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보는 리뷰 - 울름
제목 : 울름
플레이 인원 : 2 ~ 4 인
플레이 타임 : 인당 20분
난이도 : 중하
리플레이성 : 중
장점
1. 저렴한 가격
2.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쉬운 룰
3. 스피디한 게임 진행
4. 참신한 게임성
5. 볼륨에 비해 넘치는 전략성
단점
1. 타일 운빨, 고급 게임에서의 이벤트 운빨 존재
2. 읽기 짜증나는 룰북 구조
3. 성당의 내구성 의심 (다회플 시 확실하게 부러질 것으로 예상)
4. 사람에 따라 건조하다고 느낄 수 있음
5. 보드 구역 가독성이 안 좋음
특징
1. 그야말로 비빔밥. 눈치 보기, 셋 컬렉션, 플레이어별 가변 능력, 지역 점령이 정말 조금씩, 완벽하게 섞여있음.
2. 신선한 액션 선택 방식
3. 정말로 "뭐 하려 하면" 끝남
한줄 평가 - 8.4 - 퍼즐틱한 액션 선택 하나로 식상한 게임이 아름답게 탄생함. 컴포의 질, 게임의 재미, 밀도, 리플레이성, 아트워크 그 무엇 하나 빠지지 않음. 순위가 왜 이리 낮은지 의아할 정도로 재밌는 게임. 입문자도 재미있고, 게이머도 재미있는 가벼운 전략이다. 책장에서 꺼낼 때는 좀 고민되는데, 막상 꺼내면 꼭 두어판씩 하는 게임.
게임 평가
이 때까지 많은 게임을 해보았지만, 액션을 이렇게 선택하는 게임은 또 처음입니다. 흔하디 흔한 요소들이 독특한 액션 선택 방식 하나로 묶여서 꽤나 훌륭한 게임이 나왔어요. 일단 게임 방식을 대충 설명해보죠.
울름에는 3 * 3 액션 칸이 있습니다. 여기에 최초 타일 9개를 배치해요. 다른 셋팅을 한 후 게임을 시작하는데, 플레이어가 하는 것은 단 두 가지입니다.
1. 주머니에서 액션 타일 하나를 뽑아, 3 * 3 액션 칸 바깥에서 밀어넣고, 해당 행의 액션을 한다. (한 행은 3개의 액션 타일로 이루어지므로 총 3번)
2. 손에 있는 카드를 "한 장" 사용할 수 있다. (윗쪽 또는 아랫쪽)
1번은 필수로 해야되는 액션이고, 2번은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액션입니다. 자기 턴 중이라면 아무 때나 할 수 있어요.
1번이 조금 헷갈릴 수 있는데, 예를 들어볼까요.
제가 이번 턴에 뽑은 타일은 ㄹ이라 칩시다. 그리고 현재 보드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다음과 같이 할 수 있습니다. (ㅁ은 이미 다른 타일이 밀려나 차있는 공간입니다.) 1번이 최초, 2번과 3번이 이후 상황입니다. 혹시 손에 참새 타일이 있었다면, 참새를 하나 내고 방금 뽑은 타일을 도크에 있는 타일 중 하나와 교환할 수 있습니다. (최초 액션 타일을 종류별로 1개씩 총 5개 배치하고, 이후는 없어질 때마다 랜덤으로 채우는 곳입니다.)
1 2 3
[ㄱㄴㄷ] ㅁ [ㄱㄴㄷ]ㅁ [ㄱㄴㄷ]ㅁ
[ㄴㄷㄱ] ㅁ [ㄴㄷㄱ]ㅁ 를 하거나, 또는 [ㄴㄷㄱ]ㅁ
[ㄷㄱㄴ] ㄷ [ㄱㄴㄹ] [ㄹㄷㄱ]ㄴ
ㅁㅁㅁ ㅁㅁㅁ ㅁㅁㅁ
가 된다는 뜻이죠. 그리고 플레이어는 방금 밀어넣은 곳의 "행"의 액션을 합니다. (세로로 넣는다고 열로 하는게 아닙니다.) 2번에서는 ㄱ, ㄴ, ㄹ이 될 것이고, 3번은 ㄹ, ㄷ, ㄱ이 되겠네요. 액션의 순서는 플레이어가 원하는대로 하면 됩니다. 그리고 밀어낸 타일이 위치한 곳에 다른 사람의 표식이 있다면, 해당 사람은 1 참새를 받아갑니다.
