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일지록 - 아이들과 게임하기 편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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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26 오후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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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게임을 이용하여 봉사활동을 해보려는 친구들이 생겨나고 있어,

경험담을 나누며 틈틈히 블로그에 적어두었던 글인데...

일단 여기에다가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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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일지록 - 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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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면서 어느덧 시흥의 어느 한 아동센터와 연을 맺은지 6년째가 되었습니다.

6년이라... 어찌보면 짧은 시간이죠. 그런데 아이들 한명 한명을 떠올려보면 그렇지도 않네요.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이는 어느덧 중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는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그 쪼꼬만 여자아이가 "쌤~~~"하면서 제 손을 잡던데 몇일 전 같은데...

이제는 옆에 슥 와서 "쌤... 생리통 때문에 죽겠어요... ㅠㅠ" 하고 울상을 짓는 날이 왔어요.

전자레인지에 돌린 젖은 수건을 "자, 아랫배에 대고 있어." 하고 넘겨주는 일도,

끙끙거리며 바닥에 누워있으면 인터넷에서 본 지압법으로 손발을 꾹꾹 눌러주는 일도

이젠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네요.

매일 아침 10부터 밤 9시까지 아이들과 부딪치며, 지극정성을 쏟아서 그런걸까요?

스스로 이런 소릴하면 웃기지만... 저는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항상 주입식 공부는 절대 반대하며

모든 공부와 독서를 가능하면 재미나게 해주려고 노력하거든요. 보드게임도 취미겸, 오락기에 빠져 지내는

아이들에게 더 재미난걸 소개시켜 주기 위해 가져간건데...

어느덧 그걸 적극 활용하는 그런 독특한 선생님이 되었어요.

저와 함께 많은 게임들을 접하고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워서일까요?

이젠 할리갈리 / 치킨차차 / 스틱키스틱스를 들고 자원봉사 오시는 선생님을 보면 우리 아이들은

"우리 보석게임(스플렌더) 해요!" 라거나 "기차연결하기(티켓투라이드), 숫자가져가기(잭스님트), 집사기(포세일)" 하자며

초롱거리는 눈빛을 보냅니다. 센터에 가득 쌓인 보드게임들과 선생님도 모르는 게임들을 하자고 조르는 아이들을 보며

"하하...; 아이들 수준이 굉장히 높네요;" 하고 당황하는걸 보는 것도 나름 재밌는 일이 되었네요 ㅎㅎ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치는데도 사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제가 해온 방법들이 올바른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이런 시행착오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보며 배우고 느낀것들을 풀어보고자 하니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자~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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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들은 생각보다 똑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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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 아이가 이걸 할 수 있을까요?" / "우리 아이는 아직 너무 어린것 같아요" 하고 한탄(?) 겸 걱정을 하시는 글들을 보곤 하는데요. 경험으로 보건데... 초등학생들은 어른의 예상보다 게임을 상당히 잘 배웁니다. 제가 봐온 아이들도 대부분 상상 이상으로 흡수력이 좋았어요. 초등학교 2학년과 어콰이어,스플렌더,빌더스를 / 초등학교 3학년들과 아그리콜라 가족버전을 / 4학년 이상과는 던전펫츠를 돌려보았습니다. 아이들도 잘 따라왔구요. 의외죠?

아이들이 못따라 온다고 느끼실 땐 두가지를 점검해보세요.

1. 룰 설명이 모호하여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를 경우.

2. 게임 자체가 지나치게 어려울 경우.

1번의 경우는 제가 예전에 써두었던 "룰 설명 잘하기(클릭)" 를 참고하여 보시구요.

2번의 경우. 게임 자체가 지나치게 어려울 땐 보통 어른(제) 욕심으로 누가봐도 과한 게임을 들이민 경우였습니다.

이런 경우엔 복잡성을 늘리는 룰 / 불필요한 룰은 모두 쳐내고 게임자체의 핵심부분만 함께 즐기는게 효과가 좋았어요.

4학년과 돌린 던전펫츠는 게이머즈 게임이라 불릴 정도로 동시에 여러가지를 생각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아이들이 이걸 해낼리가 없지요. 그래서 처음부터 "서로 경쟁해서 애완동물을 아프지 않게 키운다"는 목적만 알려주고 펫 두마리를 열심히 키우는 것만 가르쳤습니다. 누가 더 명성을 얻고, 누가 더 효율적으로 판매하고 이런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게임 내내 동물들이 슬프지 않게 / 아프지 않게 아둥바둥 고민하는 재미만 알려줬는데도 아이들은 참 좋아했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똥 치우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ㅠㅠㅠ" 하고 아쉬워하는 모습만 봐도 아이들이 얼마나 몰입했는지 알 수 있었죠. 그리고 다음 게임때 동물 판매하기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차츰차츰 배워나갔죠.

티켓투라이드도 위치를 찾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점수계산 상관없이 무조건 기차를 먼저 다 쓰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지형에 익숙해지자 점수카드도 잘 보게 되더군요.

