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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우리 중에 없어!” 탁상탐정단 시리즈 분석 – 월드다이스롤롤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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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3:11

안녕하십니까, 보드게임 콘텐츠 매거진 월드다이스롤롤롤 필진 APET_ (아펫) 입니다.

오늘은 최근에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치며 화제가 되었던, <탁상탐정단> 시리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저는 <탁상탐정단> 시리즈가 한국 정식 발매 되기 전인 2023년 8월 달부터 꾸준히 구매하여, 일본 내에서 발매된 시리즈는 전부 구매하였습니다.

▲ 현 시점 (2024년 9월 19일 기준) 발매된 탁상탐정단의 전 시리즈입니다.

이 선택에 후회가 없을 만큼, 상당히 좋아하는 시리즈입니다만 과연 <탁상탐정단>은 어떤 보드게임이며, 어떻게 따로 홍보 없이 꾸준한 판매가 이어질 수 있었을까요?

1. <탁상탐정단>은 어떠한 배경에서 만들어졌을까?

<탁상탐정단>은 일본 내 기업 (주) Group SNE 라는 곳에서 제작된 보드게임입니다. 이 회사의 이름에서 기시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Group SNE는 국내 머더 미스터리 애호가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플레이 해보셨거나 들어 보셨을, 머더 미스터리 인 더 박스 시리즈 (한국 내 MTS GAMES를 통해 시리즈 정발 중)나 머더 미스터리 미니 시리즈 (한국 내 언더독 게임즈를 통해 시리즈 정발 중)을 발매한 회사입니다.

▲ 좌측이 머더 미스터리 인 더 박스 시리즈 (이미지는 구두룡 저택의 살인), 우측이 머더 미스터리 미니 시리즈 (이미지는 웬디, 어른이 되렴) 입니다.

유명한 게임 라인업을 보시면 아시다시피, 이 회사는 머더 미스터리나 추리류 게임을 제작 및 로컬라이징 하여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한국 내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발매한 EXIT 시리즈, 셜록 파일즈 시리즈나 아스모디코리아에서 발매한 블랙 스토리즈 시리즈로 일본 내에선 Group SNE가 발매하였습니다)

머더 미스터리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장안의 화제였던 한국 예능 <크라임씬>과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국내 머더 미스터리 유행의 선조라 할 수 있는 크라임씬 (첫 시즌 방영이 2014년이며, 머더 미스터리라는 이름이 한국에 정착되기 전까지 머더 미스터리 류 게임을 크라임씬 류 보드게임이라 불렀던 점에서 이 방송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살인 사건 현장을 중심으로, 플레이어는 용의자가 되어 플레이어 중에 있는 진범을, 조사와 추리를 통해 잡아야 합니다.

국내 개발 작으로는 대표적인 것이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발매한 <서스펙트 게임> 시리즈를 들 수 있겠습니다.

위 시스템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머더 미스터리 장르의 게임은 논리적인 근거를 댈 수 있는 마피아 게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플레이어 간의 갈등이 빚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더욱이 논리적 추론이 가능하다는 구조하에 더욱더 감정이 소모되기 쉬운 게임입니다.

<탁상탐정단> 시리즈는 이런 배경에서 플레이어끼리 의심하지 않는, 완전 협력형 스토리 추리 게임을 지향하며 발매되었습니다. 이는 <탁상탐정단> 시리즈 내 모든 작품의 공통점이자 다른 작품들과는 대비되는, <탁상탐정단> 시리즈의 중심 테마가 되었습니다.

2. <탁상탐정단>은 무슨 게임인가?

<탁상탐정단> 시리즈 첫번째 작품인 [진홍의 앤티크]를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플레이어는 뒷세계에서 활동하며,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단입니다.

여러분들은 자산가 일족의 당주이자 국보급 보물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수집가인, 쿠로키 쿠로토의 사망 사건의 해결을 의뢰 받습니다.

플레이어는 3번의 조사 단계를 통해 사건의 중요질문인 5가지 (사인, 시각, 장소, 범인, 동기) 를 답해야합니다.

또한, 작품에선 플레이어 중에 범인은 없지만 용의자 중에 범인이 있다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자살의 경우나 사고사의 경우도 규칙 상 상정해두기에 한시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모두의 추리가 끝나면 엔딩 북을 확인하고, 추리에 맞는 점수를 획득, 칭호를 확인합니다.

3. <탁상탐정단>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나?

<탁상탐정단>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1)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협동 추리”를 들 수 있겠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탁상탐정단>의 개발 회사인 Group SNE는 탁상탐정단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추리와 관련된 게임을 경쟁 구도로만 출시하였습니다. (유통으로는 협력을 메인으로 하는 게임도 있었습니다만, 자체 개발은 경쟁 구도 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규칙 상 플레이어 중 범인이 없고 협동을 강조하여, 플레이어끼리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제작진이 준비해 둔 이야기를 전부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나오는 의견을 의심할 필요가 없으므로, 머더 미스터리 시리즈와 비교해 더욱 어려운 트릭이나,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고 생각합니다.

(2) <탁상탐정단> 고유의 시나리오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인 중 하나입니다.

