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주저리 주저리 입니다.

1,008 조회

2024.11.15 17:54

저는 페미니즘을 지향하든 지양하든 관심 없는 사람입니다.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사상이 뭐든 자기가 믿고 싶으면 믿든 말든 무슨 상관일까요?
저는 자신의 신념을 자기가 갖는 건 상관없다고 믿고,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나의 신념, 사상을 다른 사람에게 설파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이렇게 좋은 생각을 너도 가지면 좋겠다고 설득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는 게 유리할지는 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지금 흘러가는 상황이 이상해서입니다.
이미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서 소강상태이고 마음속으로는 다들 판단을 끝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여기저기 기사가 나고, 페미니스트들이 댓글을 달고, 누가 이겼느니 하고...
저는 여기서 의문점이 듭니다. 솔직히 저는 저런 기사든 댓글이든 봐도 별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구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냥 저기서 저 페미니스트들은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분들도 전과 같이 찬, 반이 나뉘어 서로 헐뜯고 싸우던 것과 지금의 문제가 같이 흘러가고 있다고 느끼실까요?
물론 반박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와서 여론전을 펼친들 남는 게 무엇일까요?

저는 보드게임을 취미로 가진 지 몇 년 안되는 사람입니다만, 제가 봐왔던 보드 게이머들의 기조는 밸런스를 중요시한다는 것입니다.
비대칭 전략에서도 밸런스를 찾고, 카드 한 장에서도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하우스 룰을 만들어서라도 불합리를 줄이려는 사람들이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합리를 쫓는 사람들에게도 설득을 못 할 정도라면, 이 한 줌 밖에 되지 않는 집단에게 이해를 시키지 못하고 감정으로 호소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논리적으로 근거가 없는 일을 한 것인지 알 것입니다.

보드게임의 특성상 20대보다는 3-40대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연령대면 결혼한 분들도 적지 않을 건데 그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안부를 물어보면 이미 옆에 있는 배우자도, 자신도 엄마가 된 분들에게도 싸우자는 말 밖에 안되는 것입니다.
보라도 있지만 부갤도 있고 남초 분위기도 있고 하니 여타 남초 커뮤니티 분위기와 같을 거라고 생각하고 사상 대결로 끌고 간 것이 큰 패착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도 적고 오히려 약자들의 인권 향상이라면 지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단어 하나 바꾼다고 인권이 향상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여기에 쓰는 노력과 비용을 진짜 소외된 사람들에게 들인다면 훨씬 더 페미니즘이 원하는 세상으로 나아가지 않을까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매몰되어 상대방이 원하는 오역에 대한 인정과 사과의 요구는 보이지 않고, 자신의 사상에 반하는 상황만을 바라보니 이런 상황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불매운동이니 뭐니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정당한 반론에 대해 대화를 통한 소통과 타협을 하는 기업에게 응원과 지지를 하고 싶지 불통과 소비자를 가르치려 드는 기업에게는 지갑을 닫는 선택지 밖에 없습니다.
가르치려 드는데 보드 게이머 분들 중에 배움이 부족하신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도 갖게 만들려면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이해와 설득을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 나아가야 하고 그게 정론입니다.
물론 가장 힘들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가장 쉬운 주장과 힘을 이용한 찍어 누르기는 반발로 가기 쉬운 길이기도 하지요. 당장은 쉬운 길을 택하셨기에 당하는 저도 쉬운 길로 가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시장이 작아서 한 명이라도 끌어들이려고 영업용 게임을 따로 사서, 룰 설명도 해가면서, 상대방에게 적당히 저주면서, 분위기도 띄워가면서, 열성적으로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데 사상을 끌어들여 아수라장으로 만들면 누가 좋아할까요? 그것도 큰일도 아닌 고작 단어 하나 때문에...

내가 내 돈 쓰는데 기분이 나쁘면 돈을 안 쓰게 되는 게 상식적인 반응 일 테지요. 그리고 이 기분이 좋게 바뀌는 것은 쉽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뭐 쓸데없는 말이 길었습니다. 비록 뒤숭숭한 분위기 일지라도 부디 즐거운 보드 라이프 즐기시길 바랍니다.

P.S.)
A : 너 이거 잘못된 거 아니야?? 사과해 주면 좋겠어.
B : ........................ 잘못됐을 수도 있는데 난 맞다고 생각해. 너의 어머니는 괜찮으시니??
> 싸움.

A : 너 이거 잘못된 거 아니야?? 사과해 주면 좋겠어.
B : 미안해. 잘못된 것은 맞지만 난 이게 맞다고 생각해. 너의 어머니는 괜찮으시니??
> ???

둘 중에 그나마 나은 선택은 무엇일까요?
둘 다 기분이 나쁘시다면 정상입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