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은 좋은 말이잖아요?”
코보게 보드게임에 나오는 ‘완경기’라는 표현이 논란입니다.
페미니즘에 관한 논란은 잠시 접어두고, [완경(完經)]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완경(完經)]은 완전할 완(完)과 월경 경(經)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단어 뜻대로 풀어 쓰면 ‘완전한 월경’이 됩니다. 그렇다면 '완전한 월경'이란 무엇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월경이란 무엇인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월경이란 ‘가임기 여성에서 배란기 이후에 호르몬(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분비되어 자궁내막을 임신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다가, 임신을 하지 않을 때 자궁내막이 탈락하여 혈액과 함께 체외로 배출되는 현상’를 말합니다.
여기서 [완경(完經)]이라는 단어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가정하면, 여러분들은 그 뜻이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에는 무엇인가를 꼭 [완경(完經)]이라고 불러야 한다면, ‘생리불순 없이 완벽한 생리 주기를 갖고 있는 상태 또는 시기’를 ‘완경기’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고 봅니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서 찾아보면 [완경(完經)]이란 '원숙한 여성으로서의 삶에 이르다', '월경이 완성되었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원숙한 여성으로서의 삶에 이르다’는 설명은 [완경(完經)]이라는 단어의 뜻이나 구성과 전혀 상관없는 뜻풀이입니다. 이어서 ‘월경이 완성되었다’는 설명도 난해합니다. 완성은 완전할 완(完)과 이룰 성(成)이 합쳐져 ‘완전히 다 이룬다’는 뜻이 됩니다. 완(完) 한 글자만으로는 완성이라는 뜻을 만들지 못합니다. 또한 월경은 완성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월경은 자궁내막이 임신에 적합한 상태로 유지되다가 배출되는 생리적 현상으로, 임신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 중에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단순한 후속 현상일 뿐입니다. 월경이라는 생리 현상이 왜 생기는지를 이해하고, 만약 무언가 완성할 대상 또는 목적을 고민해야 한다면 그것은 ‘임신’이 되어야 하고, 그 최종 결산인 어린이들, 우리의 후손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페미위키를 보면 ‘여성의 월경이 완전히 멈추는 것, 즉 완료된 것’을 뜻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완료는 완전할 완(完)과 마칠 료(了)가 합쳐져서 ‘완전히 끝마친다’는 뜻이 됩니다. 완전할 완(完)이라는 글자 자체만으로는 끝난다는 의미를 지니지 않습니다. 굳이 ‘여성의 월경이 완전히 멈추는 것’이라는 뜻의 단어를 다르게 새로 만들고 싶다면, ‘완료경(完了經)’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그럴 듯할 것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완경’을 ‘풍경 따위를 즐김’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자(완경玩景)도 다릅니다. [완경(完經)]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폐경'이라는 용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느껴 [완경(完經)]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어의 한자 구성과 의미를 고려할 때, [완경(完經)]은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폐경(閉經)'은 '월경이 닫힌다'는 뜻으로, 그 어떤 부정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의학적으로도 널리 사용되는 표준 용어입니다. 폐경을 [완경(完經)]이라고 부르자고 주장하는 것은 임신을 불임이라고 부르자는 만큼 비논리적이며, 왜곡된 언어 조작입니다. 언어는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와 사용에 따라 변화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단어의 정확한 의미와 논리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누군가 ‘완경은 좋은 말인데 왜 그러시나요?’라고 묻는다면, 이 글을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