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페이퍼백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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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 오후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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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4년

게임 타입 : 단어게임, 덱빌딩게임

플레이 타임 : 45분

플레이 인원 : 2 – 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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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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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알파벳을 이용한 단어 덱빌딩 게임도 보게 되는군요.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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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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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백은 알파벳을 이용하여 단어를 만들어나가는 덱빌딩 게임입니다. 덱빌딩이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모두 똑같은 기본 카드를 가지고 게임을 시작하지만 매 턴마다 카드를 덱에 추가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엔진을 만들어가는 시스템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매 턴마다 5장의 기본 카드를 뽑은 뒤 이 카드를 조합하여 단어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렇게 단어를 완성하면 좌상단에 쓰여진 카드 점수를 합친 값을 가지고 중앙에서 알파벳을 사올 수 있죠. 그리고 이렇게 사온 카드와 사용한 카드는 모두 버려지게 됩니다. 이렇게 카드를 구입하며 버리길 반복하다 자신의 덱을 모두 사용하게 되면 이 버려진 카드를 모두 섞어 새로운 덱으로 만들어 다시 처음부터 사용하게 됩니다.

각 카드엔 독특한 능력들이 담겨있습니다. 1회용이지만 점수를 일시적으로 불려주거나 카드를 추가로 뽑아오는 등 유용한 효과를 가지고 있지요. 자음과 모음의 밸런스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특수 능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페이퍼백엔 일반적인 덱빌딩 게임엔 없는 독특한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로는 게임의 승점을 담당하는 명예카드는 하나의 조커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상당한 도움이 되죠. 둘째로는 모두가 함께 쓸 수 있는 공용 모음(Vowel) 카드가 존재합니다. 이 카드는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데, 7글자 이상의 단어를 먼저 만든 사람이 이 공용카드를 개인 덱에 넣음으로써 승점 5점을 챙길 뿐만 아니라 혼자 사용하는 특혜를 누릴 수 있습니다. 다음 공용카드는 8글자 이상, 9글자 이상, 그리고 10글자 이상이 되어야 가져갈 수 있죠.

게임의 종료 조건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예쁜 일러스트가 그려진 명예 카드(승점 카드) 중 두 종류가 모두 사라지거나, 테이블 중앙에 놓인 공용으로 쓰는 모음카드 4장 모두 사라지면 게임이 종료되고. 승점이 가장 많은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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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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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백은 정말 멋진 게임입니다.덱빌딩과 단어게임을 섞는다니…!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이 게임을 처음 해보자마자 덱빌딩의 효시격인 ‘도미니언보다 재밌다’ 라고 느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하나씩 짚어보죠.

1. 무궁무진한 단어의 활용법

일반적으로 덱빌딩에서의 카드 한 장은 한가지 역할을 담당합니다. 예외적으로 도미니언의 Moat 처럼 공격과 수비를 병행할 수 있는 카드도 존재하지만 용도는 확실히 정해져 있죠. 그렇기 때문에 카드간의 연계를 떠올리기가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페이퍼백에서의 카드 한장 한장은 위치 & 순서에 따라 용도가 상당한 효율 차이를 보입니다. R,?,C,O,?,H 라는 6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을 때 Role 이라는 단어를 만들고 C와 H는 포기할 수 있지만, Chrome 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면 모든 카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카드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플레이어의 재량에 달려있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진행할 때도 최적의 단어를 떠올리기 위해 미칠듯이 머리를 쥐어짜야 합니다. 게다가 카드를 사오고 새로운 카드를 뽑는 순간 더 좋은 단어가 생각나면 “아! 그걸 할걸!” 하며 밀려오는 아쉬움도 도미니언에선 느낄 수 없었던 흥미로운 요소로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고민과 번뇌가 기다리는 지루함을 크게 줄여줍니다.

