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뱅이의 아스모데이 후기
안녕하세요.
보드게임 세계에 입문한지 1년이 지났고 보드게임에 빠져서 이제는 보라에 글을 써보고 싶어진 지경에 이르게 된 SOTTI라고 합니다.
저는 글솜씨도 없고 게으르지만 저만의 템포로 천천히 제 보드게임 라이프를 기록해 나간다는 느낌으로 글을 올려보려 합니다.
첫 글을 제 게으름을 증명할 수 있는 글로 시작하게 됐네요. 무려 한달가까이 지난 아스모데이에서 체험해 본 게임들의 후기입니다. 조금 머쓱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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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도 하셔야죠]
눈길을 사로잡는 개성 넘치는 게임 상자를 가진 하체도 하셔야죠입니다. 저걸 상자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헬스인들의 단백질 보충을 도와주는 프로틴 쉐이커에 게임이 담겨있는 게 귀엽더라고요.
주변에 헬스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은지라 뉴비 영업용으로 갖고 싶어지기도 하고 박스모양의 게임들 사이에서 진열장 질서를 망가뜨릴까 걱정 되기도하는 그런 디자인이었습니다.
게임은 아주 쉽습니다. 카드 여러장을 받고 매일 매일 어떤 운동을 할지 결정을 하면 됩니다. 하나만 해도 점수를 주는 운동, 몇번 이상 해야 점수가 되는 운동, 여러번 반복할수록 점수가 더 커지는 운동도 있고 다양한 운동을 골고루 하면 점수가 되는 카드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체 운동 카드에는 점수가 없습니다.
상남자특) 하체안함. 이 세계에서는 하체운동은 비겁한 자들의 행위입니다. 하지만 게임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연히 하체도 하셔야 합니다. 가장 하체를 소홀히 한 사람은 점수 계산도 전에 게임에서 탈락하기 때문이죠.
게임에서 매일마다 그날 할 운동을 결정해 내려놓게 됩니다. 하루는 헬스장에서 근육을 부대끼며 함께 운동(앞면으로 내려놓음)을 하고, 하루는 집에서 혼자 은밀하게 홈트(뒷면으로 내려놓음)를 하게 됩니다.
헬스는 자기만족이라지만 헬스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운동을 하는지 지켜보며 고득점을 위한 운동을 하면서도 뒤에서는 탈락하지 않기 위해 몰래몰래 하체를 챙기게 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도 헬스장에서는 상남자인척 하면서 집에서 야금야금 하체 운동을 할 거라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아 하체 하루만 더할까?’하고 고민하게 되는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마치 드래프트를 하듯이 그날 할 운동을 정하고 남은 손패는 오른쪽 사람에게 넘기고 저도 왼쪽 사람에게서 받은 손패로 다음날 할 운동을 정해야 하는 것이 반복됩니다. 그걸 통해서 서로 남들이 필요한 운동을 먼저 해버린다든지 상대방들이 하체 운동을 얼마나 했을 것 같은지 예측한다든지 하는 눈치 싸움이 아주 재밌던 게임이었습니다.
한줄마무리: 탈락 할까봐 하체를 너무 많이해서 점수를 못낸 하남자가 바로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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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LIE 라는 글자를 숫자 312를 뒤집어 나타낸게 센스 있다고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왜 317로 안했을까 생각했지만 게임을 해보니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게임에는 1,2,3,4 네 가지의 숫자만 사용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각 숫자는 레드/옐로/그린/블루 네 가지 색상이 할당 되어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카드들은 모두 뒷면입니다. 뒷면에는 두 가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둘 중 하나는 거짓말입니다. 만일 그린3이 뒷면에 있다면 그 카드의 앞면에는 그린1, 그린 2, 그린4, 레드3, 옐로3, 블루3 중 하나가 있는 그런 방식입니다. 이 설명을 듣자마자 왜 게임의 이름이 The LIE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게임에는 독특한 점들이 많았는데, 먼저 손패를 구성하는 방법이 독특했습니다. 카드를 뒷면으로 하여 흩뿌려 놓고 뒷면의 정보를 보고 골라 와서 손패를 한장씩 추가하게 됩니다. 이때 카드를 추가할 때는 이미 가져온 손패의 맨 왼쪽 혹은 맨 오른쪽에만 추가할 수 있습니다. 즉, 손패의 순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후술할 카드를 내는 방법을 생각하며 뒷면의 정보를 보고 카드를 가져오지만 카드의 거짓말에 속아버리는 그 순간이 아주 킹받는 매력이 있습니다. 또 가장 먼저 손패를 완성하면 카드를 가장 먼저 낼 수 있는 선 플레이어가 되기 때문에 마냥 느긋하게 카드를 가져올 수도 없습니다.
