 나와바... 아니 구역에 있다면? 이어져 있는 칸수만큼 드려야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제 카펫을 깔기 위한 추진력. 절대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 저도 카펫을 깔아야지요. 다른 사람의 카펫을 덮어도 됩니다!
아쌈아저씨의 팔이 닿는, 아쌈 아저씨가 있는 칸의 변과 닿는 칸에 카펫을 깔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카펫 하나(하나가 두칸)를 다 덮어버리면 안 됩니다! 너무 티가 나거든요.
모름지기 내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틈새부터 공략해야 하는 법입니다. 어멋, 실수~ 하면서 서진님의 한칸을 덮고! 다음에 또 그 주위에서 얼쩡대다가 어멋, 실수~ 하면서 나머지 한 칸을 덮고! 그렇게 제 세상이 되는 것이지요. 끄덕끄덕.
개인적으로 패치워크에 전략성을 더한 훌륭한 연인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뜨루 한줄평 : "어머 천이 너무 아름다워!"
서진 한줄평: "오호호~ 상대의 양탄자를 요리조리 피해가는 재미. 여자들이 벨벳천에 눈이 하트하트. 우리에겐 그냥 안경닦이"
2편은 게이머스 게임을 섞어서 쓸 것 같아요! ㅋ-ㅋ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취감 카페 링크 : http://cafe.naver.com/we4d
보드게임 팟캐스트 성취감 팥빵 링크 : http://www.podbbang.com/ch/7998
다양한 보드게임 영상 브이플레이 : https://www.youtube.com/channel/UCJlp8DFfQdrh8G8TUVtsCv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