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 lol 리뷰 시리즈 - 그레이트웨스턴트레일(by 가만두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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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The Great Western Trail, 아니 The Great Western Cattle Trail은 오늘날 미국의 동부와 북부 지역에서 소고기와 말을 시장으로 옮기기 위해 19세기 후반에 형성된 소 운반 길을 가리킨다. 게임에서처럼 그 길은 캔자스시티로 알려져 있으며, 시카고, 다코타, 와이오밍 등을 거치고 캐나다를 지나 북쪽으로 더 나아간다. 텍사스에 철도가 건설되었음에도 재고에 대한 높은 운임 가격으로 인해 캔자스시티의 주요 동서 노선으로 소를 북쪽으로 몰아 가는 것이 이익이 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위키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이 내용만 보더라도, 소고기 운반로를 게임으로 만든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여기저기서 소를 구매하고, 이런저런 액션을 하면서 캔자스시티로 소를 옮겨야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철도도 있는데 딱히 효율적이진 않고, 어떻게든 소를 옮기면 되겠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캔자스시티를 지나 더욱더 북쪽으로 나아가 더 많은 거점을 지나치는 것이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 당신이 생각한 그것이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의 전경이다.
2. 위대한 초판과 훌륭한 북부 확장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은 덱빌딩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다른 사람보다 좋은 손패로 한 바퀴라도 더 돌면 조금 더 많은 보상을 받기 때문에 일정 부분 레이싱 요소도 첨가되어 있다.
초판 본판의 경우에는 주요 액션인 소 구매(덱 빌딩), 건축(액션 밸류 강화), 기관사(패시브/종료점수 강화) 중에 소 구매 쪽이 레이싱 밸류를 상당히 높여주면서도 추가 점수를 주기 때문에 한 쪽에 치우친 게임으로 구성되었다. 그럼에도 당시 2018년에는 덱빌딩을 메커니즘으로 한 새로운 풀이법의 게임이 출판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센세이션했다. 그리고 막 글로벌 보드게임 전성기가 시작되던 초입이라,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언급한 바와 같이 특정 메커니즘에 대한 밸류가 집중되어있다는 점은 게임이 갖는 리플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다소 아쉬운 평가로 반영되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북부 확장이었다. 북부 확장은 기본 액션으로 샌프란시스코, 멤피스, 토론토, 몬트리올 등에 소를 팔 수 있는 지역 확장이다. 기존 본판이 가진 답답함을 풀어줄 수 있는 확장이긴 하지만, 기존 시스템이 가진 밸류를 보정하진 못한 느낌이다. 건축이나 기관사 액션의 밸류를 조정하기보다는 덱 순환의 방향성을 좀 더 명확히 한 시스템이랄까.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그웨트 시리즈 중에는 가장 좋아하긴 한다. 뻔하지만 깔끔하달까.
3. 밸런스 패치와 테마의 변주
그 후에 출시된 것이 그웨트 2판, 2판 북부,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시리즈였다.
(1) 2판과 2판 북부
그웨트 2판은 기존 그웨트에서 보여졌던 특정 메타가 가진 불합리성(감점을 받는 대신 돈을 땡겨받는 선택의 효율성 등)을 조정하고, 시멘탈이라는 시스템을 추가하여 소의 육성시스템을 반영하였다.
개인적으로 이게 급했나? 하는 시스템이긴 하지만, 덱 빌딩? 덱 성장? 이라는 실험은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2판 만의 매력으로 취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2판에 대해 실망한 것은, 북부 확장이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 북부를 포함하지 않은 게임은 잘 선택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텐데도 본판과 북부를 2판이라는 미명 하에 합치지 않은 것이다. 흔해 빠진 빅박스라는 옵션도 선택하지 않은 데에서, 너무 화가나 2판은 구매하지 않았다. 안사!!!
(2) 아르헨티나
그 후에 출시된 것은 소고기 하면 또 유명한 대한민국의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 판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실제로 소고기를 어떻게 파는 지는 모르겠지만, 본판이 Great Western Cattle Trail 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게임을 구현한 것을 생각해보면 아르헨티나는 농부들이 곳곳에서 도와달라고 일손을 구걸해 소 파는 행렬을 방해하고, 그런 농부를 피해 여러 지름길을 뚫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역시 본판의 시스템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지만 본판이 가진 기관사 액션의 밸류를 높였다. 기관사 액션 자체의 보상도 높였지만, 소를 파는 루트를 단축시킬 수 있도록 함으로써 덱 빌딩과 기관사 액션의 조합이 시너지를 가져오도록 했고, 레이싱 게임 요소를 강화해 속도감을 높였다. 실제로 카트라이더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지름길로 질러갈 때의 쾌감을 보드게임에 구현했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그 정돈가??)
개인적으로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해 배에 소고기를 선적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배가 출항해 유럽 각지에 소고기를 배송한다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한 바퀴를 돌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두 단계 더 고민을 해야하고 그쪽에서도 선점 이슈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려할 것도 터뜨릴 것도 다양한 재미가 있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전체적으로 아르헨티나 판은 그웨트를 보강하면서도 다른 게임의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수준이 높아진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웨트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플레이할 때 익혀야 할 개념이 그만큼 더 많기 때문에 부담 두배의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3) 뉴질랜드
사실 뉴질랜드판을 리뷰하기엔 판수가 많진 않다. 이 시스템이 마음에 들어버린 피스터는 소를 좀 더 팔고 싶었지만, 소고기로 유명한 대한민국이나 일본의 유통망은 게임으로 만들기 적절치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손댄 것이 양고기로 유명한(양털인가? 암튼 양이 유명한가보다) 뉴질랜드다.
