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니 즐거운 CV - 간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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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4 19:48

아내와 CV를 한 판 돌려봤습니다. 가상의 인생을 살면서 유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보내고 건강, 인맥, 지식, 자산, 직업 등의 카드를 모으며 자신만의 이력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전략성이 높은 게임이라기보다는 주사위 굴려먹는 소소한 파티게임에 가까운 게임이에요.

아내가 토카이도를 좋아하는 걸 보고 그럼 이것도 먹히겠는데? 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구입한지 벌써 몇 개월 만이군요;;

결과적으로는 성공인 것 같습니다. 주사위 운에 울고 웃는 과정이 상당히 재밌었네요.

"이 게임은 CV라는 게임으로, CV는 우리말로 이력서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 CV가 뭐의 약자냐면... 어?"

"curriculum vitae."

"오 그래 맞아!"

뭔가 게임 시작도 하기 전부터 패배하고 설명에 들어갔네요.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니지만, 흙수저와 금수저의 안될안 될놈될 인생을 간략하게 보여주는 한 판이었습니다.

가뜩이나 같이 게임 안 해주는데 후기 올린다고 게임 도중에 사진 찍는 건 눈치 보여서 끝나고 찍은 사진만 몇 장 올립니다.

아내가 크게 이기고 주사위도 빵터지게 나와서 흔쾌히 찍게 해줬네요 ㅋㅋ

먼저 저의 퍽퍽한 흙수저 인생입니다. 청년기가 끝나도록 변변한 직장 하나 구하지 못해 장년기가 되어서야 일자리센터에서 간단한 직업을 하나 마련해주었고, ($ 두 개 제공) 이는 저의 평생 직업이 됩니다 -_-;;

변변찮은 수입은 쌍둥이(행운 두 개 제공, $ 두 개 소모) 육아비만 감당하기에도 벅찼고, 계속되는 불운은 청년기에 들었던 보험까지 쓰게 만들었으나, (불운 주사위 3 개를 굴리면 사고가 나서 카드를 하나 잃어버리는 큰 손해를 입힙니다.)

그래도 힘들게 키운 복덩이 쌍둥이들이 운 좋게 산장을 하나 물어와서 말년은 애들 독립시키고 기타 뚱까뚱까 치며 건강하게 보냈네요.

저와 대비되는 아내의 탄탄대로 금수저 라이프입니다. 제가 직업 하나 없이 한 턴에 카드 하나 가져오기도 벅찰 때 아내는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서($ 3 개, 불운 하나) 매턴 카드 2~3개는 가볍게 쓸어담습니다. 중년 후반에는 그간 마련한 기반을 바탕으로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여행이나 다니면서(trip around; 불운 주사위 하나를 다른 아무 주사위로 쓸 수 있게 해줍니다) 인생을 즐기고, 노년에 건강을 빌미로 연금생활(불운 주사위 두개 요구)까지 합니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대저택까지 보유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