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게임들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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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2 오후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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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불우한 아이들을 위해 봉사를 하는 만큼, 한 해 동안 아이들과 즐길 게임을 선별하는건 대단히 고민되고 힘든 작업입니다. 열심히 캐나다에서 들고왔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시큰둥 하면, 그것만큼 좌절스러운 일도 없거든요. 만약 2017년에 다시 아이들을 만나러 가게 된다면 아래와 같은 게임들을 꼭 가져갈 생각입니다. 개인 콜렉션을 쭉 훑어가며 쓴거라 딱히 순서를 정해놓진 않았습니다.

당연하지만 아이들이 한번이라도 해본 게임은 모두 제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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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통에 넣으세요

쓰레기통에 넣으세요는 사실 다른 게임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카드 선택 후 동시 공개’ 류의 눈치싸움 게임입니다. 당장 비슷한 게임을 떠올리라고 물어보면 겟빗, 던전 버스터즈(와글와글 던전), 1001, 피라냐 페드로 같은 게임을 좔좔~ 읊을 수 있을 정도죠.

이 게임이 선택된 이유는 단 하나. 앙증맞기 짝이 없는 쓰레기(…) 콤포넌트 때문입니다. 적당히 무게감도 있으며 각 쓰레기의 개성이 잘 살아있는 콤포넌트와, 그 쓰레기를 차곡차곡 담아야 하는 쓰레기통까지! 전 아이들과 게임을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는데 바로 오감입니다. 오감 중에서 쓰레기통에 넣으세요는 재미난 촉감을 주겠지요.

아이들과 꼭 함께 하고 싶은 게임 중 하나입니다.

#두 도시 사이에서

아마 제가 두 도시 사이에서를 한번이라도 해봤다면 올 한해 Top 100에 반드시 포함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세븐원더스처럼 드래프팅을 통해 도시 타일을 고르되, 좌측 우측에 앉은 플레이어들과 함께 부분적인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동시에 다른 플레이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개념은 대단히 신선했거든요.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을 무찌르겠어요!’ 같은 말을 좀처럼 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선생님/친구들과 함께 무언가 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하고 안전하다고 느끼죠. 그런 점에서 아이들과 협력함과 동시에 경쟁 할 수 있는 두 도시 사이에서는 협력과 경쟁이란 두 가지 장르를 절묘하게 하나로 섞어낸 정말 멋진 작품이예요.

#당신의 책을 가져오세요

봉사자로서 언제나 걱정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요. 아이들이 책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센터에서 틈틈히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해요. 제가 무언가 집중해서 읽고 있으면 자기도 괜스레 한 두권의 책을 들고와 옆에서 함께 보곤 하거든요.

당신의 책을 가져오세요는 책과 보드게임을 합친 절묘한 파티게임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책을 하나 준비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출제되면 책을 뒤적거리며, 문제에 가장 근접한 문장을 찾아야 하죠. “마법 동굴의 문을 여는 주문” 같은 주제가 나왔는데 하필 내가 손에 든건 복잡한 백과사전이다? 행운을 빕니다 ㅋㅋㅋㅋ

꼭 자기의 책을 이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 책을 교환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죠. 책 = 공부라는 고정관념을 부술 수 있는 좋은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폴드잇

캐나다에서 구하려면 아직 반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게임입니다. 독특하게 천을 이리저리 접어 문제를 풀어야 하지요. 가장 처음 설명했던 ‘쓰레기통에 넣으세요’가 그랬듯 이 게임도 시각과 촉각 및 순간적인 판단력을 자극하는 게임이라, 이러한 게임이 출시 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건 반드시 사야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여기저기에 동영상 룰 설명 및 후기가 올라와서 챙겨보았는데…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인상을 받은데다 규칙을 듣자마자 “뭐? 진짜야?” 하며 다시 영상을 되감아 봤을 정도로 규칙의 헛점을 악용할 수 있는 부분이 보입니다. 이 글을 올리기 전에 커뮤니티 여기저기를 뒤져보았는데,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이미 실천한 분이 계시더군요.

나중에 리뷰를 쓴다면 규칙에 관련해서 조목조목 이야기 할텐데, 그것 말고는 전반적으로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이 게임이 고태윤 작가님의 첫 작품인가요?

#쿠키박스

개인적으론 폴드잇과 같은 선상에 놓고 있는 게임입니다. 폴드잇이 천을 이리저리 뒤집어서 문제를 맞추는 게임이라면 쿠키박스는 3×3 형태로 놓인 타일을 뒤집어가며 문제를 맞추는 게임이죠. 어찌보면 두 게임은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만 가져가도 되긴 합니다. 그러나 구태여 둘 다 포함한 이유는 둘의 게임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예요.

천을 접는 것처럼 입체적인 부분에 강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타일을 빠르게 뒤집어가며 무엇이 모자란지 파악하는데 강세를 보이는 아이도 있습니다. 둘 중 하나가면 가져가면 한쪽 아이들은 포기하는 셈이 되겠죠. 아이들 모두와 재밌게 놀고 싶은 마음에 폴드잇과 쿠키박스 둘 다 가져가고 싶습니다.

