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을 하며 기뻤던 순간 Top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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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0 17:11

보드게임을 하다보면 온갖 희노애락을 다 겪어보는 것 같습니다. 보드게임 때문에 기쁘기도 하고~ 친구와 다투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말이죠. 사실 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어울리길 껄끄러워하는데... 취미 하나 때문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다양한 걸 배워왔네요. 그냥 지난 시간을 돌아볼겸 지난 15년 동안 겪어온 이런저런것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희노애락의 희만~!

1. 꼬마아이가 더 작은 아이에게 게임을 가르치는걸 보았을 때

아동센터에서 목격한 일인데요. 초1~2의 8살 남짓한 여자아이가 자기보다 어린 여동생에게 코코너츠를 가르치는걸 본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쏘는거 아니야~ 이렇게 눌러서 꾹~~ 그리고 뿅 날아가! 봤지? 언니가 다시 해볼게~" 하면서 조그만 손으로 원숭이 장난감으로 코코넛을 쏘아올리며 예를 보여주는게 어찌나 귀엽던지! 옆에서 아빠미소를 입에 머금고 한참을 쳐다봤네요. 결국 셋이 함께 재미나게 코코넛 공을 쏘아대며 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아이가 아이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내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걸 알려주고 있구나~ 하는 기쁨이 있었어요.

2. 아이들이 핸드폰 게임이 재미없다며 함께 놀아달라고 말할 때

전 아이들이 핸드폰으로 게임하는걸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저 역시 어릴적에 그러하였으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 시간이 너무나 아깝더라구요. 그래서 늘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활동 /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려 하는 편입니다. 하루는 제가 너무 바빠, "오늘은 핸드폰 가지고 놀고 있어..." 라고 말해두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15분쯤 지났나? 아이들이 쪼르르르~ 오더니 "핸드폰 게임은 재미없어요... 같이 콩팔기(보난자) 게임하면 안돼요?" 하며 자꾸만 기웃대더군요 ㅋㅋ 그 모습이 귀여워 함께 놀아주고 말았던 적이 있네요. 무표정하게 핸드폰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꾹꾹 스크린을 누르는 것보다, 함께 떠들고 웃는게 더 즐겁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서 기쁩니다 :D

3. 기회가 없어 못하던 게임을 돌리게 되었을 때

최근에야 주변에 게이머들이 급격하게 늘어 이런 고민을 하진 않습니다만...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게임을 묵혀두기만 할 뿐 할 사람이 없었어요. 사둔지 몇년만에 처음으로 해본 게임들도 제법 많을 정도죠. 수북히 쌓인 먼지를 탁탁! 털어서 끼이이이이이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박스를 열 땐 얼마나 설레는지~ 방귀소리 비슷한 이 소리... 모두 아시죠? ㅋㅋㅋㅋ 수많은 게임을 해보았지만 아직 못해본 게임(플로렌스의 제후) 같은 것들도 많이 있으니, 이 즐거움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습니다 :)

4. 보드게이머 친구가 생겼을 때

얼굴 아는 이는 천하에 가득하되 마음 아는 이는 몇이나 될까 -명심보감

두말할 것 있나요. 마음이 맞는 누군가를 찾았을 때, 그리고 그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만큼 기쁜 순간이 어디겠습니까. 보드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쯤에 연락이 와선 "야~ 보드겜 하자! 언제 시간 돼?" 하고 문자가 왔을때 대박~ 하고 기뻐하는 그 순간 :) 이런 친구가 2~3명만 있어도 천군만마를 얻은것과 같은 기분이지요. 특히 장르의 호불호를 가리지 않는 친구랑 더더욱 좋습니다. 저야 외국인들과 자주 하다보니, 깊은 마음속까지 진정한 친구가 되긴 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만...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오래오래 깊은 관계로 남으시는 분들이 계셔서 참 부러울 따름입니다.

5. 컴퓨터 게임이 재미가 없을 때.

저도 중~고등학교 시절땐 컴퓨터 게임을 그렇게 좋아했습니다. 매일매일 해도 지겹지가 않았죠. 그런데 보드게임을 접하게 된 이후론 무엇가 바뀐건지... 입 다물고 20분 정도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노라면, 너무 지루해져서 금세 꺼버리곤 합니다. 팀포트리스2를 자주하는 편이지만 딱 한라운드 (약15분) 정도만 하고 끄곤 하네요. 맛있는 것을 옆에 두고 사람과 사람간의 수다와 지적 대결이 훨씬 재밌게 느껴집니다. 분명히 컴퓨터 게임도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인데... 보드게임만의 매력을 따라오진 못하는 것 같아요. 컴퓨터 게임이 나쁘단건 아니지만, 좀 더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취미가 바뀐것 같아 행복합니다.

6. 알고지내던 사람의 숨겨진 모습을 보았을 때

게임을 하다보면 몰입을 하게되다보니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런 사소한 행동 / 말투 / 성격에서 그 사람에 대해 알지 못했던 모습을 보는 경우가 많아요. 이걸 기쁘다고 해야할지... 즐겁다고 해야할지...? 그래도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는 것 같아 기쁜 일로 생각되네요.

옆 사람이 잊은것을 챙겨주거나, 적극적으로 손수 카드를 나눠주거나, 뒷정리를 깔끔하게 해주거나, 남의 물건에 뭐 뭍을라 계속 조심스럽게 다루는 모습, 남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단어만 선택하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것에 삐쳐 입이 삐죽 나오는 등 각양각색의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어서 참 재밌습니다. 문득 쓰다보니 <나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깨작깨작~ 쓰다보니 보드게임 자체에 대한 재미와 기쁨보단, 이 취미를 통해 얻는 외적인 것들에 대한 기쁨이 더 크군요~ 몇번 생각해봐도 참 괜찮은 취미를 고른듯 싶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