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전략게이머 입문자를 마주하며...
안녕하세요, 월드다이스 롤롤롤 편집장 가만두더지입니다.
(이하는 반말로 이어집니다.)
[전략게이머 입문자를 마주하며...]
1.입문자에게 3.5가 넘는 게임을 먹이다.
최근 파워그리드만 해본 전략 입문자에게 에즈라와 느헤미야, 가이아 프로젝트를 떠먹여주었다.
본인이 가이아 프로젝트를 희망하기에 먹였지만, 사실 많은 걱정이 되었다.
흠- 그래도 하고 싶다는 걸 해줘야 원망을 안 듣겠지...
다들 아시다시피, 가이아 프로젝트는 유명한 웨이트 4점대 게임이고, 에즈라와 느헤미야는 웨이트 3.7점 정도의 게임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이아는 출시된지 5년도 넘었으니 현실적으로 4점대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에즈라와 느헤미야도 기본적으로 서쪽 시리즈에서 다뤄졌던 메커니즘을 적당히 버무려 만든 게임이기 때문에
2024년에 이 정도 게임이 3.7점 이라니?? 하는 생각이었다.
2. ...맞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번에 함께 플레이한 게이머,
룰 설명 대상은 전략게임 자체를 이제 입문하는 분이었다.
왜 가이아로 시작하고 싶어하는지, 부담스러웠지만.
내가 먹어보자고 한 것도 아니고, 씹기 어려워도 내 탓은 하지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룰 설명을 진행했다.
확장 포함으로.
흠- 의외로 비용을 내고 건설을 한다는 개념에서부터 쉽지 않았다.
모든 말을 다 못 알아 듣는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나는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싶은 것들을 전부 다뤄야 했다.
참고로 본인은 10년 이상 강의도 했기 때문에,
웬만한 룰설명 당직자보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듣는 내용에 낯설어 하고, 잘 전달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의를 하면서도 늘 단계적으로 위아래 현재위치를 짚어주며 설명하기 때문에...
그래서 설명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예시와 함께 단계적으로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다만, 쌩입문자를 대상으로 3.5점 대 이상의 룰 설명은 낯설었을 뿐이다.
3. 난관
룰 설명은 사실 난관이 아니다.
나 역시도 룰 설명들을 때, 들어봐야 이해 못하니 일단 해보자라는 태도이기 때문에.
룰 설명은 어쨌든 끝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초반에는 아무래도 방향성을 안내해줄 수 밖에 없다.
그 정도야 뭐, 꼭 입문자가 아니더라도 초반에 가이드를 주는 것은 룰마의 숙명.
모든 액션에 대한 리뷰를 해주는 것은 룰마의 숙명.
또 물어보는 것에 대해 또 답하는 것 역시 룰마의 숙명.
아, 숙명이여.
가장 반복되는 질문은 기술칩 가져오는, 지식트랙을 높이는 것과 기술칩을 가져오는 것의 구분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입문 시절에 그 부분이 참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미래의 룰마가 되기 위해, 나는 게임하면서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기록해두었어야 하는 것일까.
룰마도 게임을 하러 온 것이고, 룰마도 사람인지라 반복되는 질문은 지치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입문자에게 투덜거리면 또 서운해서 다음 게임이 보장되지 않으니, 참 곤란한 구간이다.
반복된 설명이 난관이 아니라, 사실 가장 큰 난관은
내가 어떻게 해야, 내 룰링이 헛수고가 되지 않고 이 분이 또 다음에 묵직한 게임을 같이 해줄까 하는 것.
얼마나 룰링을 하면, 이 정도 내용은 슥슥 알아들을까 하는 것.
아, 숙명이여.
4. 그래, 가이아는 4점대라 치고.
정말 쉽고 무난(하다고 생각)한 게임 에즈라와 느헤미야를 들이밀었다.
AP를 획득하고, 그것을 소모해 해당 밸류의 액션을 한다.
AP의 종류는 빨강색, 회색, 파랑색 3종류, 일종의 프리액션으로 거래/개발이 있고, 장로/상인을 1개씩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기호가 다양하다보니 진입이 좀 복잡하긴 하다.
기본적인 액션포인트 기반의 자원관리 게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잘하는 건 둘째쳐도, 룰 자체는 매우 쉽다고 생각했는데.
원활한 플레이까지 상당히 힘들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어느덧 나에게 당연해진 같은 색상은 같은 종류를 가리키고, 숫자는 밸류를 가리킨다는 것이었던 것 같다.
확실히 진입장벽에는 그간의 경험. 이라는 것이 대단히 많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사성에 기반한 이해를 끌고오는 것이 진입장벽을 낮출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드게임 전략게이머 성장론에 관하여 dna론1) 같은 것은
제대로 된 커리큘럼을 제공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놓는 핑계(그렇다고 파티게임을 하다가 전략으로 전환되는 것이 제대로 된 커리큘럼이라고 생각하지않는다)라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메커니즘의 커리큘럼은 존재한다는 생각을 했다.
5. 뫼비우스의 고민
필수과목은 아니더라도, 입문과목 정도의 개념.
네트워크 영향력게임이라면, 어떤 게임을 했을 때 좀 더 쉽게 받아들이고 그것의 고급과목은 무엇이고.
AP 시스템의 게임이라면, 어쩌구 저쩌구.
그런데…
애초에 네트워크 영향력이면 쉬운 게임이 있나?
AP 시스템이면 어차피 똑같이 못알아듣는 구간이 있지 않을까.
결국 고민은 처음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냥 처음부터 설명을 단계적으로 하면 되는 것 아닐까.
그럼...
그런 설명이 단계적으로 쉽게 제공되는 게임부터 해야하는 것 아닐까...
정답이 없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예시답안도 없다는 느낌이라면...
예전에 했던 고시 답안 연습이 생각날 정도다.
어질어질해진다.
Written by World Dice lollollol 편집장. 가만두더지
p.s 조만간 뉴클리엄 대회(in TTS) 중계 일정도 안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dna론: 전략 보드게임을 하는 사람은 정해져있다는 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