카드를 내는 방법은 트릭테이킹과 클라이밍의 사이 어딘가에 있었습니다. 일단 손의 카드 순서를 바꾸지 않은 상태로 한장 이상으로 구성하여 낼 수 있습니다. 가물가물 하지만 세장까지 낼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선부터 “한번씩만” 카드를 낼 기회가 주어지며 선이 낸 이후로는 그 카드의 색에 맞춰서 내야합니다. 선이 레드를 냈다면 무조건 레드만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이 낸 이후에 카드를 내려면 더 숫자가 큰, 더 센 카드를 내야합니다. 낼 수 없거나 내기 싫다면 패스를 할 수 있고 모두 한번씩 카드를 내거나 패스를 하면 마지막에 카드를 낸 사람이 다음 트릭?의 선이 됩니다.
선이 낸 카드보다 더 센 카드를 내거나 패스를 해야하는 것은 클라이밍 게임 같았지만 모두가 패스할 때 까지 내는 것이 아니라 한번씩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트릭테이킹의 느낌이 났습니다.
여차저차 손의 카드를 모두 가장 먼저 내면 게임에서 승리! 하는 것이 아니라 라운드에서 승리를 하게 됩니다. 그럼 순위에 따라 카드를 승점으로 받게 되는데 승점을 받을 때는 이번 라운드에서 사용되지 않은 카드 중에서 뒷면을 보고 자기가 골라갑니다.
더 빨리 카드를 털면 승점으로 받아가는 카드의 장수는 많지만 막상 앞면에 있는 숫자가 뭐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끝나고 점수 계산을 해보기 전까지는 누가 이길지 모른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승리 보상이 랜덤 갓챠라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 ‘아 이 게임은 파티파티하게 즐기라는 거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마치 [오토배틀 챌린저스]의 트로피 처럼 말이죠. 그래서 재밌게 즐겼습니다. 수학적 직관으로 뒷면이 4인 카드를 고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4를 뒤집고 확인한 숫자가 1일 때의 그 왜곡된 쾌감이 참 좋더군요.
한줄마무리: 손패털기는 전략적으로, 점수얻기는 운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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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스]
스틱으로 하는 미니게임천국입니다. 아주 간단하고 재밌는 8종류의 게임들이 우두다다 공개되고 우당탕탕 진행되며 게임에서 이길 때마다 빙고를 채워나가는 게임입니다. 제 짧은 보드게임 인생 경험으로 미루어 감히 말하자면, 초회플이라면 남녀노소 아무나 데려다가 앉혀도 아주 재밌게 즐길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 달린 조건을 보셨다면 예상하셨겠지만 리플레이성에서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진짜 제 주변에 보드게임 문외한 친구들 세명 데리고 넷이서 하면 친구들이 너무나도 재밌게 즐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지만 제가 막상 다시 했을 때 처음 했던 것처럼 재밌게 즐길 수 있겠냐 물어본다면 저는 사실 재미보다는 보람을 더 크게 느낄 것 같습니다.
카드의 장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결국 8개의 큰 틀에서 반복되는 것이고 상식 퀴즈나 스틱으로 모양을 만들어 퀴즈를 낼 때 이미 해봤던 문제가 나온다면 바로 흥미가 싹 식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제가 만약 보드게임 동호회의 운영진이었다면 회비로 이 게임을 아지트에 구비해두고 뉴비들이 모임에 처음 나오는 날 무조건 가장 먼저 맛보여줄 겁니다. 그 정도로 아주 흥미진진하고 재밌긴합니다.
한줄마무리: 상식퀴즈 혼자 다맞히고 1등해서 기분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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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타임 확장]
바보타임 확장입니다. 안그래도 정신없는 게임 더 정신 없습니다.
바보타임은 딱 처음 몇 바퀴만 재밌고 그 다음부터는 남들 실수 지적하는 것도 귀찮고 남들도 귀찮은지 아니면 본인 미션에 집중하느라 그런지 제가 실수 해도 아무도 지적 안해주는게 좀 재미가 점점 떨어지더라구요.
게임 하는 동안의 재미 그래프를 그리면 한번 올라갔다가 빠르게 내려오고 끝나는 롤러코스터 같을 것 같습니다.
한줄마무리: 1년에 한 번하면 적당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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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시]
순발력 관찰력 게임입니다. 투명한 카드에 점과 고리가 있어 두장 이상의 카드를 겹쳐 카드 상에 같은 색의 점과 고리가 합쳐져 원을 이루게 하면 그 카드들은 모두 점수가 됩니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자기 턴을 가지는 방식과 순서 없이 빠르게 스위시!를 외치며 가져가는 선착순 방식이 있다고 했는데 저희는 선착순 방식으로 해봤습니다.
처음에 저 빼고 모두 룰을 잘못 이해해서 하나의 점과 고리가 만나기만 해도 점수가 되는 줄 알고 모두 스위시! 스우시! 스시! 외치면서 카드를 쏙쏙 가져가더라고요.