액션은 총 5가지입니다. 아래 설명은 1번의 액션 기준입니다.
돈 획득 액션 - 1원 획득
배 전진 액션 - 배 1칸 전진 (마지막 칸 이면 불가)
타일 획득 - 바깥으로 튕겨져간 액션 타일 중 한 행, 또는 한 열을 골라 다 가져옴
표식 배치 - 2원을 지불하고, 현재 배가 위치한 곳의 아래, 또는 위쪽 영역을 골라 빈 칸에 표식을 배치 후 해당 공간 액션 수행 (표식이 없으면 불가)
- 이 공간은 현재 배가 위치한 곳에 따라 어떤 능력을 쓸 수 있는지가 달라집니다.
카드 - 액션 타일 2개를 지불하고 카드를 뽑거나, 액션 타일을 지불하지 않고 손에 있는 카드 한 장을 더 쓸 수 있음.
카드 드로우 시 액션 타일 2개를 같은 종류로 지불하면 카드를 2장 뽑고 1장만 선택, 다른 종류라면 제일 위에 있는 것을 뽑음.
각 플레이어가 한번씩 액션 타일을 뽑아 미는 행위를 하고 나면 한 라운드가 끝나고, 이렇게 해서 총 10라운드면 게임이 끝납니다. 각자 앞에 있는 참새 타일 당 1점을 받고, 카드 점수를 받은 뒤 배 점수 계산하면 게임 끝.. 정말 쉽죠.
일단 게임 자체는 굉장히 스피디합니다. 2인플로 점수 계산까지 30분 컷 한 적도 있을 정도로요. 얼핏 보면 그렇게 매력 있는 게임 같진 않은데, 무엇이 이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어줄까요. 전 그 이유를 다양한 테크트리, 부담없는 게임 무게, 쉬운 룰로 생각합니다.
특수 능력을 제외한다면 석기시대보다 약간 무거운.. 그 정도의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다양한 테크트리가 있습니다. 당장 표식 배치를 통해 가져올 수 있는 인물 상관없이, 매 게임마다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가문 문장 배치 후 참새 타먹기, 배 전진, 여러 영역에 표식 알박기, 카드 몰빵이 가능하고요. 가져올 수 있는 인물까지 포함한다면 여기에서 2가지 정도 테크가 더 추가되거나, 기존 테크를 강화시켜준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 게임이 부담도 없어요. 어제만 해도 친구 한 명하고 2시간 동안 3번 돌렸습니다. 한 판 돌릴 때마다 생각할 것은 많은데, 이게 꼬이고 꼬여서 복잡한게 아니라 내가 어떤 행동을 3개 해야 좋을지 선택하는거라 큰 부담이 없습니다. 오딘이나 테라포밍 마스, 메이지 나이트 같이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게임하곤 또 다른 묘미가 있어요.
거기다 초보자에게도 설명하고 바로 시작할 수 있을만큼 게임이 쉽습니다. 헷갈릴만한 요소가 있긴 합니다만, 자잘한 요소까지 포함해서 설명이 20분 안에 끝나고, 게임 진행은 길어봤자 1시간 30분이에요. 4인 기준 최대로 잡은 시간대입니다.
그렇지만 게임 내적으로 거슬리는 점도 있고, 외적으로 거슬리는 점이 꽤나 많습니다.
게임 내적인 단점으로는 액션 타일 드로우가 영향이 꽤 있어요. 참새로 극복할 순 있긴 합니다만, 누구나 원하는만큼 구할 정돈 아닙니다. 한 사람은 연속으로 원하는 타일 뽑고, 다른 사람은 필요없는 타일만 나오면 좀 아프겠죠. 또한 카드 드로우 운빨도 있어요. 나는 6장 뽑아도 다 다른건데, 상대방은 똑같이 뽑아서 대성당 3개 완성하면 좀 허탈합니다.