머더 미스터리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 플레이어 간 사이의 토론이나 논쟁을 중점으로 펼쳐지는 대신 <탁상탐정단>은 시나리오로 승부합니다.

탁상탐정단의 초기 작품인 [진홍의 골동품], [그랜드 호텔 듀엣]를 포함해, [얼굴 없는 앨리스], [땅거미 속에서 웃는 소녀], [마도를 비행하는 독수리] 등은 머더 미스터리 미니 시리즈 중 [시간을 달리는 트라이앵글]을 집필한 카와바타 쥰이치님을 필두로, 다른 작품은 머더 미스터리 미니 시리즈 중 [카나리아는 울지 않는다]를 집필한 카와히토 타다아키님, 추리 소설 작가로 현역 활동 중이신 니타도리 케이님 등 화려한 작가진을 통해, 현대 일본 뿐만 아니라 멀리는 19세기 말 런던까지. 여러 배경에서 일어나는 각양각색한 사건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는 Group SNE의 머더 미스터리 및 추리류 보드게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지만, 정해져 있는 큰 틀이 있는 만큼 작가진들이 그 안에서 펼칠 수 있는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여 만들어지는 듯한 느낌이 있어, 같은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예상되지 않는 시나리오로 플레이어를 만족 시켜준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3) 감성 추리를 표방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습니다.

감성 추리란, 마피아류 온라인 게임인 <어몽 어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단어로, 확실한 논거 없이 감성에 의존하여 추리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 일단 저 자식이 수상하니 달고 보자는 감성 추리는 <어몽 어스>를 플레이하는 스트리머 사이에선 국룰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미지 출처 : 까막님 유튜브 썸네일)

마피아 게임 등, 추리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판을 돌릴 수 있는 라이트, 파티 분위기의 게임은 원래도 정확한 논거를 들기 어렵습니다. (유일하게 정확한 논거를 들 수 있는 역할이 있어도, 다른 플레이어는 이를 호소하는 플레이어가 그 역할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마피아류 보드 게임인 <레지스탕스 아발론>, <뱅>이 이런 류에 해당합니다.

<레지스탕스 아발론>의 경우 “특정 원정대에서 실패가 나왔으니, 그 원정대의 멤버 중 악팀이 있겠군.”이라던가, <뱅>의 경우 “저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니 이 직업일 수 있겠군.”등 정확한 논거를 들 수 있을 것 같은 부분이 있지만, 결국 원정대를 정하거나, 플레이어를 죽일 때 등, 중요한 지점에선 감성 추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만큼 분위기가 가볍고, 진입 장벽이 낮으며, 여러 판을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남용하지만 않으면, 감성 추리는 나쁜 행위라고 단정지을 순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보드 게임에선 하나의 매커니즘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죠.

하지만 <어몽 어스> 등, 확실한 논거가 존재하는 머더 미스터리류와 확실한 논거가 존재하지 않는 마피아류 사이에 있는 게임들은 감성 추리가 안 좋은 쪽으로 전개됩니다.

<어몽 어스>라는 게임은 “공간”, 즉 맵이란 개념이 존재하며, 플레이어들이 해결해야 하는 임무 중에는 임무를 하는 플레이어가 확실히 시민임을 보여줄 수 있는 임무가 존재하죠.

“저 플레이어가 죽을 때 난 아예 반대쪽에 있었어.”, “다른 플레이어가 나 임무하는 거 봤다니까?”와 같이 자신이 시민이라는 점을 정확한 논거를 통해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피아류라는 점에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지 확신할 수 있는 증거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다른 플레이어는 확실하지 않은 겁니다.

이런 점에서 갈등 요소가 생기고, 거기에 더해 감성에 호소하는 추리를 할 경우 게임은 심각하게 흘러갑니다.

심지어 시나리오라는 게 존재하는 머더 미스터리나 추리류 보드게임에서 제작진의 의도든 의도가 아니든 감성 추리에 호소하여 범인을 맞춰야 한다면 이는 더욱 문제가 됩니다.

머더 미스터리류 보드 게임은 정확한 논거를 들며, 논리적인 추리를 통해 범인을 잡는 것이 중요 요소이자,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원하는 재미 요소이죠. 감성 추리와 머더 미스터리의 중점 요소가 정확히 반대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경우 일본이나 한국 등에서 개인 작가 머더 미스터리 붐이 일며 감성 추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오히려 머더 미스터리류 보드게임이야 말로 감성 추리를 요구한다는 모순된 분위기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돌며 그 붐이 서서히 꺼져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탁상탐정단의 경우, 엔딩 부분에서 작가가 [사인은 ○○이며, 그 이유는 ○○이다]와 같이 플레이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며, 그 근거로 [특정 카드에 있는 이 부분] 등 게임 내에 있는 요소를 짚어 주기에, 감성 추리가 아닌 논거를 들며 추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추리 게임에서 추리류 보드 게임의 근본을 지켜주는 탁상탐정단이 돋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의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탁상탐정단에 대해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댓글로 공유해주시길 바랍니다.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Written By WorldDIce lollollol
Editor.APET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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