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 책을 읽었습니다!!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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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13 오후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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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살다가 잠시 휴가차 귀국할 때면 한국의 이것저것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습니다.

흔히들 놀러가는 경복궁에 가더라도 "와~ 이거봐! 곡선이 엄청 예쁘다! 아니, 저건 뭐야? 이 석상은 왜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까? 이거 무엇을 상징하는거야?" 하고 이것저것 질문하고 있노라면, 여자친구가 "하아... 완전 외국인 관광여행이잖아." 하고 고개를 젓는 일도 많습니다 ㅎㅎ 한국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건 아니지만, 관련 이야기를 듣는건 상당히 좋아하죠.

그런데 오늘 밴쿠버 도서관을 방황하다 한켠에 꽂혀있던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러고보니 한국의 미술에 대해선 잘 모르는구나... 하고 무심코 집어들었죠.

그리고 이 책은 첫장부터 제 멘탈을 깨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한국화에 대해 이렇게 무지몽매 할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알고 계셨나요?

한국화는 서양화와 달리 우상단에서 좌하단으로 감상해야 한다는걸. 우리네 조상님들은 그렇게 글을 써왔고, 그림 또한 그렇게 그렸다는걸.

김홍도가 그린 무동이라는 그림입니다.

첫 시선이 좌상단 북치는 아저씨에게 향했고, 점차 우측으로 시선을 옮겨갔다면...

좌하단에서 덩실덩실 신나는 춤을 추는 사람은 잘 안보이게 되죠. 잊혀지고 맙니다.

우상단에서 시작하여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을 감상하고, 마지막으로 춤추는 인물의 힘찬 팔 방향을 따라 그림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올바른 감상법이라고 하네요.

게다가 이런 안정감 있는 구도 또한 고려하여 그린 것이라 합니다. 게다가 각 인물에게 숨겨진 의미와 분석 글을 깨닫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김홍도의 기로세련계도입니다.

아무것도 모른채 위에서부터 아래로 쭉~ 훑어봤다면 아무 감상도 못느낄 수 있지만...

사실 이런식으로 시선의 흐름을 따라, 중후한 산부터 옹기종기 모여 잔치를 여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도록 구도가 잡혀있는거라더군요. 만약 서양식대로 좌상단-우하단으로 그림을 보게되면 김홍도가 의도한 구도와 충돌이 나며 자연스럽지 못한 X 자 모양, 즉 무언가 껄끄러운 느낌이 남아요. 이것만 해도 "헐!! 말도 안돼.... 이런게 있었구나..." 싶었는데,

중앙의 그림을 상세히 보면 각자 자기 밥상을 가지고 있죠? 옛날엔 겸상을 천하게 여겼기 때문이래요. 그리고 가운데 꽃이 있죠? 옛 조상님들은 자연을 해치는 것을 꺼렸기에, 궁전에서 쓰는 모든 꽃은 종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어요.

그리고 하단을 살펴보면 대낮부터 술에 쩔어서 쓰러져 있는 양반(;;;)도 볼 수 있습니다. 왼편에 당나귀(혹은 말?)는 하인이 집에 모셔가려고 택시(?)를 대기하고 있는데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네요 ㅎㅎㅎ

까치와 호랑이는 함께 그려지는 일이 많았는데, 호랑이는 산신령의 심부름꾼이었고 까치는 말씀을 전하는 전령의 역할을 했다고 해요. 이렇게만 봐도 호랑이의 포스가 후덜덜~해서

까치: "호랑아, 호랑아. 산신령님이 여기에 가서 이것 좀 해달라는구나."

호랑이: "알겠다, 까치야. 오늘 밤에 해놓을테니 산신령님께 염려 놓으시라 전하거라."

이런 대화를 하는것 같죠? 그런데 같은 주제인데도 그림 실력이 영 떨어지는 사람(?)이 그리면....

까치 : "야! 산신령님이 일 좀 처리해달래."

호랑이 : "우웅?"

까치 : "아오 빡쳐. 한번에 말을 못알아 쳐먹니? 산신령님이 일 좀 해달라 했다고"

호랑이 : "아.... ㅇㅇ 알았음! 믿고 맡겨."

까치 : "어휴 호랑이라는 놈이 갑갑하다 진짜. 발은 또 왜 그리 뽀송함? 그걸로 맞으면 푹신해서 기분까지 좋아지겠다 빙구 놈아."

이런 대화를 할 것만 같죠 ㅎㅎ 어설픈 수준의 민화도 정말 매력적이더라구요.

시대극을 보면 왕 뒤에는 언제나 이런 병풍이 있습니다. 전 이게 평범한 그림인 줄 알았는데.... 이 그림엔 많은 것이 숨겨져 있더라구요.

하늘엔 해와 달이 떠있어 양과 음을 뜻하고,

다섯개의 봉우리는 오행 / 인의예지신 / 5대 명산을 뜻하기도 하며,

땅은 구릉이 계속 이어져 있는데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땅을 뜻하며 (소나무도 가장 성스럽고 귀중한 적송입니다),

산에서 흘러나온 폭포가 온 천지에 가득한건 우리나라에 있는 강과 하천을 뜻하기도 하지만 다섯가지 덕이 국가에 가득하라-

이런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답니다.

이 세가지를 합쳐서 삼재(三才)가 되는건데, 이 천지인 세가지를 하나로 묶기 위에 정 중앙에 무언가가 올곧게 서있게 됩니다.

한자로 표현하면....

三 +ㅣ= 王

왕. 즉, 군주가 이 중앙에 올곧게 앉아 나라를 다스리며 천지인 모든 것을 하나로 잇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해요.

정말 흥미로웠던 이야기들만 대략 간추린거지만... 그림 하나하나 & 설명 하나하나에 웃음과 충격이 가득했어요. 작가분은 그 밖에도 너무나 아름다운 화폭을 설명해주거나...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는 해학들을 정말 잘 설명 해주셨는데... 안타깝게도 2005년에 지병으로 별세 하셨다고 하네요 ㅠㅠㅠㅠ 워낙 재밌게 읽은데다 많은 것을 배웠기에 올해 한국에 가면 이 분의 책을 모조리 구해다가 밴쿠버로 가져오려고 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생각난 게임이 모던 아트였습니다.

모던아트!! 경매 게임 중에선 재밌기로 톱을 달리고 있지요. 멤버빨을 좀 탄다곤 하는데, 그래도 명작은 명작이죠.

책을 읽다보니 해외명화도 참 좋지만 아이들과 모던아트를 할 때 재밌는 우리나라 민속화를 활용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을 조금 더 크게 프린트 해서 경매를 할 때 이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꺼내놓는거죠. 구도, 비화, 해학 등등... 물론 아이들이 그렇게 빠삭하게 그림을 어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이가 그림에 대해서 나름대로 설명을 하면 제가 옆에서 부연 설명을 해주는 거죠. 게임도 즐기며 한국화에 대해 친숙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이런 생각까지 하다보니... 우리 민속화를 재미나게 이용한 게임이 나왔으면 하는 소망도 조금 생기네요. 그냥 박물관 속 민속화에서 끝! 이게 아니라, 모던 아트처럼 유명한 민속화들이 우리 생활 가까이에 좀 더 스며들면 좋겠어요. 더 많은 게임을 경험해보고 다양한 시스템에 익숙해진다면, 우리나라 민속화를 이용한 게임도 한번 구상해보고 싶네요 ㅋㅋ

에... 어쨌든 민속화 이야기를 재밌게 보셨다면 위 책은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읽고난 뒤의 흥분이 아직도 가시질 않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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