아이들이 못할거라고 단정짓지 마셔요 :) 처음부터 완벽하게 알려주지 않아도 돼요. 조금씩 소화시켜 나가면 아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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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결과가 아닌 과정을 칭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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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게임을 하고 난 뒤, 이긴 아이에게 "대단하네~~" 하며 칭찬하는건 효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이긴다 = 선생님이 인정한다> 이렇게 인지하고 불필요한 승부욕이 강해지는 모습을 가지더군요.

게임을 함께하며, 아이마다 굉장히 의미가 있는 한 수를 기억해두세요. 그리고 게임이 종료되면 "수고했어~~" 하고 인사를 한 뒤

누가 이겼는지 가볍게만 언급하고 ("축하해~" 정도?) 아이들 별로

"우와~~~ OO는 처음에 이거 하는거보고 깜짝 놀랐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

"아까 ㅁㅁ이가 이렇게 둬서 쌤이 질뻔했어;; 진짜 잘했더라"

"아까 OO이가 옆에 친구 배려하는거 보고 쌤 완전 기분 좋았던거 알아?"

"아깝다~~ 쌤이 조금만 더 열심히 했으면 XX를 따라잡았을텐데! XX이가 진짜 열심히 생각해서 쌤이 졌나보다"

이렇게 크게 칭찬해주세요. 저 역시 결과보단 과정에 중점을 두고 한동안 칭찬했더니 아이들은 점점 패배에 의식을 두지 않고,

"와! 내가 열심히 했더니 칭찬해줬어!" 하면서 다음 게임에도 승부보단 좋은 한수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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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드게임이 망가져도 (가능하면) 언짢아 하거나 화내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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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놀 생각이시라면 어느정도는 손상/파손을 각오하시는게 좋아요. 아이들은 게임의 가치를 잘 모릅니다. 그냥 같이 노는 도구일 뿐이죠.

그래도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다음에 게임을 또 하려면, 게임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하고 물어보세요. "조심히 써야해요~" 정도의

대답만 들으신 뒤 진행하셔도 한결 낫습니다. 물론 분위기 타면 다 잊어버리겠지만요.

보드게임 비싸죠... 저도 아이들과 게임하며 콤포 손상 / 박스 파괴 / 카드 분실... 겁나게 많이 겪었습니다.

저 역시 가슴이 찢어졌지요...ㅠㅠ 그래도 아이들의 경험 > 몇만원 짜리 게임 이라는걸 믿으며

보드게임을 파괴시킨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아! 앞으로 조심하면 돼!" 하고 쿨하게 넘어갔습니다.

그거 아세요? 그 아이는 이후에 항상 먼저 게임을 정리하고 차곡차곡 잘 쌓아놓는 아이로 바뀌었답니다 ;)

아이들이 게임을 손상 입히는게 많이 신경쓰이신다면, 콤포가 튼튼하거나 아예 손상입어도 상관없는 게임 위주로 알려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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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이가 울어요. 어쩌죠? - 그 자리에서 이야길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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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아이들과 게임을 하다보면 99.99% 언젠가 우는 아이가 나타납니다.

그냥 앵~~ 하고 울거나, 게임하던걸 던져버리고 쌩~ 하고 가버려선 앵~~~하고 우는 두가지 타입이 있는데요 -_-;;

이유는 정~~~말 여러가지였습니다.

1. 게임에서 졌다.

2. 친구들이 나만 견제한다.

3. 친구가 도와주지 않는다.

4. 게임하며 다른 얘기하다 말다툼 시작했다.

5. 게임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운다.

6. 선생님이랑 같은 팀 하고 싶다.

7. 주사위가 잘 안나온다 (...얘야 이건 나도 그렇단다)

8. 하고 싶은데 인원이 다 찼다

9. 다른 게임을 하고 싶다.

10. 친구가 거짓말 했다 (협잡게임에서..)

11. 아무리 노력해도 잘할 수가 없다.

오마이갓...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유들로 울음이 빵 터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우는 애가 자주 우는 편이예요 -_-;;

워낙 상황에 따라 대처법이 다르긴 하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했던건 아이가 혼날 행동을 했는가 안했는가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가장 엄하게 다뤘던건 욕과 손에 있던 게임 콤포들을 보드에 던져버리는 거였죠.

그런 것들을 파악해둔 뒤 아이들끼리 놀게 하고 게임하는 곳 옆에서 함께 이야기 했습니다(이 아이가 왜 울수 밖에 없었는지 아이들이 엿듣길 원했어요)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조건하에 두가지를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는데요.

1. 자세를 낮춰 아이와 같은 눈높이를 유지한다. (내려다보면 아이가 겁먹을까봐...)

2. 평소에 말하는 톤으로 말하되 문제점을 같이 이야기 한다. (화난 모습을 보고 위축되어 본심을 이야기 하지 않을까봐...)

