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보드게임즈]의 완경 논란 답변에 대한 나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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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2 20:22

이번 '완경'이라는 단어를 충분한 검토도 하지 않고 그저 게임 출시하기 바빴던 코리아보드게임즈의 대처 방식에 많은 사람들이 적잖이 당황해하고 황당해 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몇몇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이야기를 하여서 귀사가 속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아보드게임즈의 이번 논란의 시작부터 이번 대응까지 전부 실망스러워 저는 불매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겠노라고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대들이 내놓은 변명이 얼마나 궤변인지를 지금부터 친히 설명해주겠습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의 답변문에서는 의학적 용어의 가변성, 그리고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는 말하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습니다. 의학적 용어, 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앓았던 병인 뇌전증은, 과거 지.랄병이라고도 불리었고, 후에는 간질이라고 불렸으며, 이제는 뇌전증이라는 단어로 바뀌었습니다. 사회가 성숙되어져 감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려는 움직임은 분명 바람직한 것입니다. 긍정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직 적용되지도 않은 용어를 사용한 것은 비판받을 점이며, 오역인 것을 인지하였음에도 수정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쓸데없는 아집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극을 본다고 가정해봅시다. 태조왕건이 갑자기 신하들한테 외래어를 사용한다면, 해당 방송사 게시판은 분명 난리가 날 겁니다. 또한 여러 곳에서 손가락질을 받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분명한 고증 오류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사용하지도 않는 단어임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완전한 역사적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역사는 그 증거자료에 따라 해석의 기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압니까? 금발벽안 노예가 있었을지. 그래서 당시의 언어와 섞여 우리도 생각 못했던 외래어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극에서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쓸데없는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어리석은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이야기할 것은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는 말' 입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타인의 기분을 고려하여 상냥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번 '완경'이라는 말의 출처가 어디서부터 왔는지에 대해 말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출처가 왜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조금은 길게 설명해보려 합니다.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시겠지요. 바로 에이브러햄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말한 그 명언을 발췌한 것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이 말을 "국민에,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해석은 의미적으로 틀린 것입니다. 정확한 해석은 "인민에,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이 맞습니다. 이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먼저 '국민'이라는 단어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국민'이라는 단어는 과거 일제로부터 내려온 단어입니다. 바로 황국신민을 줄인 것입니다. 즉, 이 단어의 정체성은 국가를 보다 더 큰 개념으로 보며, 국가에 종속되었다라는 의미를 가졌기에, 분명 자유민주주의에 걸맞지 않은 단어일 수 있습니다. 반면, '인민'이라는 단어는 국가 구성의 주체로서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이라는 단어보다 '인민'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단어는 타락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사회주의를 표방한다면서 그릇된 주체사상을 펼치는 나라, 자신들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는, 우리에게는 가깝고도 먼 나라인 북한에서 '인민'이라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인민'이라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함에 따라 우리 나라에서는 '인민'이라는 단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게 되었고,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완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은, 상실감을 겪는 여성을 위로하는 마음을 담은 좋은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단어는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본인들의 사상 이외에 다른 것들을 철저하게 무시하려는 모습이 마치 20세기 냉전시대의 흑백논리를 보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무리들이 사용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 단어는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단어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완경'이란 단어의 좋은 뜻을 앎에도 불구하고 사용하기 꺼리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는 것 역시 중요하나, 그 단어가 '시기와 맞물려 반향을 일으키는가' 역시 중요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코리아보드게임즈는 하나만 알고 둘을, 아니 셋을 모르는 어린 아이와도 같은 행동을 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기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대답을 한 것을 보면, 과연 진정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본인들만이 옳다고 말하는 것을 애써 포장하려 하는지, 저는 알 것만 같습니다.

여기까지가 코리아보드게임즈가 내놓은 '완경'이라는 단어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저의 답변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답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