근데 저는 열심히 집중하느라 남들이 에러플하는 줄도 모르고 ‘난 왜이리 못할까…’하는 자괴감에 나는 바보다라고 중얼거리면서 게임했는데 끝나고 나니까 어이가 없어서 웃겼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하니 꽤 치열했고 특히 한번에 세장을 겹쳐서 만들었을 때의 그 지적 희열이 좋았습니다. 근데 그냥 한번 경험한걸로 만족합니다. 아이들 지적 활동으로는 좋을지도!?
한줄마무리: 투명 할리갈리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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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셔플]
동물 보드게임은 정말 좋습니다. 아크노바가 최애인 사람으로서 동물 보드게임을 정말 좋아하는데 또 하나의 예쁘고 재밌는 동물 게임을 만난 것 같습니다.
각자의 숲에 나무도 유치하고 동물 님들도 모셔와서 ‘살기 좋은’이라고 쓰고 ‘점수가 높은’이라고 읽는 멋진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입니다.
제가 이 게임에서 느꼈던 매력이 몇 가지 있는데 일단 카드가 정말 다양합니다. 박쥐, 새, 토끼, 사슴, 늑대, 두꺼비, 반딧불이, 나비, 모기 등 산중호걸이라 하는 호랑님의 생일 잔칫날로 착각할만큼 많은 동물들이 나오는게 좋았습니다. 식물도 다양하게 있었는데 그냥 개인적으로는 식물은 거기서 거기같더라고요. 동물 최고!
카드가 많은 만큼 점수낼 수 있는 루트도 많은게 즐거웠습니다. 박쥐를 잔뜩 내려놔볼까 가시칠엽수를 잔뜩 모아볼까? 나비를 종류별로 모아볼까? 이런 저런 고민하는 맛이 있었습니다. 확장에서는 카드가 더 많아질텐데 기대가 됩니다.
각자의 숲에 카드를 내려놓기 위해서는 본인이 가진 카드를 비용으로 내야하는데 다른 자원의 개념 없이 카드로만 진행된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일단 편하잖아요. 카드의 태그를 맞추면 보너스 효과를 받는 카드들도 있었고 가진 카드를 잔뜩 동굴로 보내 점수로 바꾸는 카드도 있어서 10장이라는 손패 제한을 가지고 이리 저리 고민하는 맛이 또 있더라고요.
또 각자 숲 말고도 카드라는 자원을 내기도 하고 받아가기도 하는 공터가 있었는데 이게 또 10장 제한이 있어서 싹다 버려지는 타이밍을 계산하는 심리전도 묘미였습니다. 공터에 7~8장 쯤 놓여 있는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카드가 나왔을 때 제발 버려지지마라 속으로 기도하며 쫄리는 맛도 있고, 남들이 모으는 카드가 나오면 공터 초기화!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신경쓰면서 플레이하니 재미가 있더랍니다. 벽겜이라고 느낄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유일한 상호작용 영역 공터를 잘 활용해 보시면 조금은 벽이 허물어질지도 모릅니다.
겨울 카드 세 장이 카드 더미의 약 3분의1이 남은 시점부터 등장하게 되는데 겨울 카드 세 장이 모두 나오는 순간 게임이 즉시 끝나버립니다. 정말 가혹하죠.
그래도 겨울 카드가 보이면 슬슬 게임 종료를 준비할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겨울 카드가 세 장이 우르르 나와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운 생각은 자꾸 들더라구요.
그래도, 종료 조건이 딱 정해져 있으면 너무 꾸역꾸역 장고를 하면서 게임을 계산적으로 하게될 것 같아서 이 방식이 조금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난 아직 내야되는 카드들이 많은데 왜 갑자기 끝나!
그래도, 다른 사람들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끝났기 때문에 괜찮아.
하지만! 난 막턴이라 쟤들보다 한턴 덜했는데 개손해보는거아냐?
이런 생각이 반복되네요. 진짜 제 마음은 뭘까요?
아레나에 있어서 종종 돌리고 있는데 확실히 실물 카드들을 꽂아가면서 나만의 숲을 만드는 그 손맛은 못 따라갑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어요. 끝나고 사진찍기도 예쁘고 심리적 장벽을 낮춰주는 자연친화적 테마에, 잘 할 수 있느냐와는 별개지만, 게임 룰도 쉬워서 뉴비 분들한테 들이밀기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줄마무리: 짝꿍님이 페스타에서 사오셨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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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글을 많이 안 써봐서 톤 앤 매너도 유지 못하겠고 첨엔 좀 진지하게 쓰다가 점점 흐리멍텅하고 촐랑촐랑해지는 것 같네요. 근데 뭐 교수님이나 부장님한테 제출하는 것도 아니니 제 즐거운 보드게임 라이프를 위해서 편하게 하렵니다. 읽어 주신 분들 감사하고 다음엔 게임플레이, 리테마, 언박싱 등등 다양한 후기글로 다시 인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보라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