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에 대한 한 명의 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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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16:15

저는 코로나 약간 전에 유입된 사람입니다.

보드게임을 재밌게 즐겼고, 즐기고 있고, 앞으로 즐길 예정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이슈가 이정도까지 크게 번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늘상있는 번역에 대한 이슈라고 생각했고, 금방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됐네요.

여러 말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번 이슈의 가장 큰 문제는 번역에서 해당 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창작자이자 생산자라면 이런 단어 혹은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이 크게 논란이 될 여지는 적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 작품은 시장에 나와 소비자들의 선택에 의해 평가 받을테니까요. 하지만 이번 케이스는 좀 경우가 다릅니다. 이 작품은 이미 해외에서 좋게 평가 받았지만, 오직 한국에서만 번역에 의해 논란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이슈로 인해 이 게임을 플레이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자신의 작품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즐기기를 원하는 작가의 마음과는 분명 상반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회사는 이 게임의 퍼블리셔일뿐이죠.

번역에서 로컬라이징이나 의역은 분명 생각해야 할 요소이지만, 이를 위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그 작품이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주의 서적이나 사회문화 혹은 인문학 관련 작품에서 해당 단어가 쓰였다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적인 의학 체험을 홍보하는 작품에서 공식적인 의학 용어가 아닌 다른 단어가 쓰였다는 부분은 의도가 어쨌든 명백한 오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회사에서 나와야했던 반응은 변명이 아닌 설명이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오역을 인정하지 않은 채 1주일을 끌었습니다. 기다리던 입장문에서조차 이런 오역을 하게된 설명 없이 감정적으로만 밀어붙였습니다. 그러니 사과문이 아닌 입장문이겠지요. 개인적으로 마지막 문단은 읽고 나서, 이게 기업의 공식적인 언어가 맞나 싶어 몇 번 더 읽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도, 그 입장문이 나오자마자 여러 매체에서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이상했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억측이 될 수 있기에 말을 아끼겠습니다.

이제 이 문제는 이미 오역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넘어 사상이 옳냐 그르냐의 영역으로 가버렸습니다. 이 영역이 되면 누가 맞냐 틀리냐의 문제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니편내편이 더 중요해지니까요. 피곤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까지 사태를 만들고 방치한 그 회사가 싫습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소비자로서 하나밖에 없네요. 불매입니다. 불매란 어감이 회사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으니 단매나 절매로 바꾸는 것도 괜찮겠네요.

각자가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이나 해결 점이 다르듯, 불매의 정도도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전에는 그래도 꼭 필요한 게임 정도만 사겠다 정도였는데, 입장문 이후에는 이제는 그냥 별로 마음이 안 가서 뭘 사고 싶지도 않네요. 그 회사에 백만원을 쓸 사람이 십만원을 쓰는 것도 절매고, 오십만원을 쓸 사람이 아무것도 안 사는 것도 단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같은 목적을 바라보는 소비자끼리 서로 비방하는 일은 적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는 '보드게임 매니아 층의 수가 적다'거나 '어차피 좋은 게임 나오면 너희는 살거잖아' 정도의 마음이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이 정도로 막 나갈수가 없어요. 그래서 특히 그 회사의 게이머즈 게임이 많이 팔리는 일은 정말로 없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른 기업 게임들은 응원하는 마음으로 구매를 긍정적으로 바라볼거구요. 물론 다 살 수는 없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