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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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5 13:11

(글의 편의상 "습니다"체를 쓰지 못한점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주에, 어찌어찌 기회가 되어서 보드게임 팟케스트 방송에 사진촬영을 도울일이 있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나서 실제로 방송에 나오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지난 4~5개월의 보드라이프를 떠올리며

보드게임에 대해 할말을 조금 생각 하게 됐다.

1. 보드게임은 어찌됐든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하고, 그렇게 마주보며 소통한다. 요즘같은 스마트한 시대의 편의성을 반대로 역행하는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인데, 보드게임을 하려면 무조건 "만나야만" 하는 이 계륵같은 조건이 아이러니 하게도 내 정서와 굉장히 맞닿아 있다. 지금 온라인 컨텐츠에서의 익명성이 갖는 폭력과 무자비함에 대해서는 굳이 깊게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안다. 말하자면 보드게임은 이 부분에서 굉장히 대안적이다 못해 교육적이다. 예컨데 실제로 아는 사람과, 혹은 모르는 사람과 만나서 보드게임을 하게되면 "경쟁"이라는 요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수용적이며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꼴등을 해도 "하하하" 웃는 보드게임판이야 말로 등수와 결과를 초월한 과정 그 자체이고 중요한건 그저 사람이다.
보드게임은 그 특성상 작은 경쟁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관용과 화목을 불러온다. 1등하면 기분좋지만, 그 승리보다 더 기분좋은건 모인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며 한바탕 웃을 수 있는 말랑말랑함인 것이다. 이것은 비단 나 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정서이기도 하지 않은가?

2. 특히 보드게임은 남녀와 노소를 초월한다. 예컨데 교회 주일학교에서의 일이다.

내 나이가 이제 곧 30세인데, 10~13세 아이들과 어울리려고 한다면, 그것은 "노는것"이 아닌 "놀아주는 것"이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투입한 보드게임은 실로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주기 충분했다. 물론 아이들이라 과도한 경쟁심리로 소소하게 싸우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조금은 감독이 필요하지만, 아쉽게 져주기만 잘 하면 주일학교 내에 노소를 초월한 진정한 화합을 가져다 준다.

"오늘 예배태도 좋으면 점심 먹고 보드게임 한판 할거야" 이 한마디가 예배시간 아이들의 눈빛을 빛나게 하고, 전도사님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게다가 교육적이기까지 해서 성경을 테마로 한 보드게임은 아이들의 지식에 깊이 박힌다. 이러한 상황이니 손가락을 2번이나 깊에 베이는 상처라도 기어코 포토샵으로 보드게임을 만들기까지 하는 것이다.
나중에 나도 아빠가 된다면 내 자녀와 잘 놀아줄 자신이 있다는 생각을 넘어서 이제는 기다려진다. 명절에 친인척이 모여서 치는 고스톱이나 윷놀이또한 보드게임이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올해부터 "우리집은 명절에 "카탄"이다" 라는 결심을 서게한다.

3. 보드게임은 역사적으로도 모든문명과 나라에서 여러가지 모양으로 존재했었지만, 지금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이미 (독일을 중심으로)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에서는 아주 흔한 가족놀이문화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수년전 보드게임방 열풍이후 지금 다시 서서히 떠오르고 있는 놀이문화가 되어 아마도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필자도 보드게임을 하나 만들어서 "부루마불"같은 스테디셀러를 창조하고 싶기도 하다.
특히나 교회는 놀거리가 부족하다. 경건한 삶을 추구하다보니 유흥문화는 물론이거니와 그 흔한 pc방과 노래방도 잡음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보드게임은 좋은 대안이 된다. (게다가 카메라를 취미로 하고있는 나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기까지..)
보드게임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오히려 어른들이 할만한 것이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지니어스"라는 프로그램은 전부 보드게임을 일정 카피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우리가 알고있는 흔한 레크레이션도 상당부분 보드게임을 조금씩 틀고 단순화 시킨것이 많다. 이렇게나 건전한 보드게임인데.. 사람들의 편견이 조금 바뀌고, 주류 문화로 떠올랐으면 좋겠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보드게임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괜찮은 문화이고,
우리집에 보드게임 많으니까 같이 게임 한판 해주세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