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주의를 지향하는 다수의 게이머 여러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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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22:23

한-참 아래 -수성님 댓글에 대댓글로 의견을 쓰려다가, 대댓글 내용이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고요한 다수의 평화주의자 분들께 제가 하고 싶은 얘기인 것 같아 새글을 씁니다. 이것은 문제와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있으며 여성이기도 한 제 개인의 시각이며, 보라 커뮤니티의 의견을 취합한 것도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완경에 관한 대부분의 댓글이 닫힐 폐라는 한자에 대체 무슨 부정적 뉘앙스가 있는가, 표준어가 아닌 단어를 출판물에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 같은 걸 따졌지만 현재 상황은 단어 자체의 의미나 적합성 여부가 논쟁의 요체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의도를 관철하려는 업체, 메신저에 문제가 있는 것이죠.

매달 각종 구독 서비스를 결제하고 옷과 책을 사지만 제조사 혹은 회사 CEO의 행적에 일일이 관심 갖지 않으며 보드게임 또한 저에게는 예외 품목이 아닙니다. 어차피 살 게임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완경이 워마드 용어 짤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시점부터는 사태를 미지근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의의 사상을 전파(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만약 워마드를 본질을 훼손하는 혐오 집단으로 규정하고 배척해 왔다면 코보게는 완경이라는 단어가 워마드에서 다른 혐오 표현과 묶여서 대체어로 권장된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추후에라도 반드시 본인들의 선택이 이와는 무관했음을 밝혔어야 합니다. 저라면 그런 매도는 참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그 단어의 시작이 무엇이었는지, 실제 어느 정도의 여성들이 용어의 변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메시지보다 메신저에 집중하는 행위를 경계하라는 일반론 역시 이 상황에 들어맞지 않습니다. 그만큼 워마드가 독선적이며, 우매하고 이기적인 집단입니다. 초반에는 완경이라는 단어가 게임에 사용되는 것에 크게 반대를 하지 않았으나 업체를 보이콧하자는 결론에 다다른 분들도 이 점을 알기에 그들이 관철하려는 표현도 오염되었다고 판단하고 관용의 태도를 거둔 것입니다. 그러한 외적인 맥락을 제껴두고 단어에 천착하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면 사용을 주장하는 쪽도 자신의 도덕성과 워마드에 대한 관계성은 배제하고 단어가 얼마나 그럴싸한지만 얘기하거든요. 업체가 이를 명확하게 하지 않는 이상 조롱도 건설적인 비판도, 온건한 타이름도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이 취미 생활이 각별하고, 국내에서 보드게임이 더욱 부흥하기를 바라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코보게가 이번 일로 직격타를 맞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보드게임 저변 확대에 저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글도 보았습니다만 코보게의 안위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10여년 전과 비교해보면 의외의 사람들이, 그것도 상당히 다양하고 많은 유형의 사람들이 포럼과 동호회의 바깥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코보게의 사업이 이 일로 어그러질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설사 코보게가 게이머스 게임 소비층에 치를 떨고 손을 뗀다고 한들, 수요만 두텁다면 로컬라이징 업체는 언제든 새로 생깁니다. 그동안 생겨난 많은 업체들이 로컬라이징 사업의 진입 문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증명합니다(일을 잘하냐 못하냐는 또 다른 문제겠습니다만). 뿐만 아니라 종국적으로 이윤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면 코보게가 소규모 국내 업체에서 출시했던 해외 게임의 라이센스를 통째로 사들이는 선택을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자본력으로 게이머스 게임 시장 지분을 되는대로 높여가고 있는 주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코보게라는 것이 제 눈에는 코미디 같습니다만 어쨌든 게이머스 게임은 팔아도 남는 것도 없다는 말은 누가, 왜 하는지 모르겠네요. 남는 게 없으면 안하면 될텐데 어깨라도 주물러 달라는 건지.

원래의 얘기로 돌아와서 저는 출시 특가의 달달함이 이어지길 바라는 얄팍한 바람으로 업체의 뒤틀린 신조같은 것에 호응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고 들은 가볍고 무거운 일들을 끄집어 내면 셀 수도 없겠지만 저는 제가 연대하고 지지할 사람을 성염색체나 지역, 인종 기준으로 선택하지 않습니다. 사고가 얼마나 유연하며 합리적인지, 자기가 겪지 못하는 타인의 어려움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제가 본 워마드는 그 중 어떤 덕목도 갖추지 못했기에 워마드를 인정하거나, 흐린 눈으로 본다거나, 그 집단을 어떤 저항 논리로 포장하여 저에게 납득시키려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바로 인생에서 소거할 용의가 충만합니다. 당연히 그 주체가 기업이 된다면 제품에 대한 불매로 이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코보게가 언제까지 완경이라는 표현의 "올바름"에 대해서만 비호할 건지 지켜보려 합니다.

덧붙여 이 사태에 공분하는 분들에게는 다다에 비난성 글 게시보다는 서명 운동이 더 유효하지 않나 제안드려 봅니다.

(내용 추가. 서명 참가 모집글이 아닌 아이디어입니다)

사건 설명 : 사건 맥락, 업체 대응, 보드 게이머들이 해당 단어를 게임에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게임 내적인) 이유

보이콧 서명 양식

- 직촬한 이미지 썸네일 = 서명인 : 구입한 코보게 게임(대부분 무더기일 듯) 책장 이미지 보라 아이디 또는 기타 실명 인증 계정 포스트 잇 첨부(퍼온 이미지 식별용)

- 목표 서명인 수 : 현실적으로 100명 목표. 이상적으로는 500명 이상

첨부 선택

- 한국 국내 젠더 논쟁 정황, 혐오 집단에 대한 설명

- 주요 언론 영문 논평 첨부 : 작은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분석한 글들이 영문으로도 꽤 있습니다. 한쪽 입장에 치우친 논평보다는, 비교적 객관적인 글들을 첨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기사의 본문 글에 양쪽 입장의 기사가 모두 레퍼런스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https://thediplomat.com/2021/07/how-feminism-became-a-dirty-word-in-south-korea/https://thediplomat.com/2021/07/how-feminism-became-a-dirty-word-in-south-korea/

의 내용으로 서명문을 작성하여 협업 중인 해외 퍼블리셔에 전체 발송하는 것이 제가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의사 표출 방법 같습니다. 전략 게임이 한국에서 많이 팔리면 천 카피인데, 게이머 500명 인증 서명이 가능하다면 분명한 힘이 있습니다. 말은 아끼고 행동으로 보여주시면 됩니다. 물론 이 글은 코보게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읽겠지요.

평안한 주말 밤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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