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 베일 : 밀과 보리가 자라네..마법으로..?

elven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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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8-31 오전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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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스틱 베일의 후기 겸 리뷰입니다.

이미 리뷰가 많이 된 게임입니다만, 개인적인 정리 차원에서요.

1. 소개

미스틱 베일은 AEG사의 덱빌딩 게임입니다. 아니, 당사의 주장에 따르면 Card Crafting System 게임입니다.

카드 조각을 조합해서 카드를 만들고, 이렇게 뽑힌 카드를 이용해 승점을 벌어오는 게임이지요.

게임의 테마는 드루이드 부족간의 대결입니다.

죽어가는 못된 왕이 가이아의 드루이드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러나 드루이드들은 왕의 요청을 거절합니다 - 그저 고통을 연장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거든요.

왕은 분노하고, 끔찍하고도 치명적인 저주를 삶의 계곡에 내리고 숨을 거둡니다.

삶의 계곡은 역병과 황폐가 뒤덮인 곳으로 변합니다. 드루이드들은 가이아의 힘의 원천인 이곳으로 달려와 옛 아름다움을 되찾고자 분투합니다. 조력자들을 모으고, 고대의 영혼을 불러모아 계곡에 서려 있던 마법들을 다시 일으키려고 합니다.

플레이어들은 이제 각 드루이드 부족 중 하나를 맡아서, 이 땅을 회복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2. 게임의 특징

미스틱 베일의 최대 특징이라면 역시 카드 크래프팅이겠죠.

다른 덱빌딩 게임들과는 달리, 이 게임은 플레이어당 20장의 덱으로 시작해서.. 그 카드를 끝까지 사용합니다.

아니 초기 카드를 그대로 쓰는 덱빌딩이 어디있냐 싶으실텐데, 이 게임에서는 "카드"가 아닌 "진보Advancement"를 구입하고, 부수적으로 "마법의 계곡Vale" 카드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카드"에 0~3장의 진보를 끼워넣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카드가 점점 강력해집니다. 마법의 계곡 카드는 그와 별개로 플레이어 앞에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제공하구요.

위쪽이 카드, 아래쪽이 진보입니다. 진보를 카드 안에 끼워넣으면 카드에 새로운 능력이 추가되고, 이후 이 카드가 플레이될 때 마다 전체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한가지 메커니즘이 더 추가되어 있습니다. 위 사진의 Cursed Land 카드에는 주황색의 부패 아이콘이 있는데, 미스틱 베일의 카드 드로우는 저 아이콘에 의해 작동합니다.

매 턴 정해진 카드 수를 드로우하는 대신, 해당 아이콘이 세 장 등장할 때 까지 - 테마적으로 표현하자면, 부패를 감당할 수 없을 때 까지 - 카드를 드로우합니다. 일반적인 덱빌딩 게임의 "카드를 드로우하는 능력"은 곧 부패를 제거하는 능력으로 대체되게 됩니다. 다른 덱빌딩 게임에서 드로우-덱압축을 통해 콤보를 빵빵 터뜨리는 즐거움은 미스틱 베일에서 부패를 제거하는 수풀 아이콘으로, 플레이된 부패 카드를 제거하는 능력으로 구현되었습니다. 이론적으로 말해서, 자신의 덱 20장 안에 있는 부패 아이콘은 9개로 시작하는데, 이 아이콘을 둘 이하로 줄일 수 있으면 언제나 카드 20장 전체를 플레이할 수 있게 됩니다.

한가지 추가된 요소는 앞서 말씀드린 베일 카드입니다.

<출처: 알데락 홈페이지>

베일 카드는 일반 진보 카드를 구입하는데 사용하는 마나와는 별개로 영혼을 모아서 구입하는 카드입니다.

덱빌딩 메커니즘과 별개로 자신의 덱을 강화하는 패시브 능력 역할을 하기도 하고, 위에 예시로 든 카드의 경우처럼 게임 종료시 추가승점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추가승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덱빌딩의 게임 종료 조건은 공유된 풀에 있는 승리토큰이 바닥나는 경우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게임에서 승점은 카드 플레이로 얻는 승리토큰, 종료시 베일의 승리점수, 진보의 승리점수 셋으로 나뉘는데,

제한된 수의 승리토큰을 한 플레이어가 많이 가져가게 되면 승리토큰을 따라가는 플레이로는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종료시 승리점수가 포함된 베일/진보를 구입해서 종료 시점을 당기지 않으면서 승점을 따라가는 플레이가 필요해집니다.

플레이어는 진보/베일을 구입함으로써 전략을 결정하게 되는데요,

단순하게 구분하자면 승점 토큰을 빠르게 가져가서 게임을 빨리 끝내는 전략과, 베일을 많이 구입할 수 있도록 영혼을 제공하는 진보를 중점적으로 구입하는 전략, 마나를 제공하는 진보를 많이 모아서 큰 이익을 제공하는 3레벨 진보를 다수 구입하는 전략이 있겠네요. 덧붙이자면 "가디언" 특수 심볼을 이용해 강한 시너지가 나는 카드 하나를 제작하는 것도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구요.

그 외에 덱의 속도를 당기는 것은 언제나 유용하고, 20장의 제한된 덱으로 큰 콤보를 만들어내기 위해 부패를 숲으로 카운터하거나 부패가 포함된 카드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도움이 되구요.