# 마이스 앤 미스틱스

사실 이 게임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플레이 타임이 1시간이 넘어가는데다 영어의 압박이 제법 있어서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고민이 많아요. 물론 협력이라는 특성상 제가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며 아이들과 재밌게 놀아줄 수 있긴 합니다만… 제가 없으면 게임이 돌아갈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마이스 앤 미스틱스가 가진 독창적인 스토리라인,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괴물(지네, 바퀴벌레, 생쥐) 등 아이들와 함께 동화 속 멋진 모험을 떠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좀처럼 목록에서 빼기 어렵네요. 그러나 아이들과 꼭 해보고 싶습니다.

#킹도미노

킹도미노 또한 행복한 바오밥에서 정식으로 출판한 게임이죠. 단순한 드래프팅 규칙에 턴 순서를 결정하는 요소를 절묘하게 섞어 쉬운 규칙 & 적절한 견제 & 아기자기한 타일놓기 세 가지를 아주 절묘하게 섞어낸 멋진 게임입니다. 처음 이 게임을 해보자마자 ‘이건 올해 Top 100에 들어간다’고 직감하기도 했죠. 부피도 작고, 설명하기도 쉽고, 플레이 타임까지 짧으니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게임입니다. 최근 리뷰를 쓰기도 했으니 한번 살펴보시길.

# 퓨즈

의외로 아이들은 긴장에 노출되길 좋아합니다. TRPG를 함께 즐길 때도 위험한 상황 속에 빠뜨려놓고 회의에 필요한 시간에 제한을 두면 꺅-꺅- 거리며 게임에 굉장히 몰두하죠. 아이들이 순식간에 게임에 몰입하도록 자주 이용하는 장치입니다 ㅎㅎ

퓨즈는 주사위를 이용한 협력게임이라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딱 10분이라는 짧은 플레이타임, 올바른 순서로 폭탄 카드를 해체하지 않으면 점점 더 게임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제게 아주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가장 논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퍼즐을 풀어야 하는게 너무나 마음에 들더군요.

물론 게임 박스에 13세 이상이라고 써져있지만, 게임 시간을 조금 더 늘려서 생각할 시간을 더 준다면 10살 정도의 아이들도 함께 재미나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비슷한 게임으론 탈출: 저주받은 사원이 있지만 게임 부피가 너무 큰데다 다른 아이들이 제대로 하는지 봐줄 수 없다는 점에서 퓨즈가 훨씬 강세를 보이네요.

#카루바

카루바는 빙고 시스템을 이용하여 만든 독특한 가족 게임입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똑같은 숫자의 타일을 이용하기 때문에,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타일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점이 꽤 재밌죠. 게다가 타일을 적재적소에 놓지 않으면 모험가들의 길을 스스로 막아버리는 바보같은 짓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로 하여금 ‘최적의 장소가 어디인가’를 생각하도록 유도하는게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슷한 게임으로 테이크잇이지가 있습니다. 규칙이 더 직관적이고 쉬운데다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즐길 수 있지만… 밋밋하기 짝이없는 파이프보단 밀림을 헤쳐나가는 카루바 쪽이 훨씬 더 아이들의 시선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카루바를 선택했어요.

# 원나잇 레볼루션

매년 반드시 챙기는 게임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원나잇 웨어울프 시리즈인데요. 한번은 이걸 가져가지 않았더니 2달 내내 웨어울프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군요. 레지스탕스 / 아발론 같은 게임을 소개해줬지만, 그림이 너무 무섭다며 모조리 퇴짜!! 누가봐도 늑대인간인데 뻘뻘거리며 자기가 늑대인간이 아닌걸 설명하는걸 보면 ‘이녀석들- 이 게임이 그리 재밌을꼬?’ 싶습니다.

원나잇 레볼루션은 웨어울프 시리즈에 약간의 변화를 준 작품입니다. 이전 작품들이 캐릭터 순서에 따라 행동을 했다면, 이 게임은 앉은 순서대로 자신의 가진 카드의 지령에 따라 행동하게 되죠. 사실 아이들이 좋아할런진 모르겠습니다. 웨어울프 특유의 동화적 느낌이 이 게임엔 전혀 없거든요. 그러나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저와 함께라면 분명 좋아해주리라 믿습니다.

#아뉴비스의 가면

사실 아뉴비스의 가면은 게임은 리스트를 작성하며 가장 먼저 포함했던 게임입니다. 그리고 다른 게임은 가져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이 게임만큼은 한국으로 챙겨가야 한다고 생각했구요.

아뉴비스의 가면은 VR을 이용한 최초의 보드게임입니다. 돌아가며 VR을 통해 미로 내부를 묘사하고 다 함께 미로를 만들어나가는 협력 게임이죠. 익퓨님을 통해 이 게임을 알게 되었을 때 정말 분하고 억울했어요. ‘이런 게임이 왜 이제서야 나온거야! 아이들과 이 게임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내가 한국에 가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단 말야!’ 하고 말이죠. 1년만 더 빨리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아뉴비스의 가면에 사용되는 앱의 그래픽은 많이 아쉽습니다. 폴리곤 마냥 각진 캐릭터와 약간은 어설픈 듯한 사물의 묘사. 그리고 아직 복잡한 미로를 생성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여러가지로 개선될 여지가 많죠. 그러나 이 게임을 아이들과 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 아이들에게 ‘얘들아, 앞으로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는 시대가 올거야.’하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백날 VR에 대한 영상 / 교재를 보여주는 것보다 직접 써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니까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나 어제 VR이라는 걸로 게임 해봤다~ 캐나다에서 온 선생님이 알려줬지롱~” 하고 자랑하길 원하는 팔불출 같은 마음도 약간은 있네요 ㅎㅎ

출처 :: https://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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