그리고 게임 진행이 좀 평이한 편입니다. 게임 구조상 후발 주자가 드라마틱한 역전을 하긴 좀 그렇고.. 서로 쌓고 쌓았더니, 누가 좀 더 잘 쌓았더라- 하는 느낌이 있어요. 그렇지만 이 단점들은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데, 첫번째로 게임이 짧아요. 그래서 단점을 느낄만하면 게임이 끝난다는 점, 그리고 평이한 게임 진행은 반대로 긴장감을 덜어줍니다. 게임 내내 저 인간이 내 액션을 채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외적으로는 정말 읽기 짜증나는 룰북이 있습니다. 게임 진행을 설명하는 룰북과 인물과 카드, 지역 능력을 설명한 연대기 2개로 나눠놔서, 여기 읽었다가 저기 읽었다가 해야합니다. 아무래도 3개 국어를 하나의 룰북에 담다보니 분리한 것 같은데, 굳이 그랬어야했나 싶어요. 차라리 룰북과 연대기를 합치고, 언어별로 3개 나눴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구요.
그리고 게임 내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나름대로 분위기를 살려주는 성당이 좀 많이 접어야해서, 다회플 시 확실히 부러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임 내적으론 전혀 연관이 없지만 좀 아쉬운 부분이에요. 또한 가문 표식을 배치하는 액션을 하기 위해 자신의 배가 위치한 구역이 확실하게 어딘지 알아야하는데, 지나치게 아트워크에 열중한 나머지 약간 헷갈립니다. 보드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게임 하는데 헷갈릴 때가 많아서 좀 아쉬운 점이에요.
마지막으로 단점이라고 보기에는 좀 미묘해서 적진 않았습니다만, 심화 룰이 매 라운드마다 룰을 조금씩 비틀어 게임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대신, 기존의 깔끔한 맛이 좀 부족해집니다. 심화 룰은 플레이어에게 기존 선택지를 더 좋게 / 나쁘게 만들어 액션을 한정짓는 대신, 목표를 만들어준다고 한다면 기본 룰은 도화지 하나 던져주고 니 알아서 그려봐라- 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본 룰을 더 선호하게 되네요.
정리하자면, 울름은 장점을 극대화했다거나, 단점이 두드러지는 게임은 아닙니다. 사실 어찌보면 조금 식상할 수도 있는 게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독특한 액션 선택 방식 덕에 신선한 게임으로 느껴진다고 할까요. 갖출 것 갖추고, 빠질 것 빠진 그런 느낌이에요. 라 그랑하 같은 게임과는 정 반대라고 할 수 있죠.
또 무거운 전략 게임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마냥 좋아할만한 게임은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게임 자체가 좀 평이한 면이 있어서 신의 한수.. 같은 건 보기 어려워요. 누가 좀 더 정교하게 게임 하나도 게임을 가르지만, 누가 좀 더 타일, 카드를 잘 뽑았나도 게임의 승패를 가르거든요. 반대로 마냥 가볍지도 않아요. 룰은 쉬운데 자기 턴이 되면 어떻게 밀어야 최적의 3액션이 될지 고민하게 되고, 참새를 써서 타일을 교환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카드를 받으면 즉시 쓰고 버릴지, 게임 끝날 때 승점으로 받을지 고민거리가 꽤나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나, 긱 순위가 낮다는 이유로 외면하기에 울름은 너무나 아까운 게임입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스피리움 등이 있는 딱 그 위치.. 언제든지 꺼내들 수 있고, 부담스럽지 않고, 끝나고 한판 더 할만한 게임, 좀 저렴한 게임 (중고가로는 4만원이 안 될거고, 신품 가도 4만 2천원 정도입니다), 본격 전략으로 넘어가기 전 중간 단계로 할만한 게임을 찾으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꼭 한번쯤 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