다른 덱빌딩 게임과 마찬가지로 전략의 선택은 앞에 깔린 9장의 진보+8장의 베일을 보고 선택하게 됩니다. 언제나 자신의 계획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죠.

게임의 컴포넌트는 아주 우수합니다. 현재 30달러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10달러로 우월한 가성비를 뽐내는 스타 렐름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일러스트가 대단히 아름답고 내구성도 괜찮아 보입니다. 단 슬리브할 수 없는 플라스틱 진보 카드의 특성상 카드를 넣었다 빼다 하다 보면 자잘한 스크래치가 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습니다만 플레이에는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걱정했던 슬리브의 내구성은 FFG나 울트라프로 수준의 두께인지라 걱정 안해도 될 것 같구요.

다만 확장 소식이 벌써 나왔는데.... 저는 살 것 같습니다만 솔직히 좀 얄밉네요 -_- 게임 볼륨이 상당히 커서 베일 36개와 진보 114개가 있는지라 그 자체로는 괜찮은데, 이럴 거면 그냥 같이 넣어주면 어디가 덧나나? PC/비디오 게임 업계에서 요사이 day zero DLC라고 본판에 들어갔어야 할 컨텐츠를 확장으로 팔아치우는 행각으로 불만을 사고 있는데 얘도 좀 그런 느낌이에요.

3. 장/단점

참고로, 저는 남들 다 하는 도미니언/어센션을 못 해본 초보게이머인지라 비교하기가 좀 그렇네요.

스타 렐름, 레전더리 덱빌더 시리즈, 섀도우런: 크로스파이어 같은 협력 덱빌딩을 플레이해 본 사람의 입장으로 보아 주세요.

장점 :

- 게임의 페이스가 대단히 빠릅니다. 남들 플레이하는 동안 자기 필드를 준비하기에도 바빠서 게임하는 내내 다운타임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 판이 20~30분 안에 끝난다고 보시면 되니까, 마찬가지로 템포가 무척 빠른 스타 렐름과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게 3,4인플이라 하더라도요!

- 게임이 상당히 쉽고 직관적입니다. 덱빌딩을 전혀 모르는 초급 게이머에게도 한 라운드만에 설명이 끝나더라구요. 카드는 어떤 조건까지 펼칠 수 있다. 마나와 영혼으로 진보와 베일을 구입할 수 있다. 푸시와 스포일이 뭐다. 승점은 어떻게 벌 수 있다. 이 네 가지만 설명하면 그 다음은 별 게 없습니다. 텍스트가 붙은 진보는 필요하다면 펼쳐질 때 간단히 설명하면 끝이구요.

- 컴포넌트의 품질이 좋습니다. 테마에 맞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큼직큼직한 플라스틱 카드 덕에 플레이하면서 상당히 즐겁습니다.

- 리플레이성이 우수합니다. 며칠 사이에 10판 가까이 플레이했는데, 모두 다른 양상으로 게임이 진행되었습니다. 승자의 승점이 적으면 20점대에서 많으면 50점대까지 왔다갔다하더군요. 어떤 진보와 베일이 펼쳐졌는가, 초반 필드에 얼마나 많은 카드들이 깔리는가 같은 요소들에 맞춰 알맞은 전략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도 카드 크래프팅이라는 메카니즘 자체의 신선함도 도움이 되었겠지요.

단점 :

- 인터랙션이 약합니다. 앞서가는 플레이어를 견제하기 위한 방법이 없어요. 상대의 필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0이기 때문에, 견제는 오로지 상대가 노리는 카드를 앞에서 먼저 채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만... 게임 특성상 그렇게 하면 상대를 도와주는 모양새가 되기도 합니다. 큰 그림 그리는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승점벌이 카드를 두고 마나를 다수 주는 카드를 구입한다? 게임의 템포를 늦추고 상대가 가진 후반 강점을 잘 살릴 수 있게 해주는 거에요. 베일 카드를 선점하는 건 더 어렵습니다. 상대가 다수의 영혼 카드를 갖추고 있다면 다수의 영혼을 요구하는 2레벨 베일 카드를 노릴텐데, 그걸 구입하기 위해서는 저 자신이 다수의 영혼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미 그건 견제가 아니라 같은 전략을 두고 경쟁이죠.

- 게임 정리가 귀찮습니다. 사실 셋업은 쉽습니다. 그냥 이미 나뉘어 있는 덱 셔플 몇번 해서 펼치면 끝이니까요. 그런데 정리는 번거롭습니다. 수십 장의 진보를 구입했는데 그걸 카드에서 하나씩 뽑아 1/2/3레벨 진보 무더기에 나누어 정리해야 합니다. 익숙해지면 그냥 점수계산하면서 쓱쓱 뽑아서 놓는지라 큰 단점은 아닙니다만, 처음 할때는 이게 몇레벨 진보인지 카드 귀퉁이의 점 갯수를 보고 내려놓는 게 좀 귀찮습니다.

그 외에 아까 말씀드린 확장 발표시기로 조금 얄밉얄밉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_-

4.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새로운 메커니즘을 체험하고 싶은 분들, 랜덤성에 거부감이 없으면서(드로우 운, 진보 운, 베일 운까지 3종 세트!) 적당한 깊이의 전략게임을 해보고 싶은 분들, 2~4인 범위에서 인원 수 타지 않고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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