2. 다양한 변형 규칙

페이퍼백은 게이머들을 위해 다양한 변형 규칙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규칙 비틀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요. 페이퍼백이 준비한 변형규칙들은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특정 주제에 부합하는 단어를 만들때마다 가져올 수 있는 테마 카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나무큐브, 각 플레이어마다 가지고 시작하는 특수능력, 특정 조건(예를 들면 Z,X,Y 같은 어려운 알파벳을 가장 많이 소유)을 만족하면 추가 점수를 얻는 어워드 카드, 플레이어들이 협력하여 미션을 깨야하는 협력규칙 등 게임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재미난 요소가 꾹꾹 눌러담겨 있습니다. 저는 협력으로 즐길 수 있는 변형 규칙이 가장 흥미롭게 느껴지더군요.

3. 작은 부피

사진으로 보면 커보일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박스가 작습니다. 한손으로 가뿐히 들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박스에 카드가 가지런히 담겨 있어요. 룰북도 옆에 꽂으면 될 정도로 아담하고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론 카드를 여기저기 늘어놔야 하는 덱빌딩 게임의 특성상 테이블을 차지하는건 페이퍼백이나 도미니언이나 마찬가지지만, 박스 하나하나의 크기가 어마어마한 도미니언에 비하면 휴대성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당히 잘 만든 게임이라 생각하지만 이 게임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만족 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어느정도의 풍부한 어휘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둘째로 영어 단어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하죠.

손에 아무리 카드가 많더라도 그것을 의미있는 단어로 만들어 낼 수 없다면 게임에서 승리하긴 힘듭니다. CAT, DOG, TIGER 같은 기초 단어를 만드는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짧은 단어는 아무리 만들어도 알파벳 수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승점카드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점수를 모으기가 정말로 힘듭니다. 이러면 게임 내내 값싼 알파벳 카드만 구입하게 되고, 정작 가장 중요한 승점 카드는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물론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고급 어휘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 실생활에 자주 쓰이는 표현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영어에 친숙하지 않다면 이렇게 단어를 쥐어짜내는 과정이 즐거울리가 없겠죠.

또 하나의 단점은 내가 만든 덱의 효율성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도미니언에선 카드의 비율을 세밀하게 조절하여 덱의 효율을 극도로 높히는게 주된 재미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점수 외엔 아무역할도 하지 않는 승점카드를 어느 타이밍에 모으기 시작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죠.

그런데 페이퍼백에선 카드의 주된 목적이 단어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특정 알파벳의 가치가 크게 바뀌게 됩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음과 모음의 비율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 뿐이죠. 이러한 특성도 모자라 페이퍼백의 승점카드는 조커로 활약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타이밍에 승점카드를 구입하는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파악하기가 더욱 힘듭니다. 이렇기 때문에 만약 손안에 있는 것으로 최적의 결과를 내기보단 덱빌딩 특유의 황금비율(?)의 덱을 만드는 과정을 더 즐긴다면 페이퍼백은 취향에 맞지 않을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페이퍼백은 완벽한 게임이 아닙니다. 덱빌딩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 받았기 때문에 언제나 비슷한 도입부, 갑작스럽게 끝나는 후반부, 게임에 필요한 넓은 공간 등 여느 덱빌딩에서 볼 수 있는 단점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죠. 그러나 단어게임을 덱빌딩과 조화롭게 섞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네요. 오랜만에 정말 괜찮은 단어게임이 나온 것 같습니다.

좁은 공간 안에서 단어를 짜맞춰야 하는 스크래블. 빠른 손놀림과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완벽한 가로세로 퍼즐을 만들어야 하는 바나나그램. 자신있는 알파벳으로 구성된 덱으로 단어를 짜맞춰야 하는 페이퍼백까지…! 느리긴 하지만 단어게임도 조금씩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것 같습니다. 머지 않아 리뷰할 레터 타이쿤이라는 또 다른 단어게임이 합세하게 되면 얼마나 튼튼한 단어게임 라인업이 될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원문 : www.raccooncave.com/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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