뉴질랜드에서 플레이어는 양잡이가 되어 이젠, 양을 싣고 가야하는데 양은 소와 달리 털을 깎아서 팔 수 있다. 음?? 그러고보니 소털은 거래가 안되지!!! 기존 그웨트가 초반에 돈이 너무 빡빡했던 것과 달리, 아르헨티나에서는 농부한테까지 돈을 뜯겨서 부담이었는데 이제는 돈을 벌 수단이 추가된 것이다.
그리고 그웨트 본판 부속 고기인 북부 확장에서 다뤘던 북쪽에 다양한 거점을 놓았던 시스템이 부활했다. 그웨트 하면 역시 덱빌딩과 북부 거점이었기 때문에 뉴질랜드의 여러 섬들을 방문할 수 있던 점은 기존 본판에서 느낀 향미가 짙게 느껴졌다.
판수가 많지 않지만, 아르헨티나는 그웨트에 비해 밸류를 푸짐하게 하려고 한 느낌이었다면 뉴질랜드는 그웨트에 비해 속도감을 더욱 높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구성품은 더욱 복잡해지고, 고려해야할 것들은 많아져 시리즈 중 4인플에 대한 평이 제일 안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웨트 특유의 레이싱 감은 다소 가벼워지고 속도감이 보강되었다는 느낌이었다.
4. 다양한 게임의 방향성, 끝없는 논쟁
그웨트는 참 좋은 게임이다. 전략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이 이어지는 것만 봐도 그렇다. 2018년에 출시되어 5년이 넘은 지금, 꽤 많이 회자되어 메타가 상당히 연구된 그웨트 본판과 달리 아르헨티나와 뉴질랜드는 아직 메타가 연구 중이지만 무려 연구 중인 게임이다.
요즘은 출시 게임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소비되면서, 본격적으로 메타가 연구되는 게임이 흔치 않다.
최근 자체적으로 진행한 온라인 대회인 뉴클리엄은 흔치않게 최근 게임임에도 전략이나 밸런스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깊이있게 이뤄진 게임이지만, 그웨트는 기존 시스템을 토대로 아르헨티나와 뉴질랜드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는 게임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럼 어떤 메타가 좋은 메타일까? 결국 소를 팔고 양을 팔아 먹고 살려는 카우보이, 쉽보이의 이야기이다. 덱빌딩 메커니즘을 주요 메커니즘으로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덱빌딩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 덱을 잘 정제해야 하고, 돈을 확보해야 하는 것들이 다채롭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 중간 과정에서의 밸류를 높이기 위해 건축을 하고, 부가적인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기관사 액션을 하고. 이런 다채로운, 아니 메인 스트림은 확실하지만 부가요소들을 어떻게 꾸며나가느냐가 게임의 재미와 폭발력을 다루는 그런 아름다운 게임인 것이다.
5. 한국에서의 피스터
하지만 슬프게도 이런 멋진 게임을 만든 작가, 알렉산더 피스터. 이 피스터의 한국에서의 입지는 공고하지 않다.
분명히 게이머스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게임들을 여러개 만든 멋진 작가로 회자되지만, 확실한 판매량을 보장하지 못하는 그런 작가로 남아버렸다.
그웨트 본판은 멋진 평가를 받긴 했지만, 최근 재고 처리되고 있는 피스터의 게임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스테디창고 클라우드 에이지, 최근에 창고 처형식이 이뤄진 마라카이보, 스카이마인, 재고가 쌓여버린 분레이크와 오마이굿즈, '아 맞다 그것도 피스터꺼지' 라고 회자되는 블랙아웃 홍콩 등.
분명히 많은 게이머스 게이머들에게 멋진 작가로 회자되고 있으며, 호불호가 있다곤 하지만 흔치않게 작가 이름이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그이지만. 국내에서 판매 성적은 좋지 않다. '한 번만 더' 라고 하기엔, 위험한 수준까지 왔기 때문에 그의 신작을 국내에서 한글로 구경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고.
내가 사람들을 긁어모아 펀딩이라도 열지 않는다면 그냥 아쉬운 건 아쉬움으로 남겨두어야 겠지.
하지만, 몸바사와 그웨트 시리즈는 계속 즐겨도 재밌고, 분레이크와 마라카이보 확장 등 아직 더 재밌을 수 있는 것들이 남아있는 이 상황. 아쉽지만 나는 즐기려고 노력하겠다.
그래도 나는 피스터 팬이야. 여전히 피스터 팬이야.
국내에선 저물어가는 그이지만, 내가 피스터 게임을 재밌게 하고 있고, 그의 게임들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전히 피스터의 이름을 회자하고 있으니, 오늘도 그웨트를 추억할 이유는 충분해 이런 리뷰를 남긴다.
Written by WorldDice lollollol 편집장 가만두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