"OO이는 왜 화가 났어?" 하면 아마 보통은 이야기 하지 않을거예요. 눈물 콧물 줄줄 흐르고 꺽꺽거리느라요 -_-;; 조금 기다려주며 아이가 진정하면, 왜 게임을 하다 울었는지 어떻게 하면 같이 재밌게 놀 수 있을지 같이 이야기를 하며 아이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더군요.

단, "OOO 때문에 울었어?" 식으로 다른 친구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진 마시구요(해당 아동이 죄책감을 느낍니다).

"친구들 때문에 그랬니? 친구들이 ~~~~ 게 했구나? 쌤은 친구들이 이해가 가. 그치만 OO 이 맘도 이해가 가네. 앞으로 안울려면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될까?" 하면서 양쪽 다 이해한다는 뜻을 보이고 <다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는게 그나마 제일 효과가 좋았습니다. "지금은 잘 못해서 공격받고 싶지 않아요..."라고 하길래 깍두기처럼 다시 끼워주기도 했지요. ㅋㅋㅋ

요령 하나만 덧붙이자면 "OO이도 이해가 가. 그치만 친구들 맘도 이해가 가네" 하고 친구들을 끝에 두면 친구들을 변호해주는 느낌이 드니,

앞 뒤 순서를 바꿔서 "친구들이 이해가 가. 그치만 OO이 맘도 이해가 가네" 하고 눈물 뻥~ 터진 해당 아동의 편임을 느끼게 해주는게 좋아요!!

만약 보드게임을 던지고 자리를 떴다면?

위와 같이 문제 파악 & 이야기를 나눈 뒤 마음이 풀리면, 그때 조금 엄격한 목소리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사과 후 친구들도/저도 그 아이에게 사과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기분을 이해해주지 못한 것을 말이죠. 뭐... 이것보다 심한 케이스도 간간히 있었지만 웬만해선 이선에서 마무리 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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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공공의 적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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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적은 나의 동료라는 말이 있죠. 아이들끼리 분위기가 서먹하거나, 뭔가 어중간한 분위기로 흐른다면 게임 세계의 악당이 되십시오!!

게임을 할 때, "내 실력의 90%를 보여주마. 덤벼라 애송이들" 하며 어그로를 끌어주시면(...) 아이들의 단합력이 극도로 높아집니다. <선생님(=어른)을 우리가 힘을 합쳐 무찌를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평소에 사이가 나쁘던 친구도 호흡 척척 맞아가며 게임에 몰입하더라구요 -_-;; 물론 게임 내내 온갖 견제 / 방해 / 공격을 다 받아내겠지만... 결국 아이들과 놀아주는게 목저이니, 아이들이 즐거우면 그걸로 된게 아닐까 싶어요.

가장 약한 아이를 노골적으로 짧게 괴롭히고, "하하~ 이것봐 쌤이 방해했지롱. 니넨 혼자 먹고사느라 친구를 도와줄 수도 없지롱~" 이렇게 장난스럽게 도발을 하면 "아 쌤! 제일 어린 애를 왜 괴롭혀요!! 내가 복수해줄게,OO아!!" 하며 바로 어그로가 끌리는데... 제 경우엔 요게 상당히 잘 먹힙니다 ㅋㅋ

게임 내내 "야, 니가 이거 먹어. 내가 이거 먹어서 쌤 막을게" 하며 경쟁게임에서 1 vs 다수의 협력게임으로 변질되긴 하겠지만... 나름 게이머로서도 즐겁습니다. 야리코미라고 하죠? 스스로에게 페넬트를 주어서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 말이예요. 이런 야리코미 플레이를 하는것 같아서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지친 정신에 약간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답니다 :)

물론 이기면 눈에서 복수의 불꽃이 튀는 아이들을 볼 수 있을거예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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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간단한 것들 뿐인데 주절주절 이야기 하다보니 길어졌네요. 요약하자면

1. 아이들은 생각보다 똑똑해요.

2. 결과가 아닌 과정을 칭찬해주세요!

3. 보드게임이 망가져도 (가능하면) 언짢아 하거나 화내지 말아요!

4. 아이가 울어요. 어쩌죠? - 그 자리에서 이야길 들어주세요

5. 공공의 적이 되세요

입니다~

초1~6학년 아이들과 TRPG 를 했던 이야기

보드게임을 다른 게임으로 이용했던 이야기

한국말을 잘 못하는 다문화아이와 놀았던 이야기

친구가 없는 5살배기 아이와 놀았던 이야기

유희왕 백룡덱으로 센터내 최강(...)이 되었던 이야기

공기놀이 / 땅따먹기 왕이 되어 센터를 정ㅋ벅ㅋ 했던 이야기.

하도 보드게임을 해서 보드게임 자체가 지겨워졌던 이야기.

늘 게임에서 지는 아이를 위해 카드를 섞을때 손장난(!!)을 했던 이야기 등등...

하고픈 말은 많지만 너무 길어지니 이것들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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