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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보드게임하기 - 감정표현 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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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23:27

[이 컨텐츠는 앞서 1편의 이야기의 후속 이야기입니다]

1편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이용해주세요:)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56269&tb=board_community

사실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저는 자주 보는 편입니다.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유형을 대표적으로 몇 가지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대표적인 유형 1. 거부하기

예전에 아이들과 기즈모를 함께 플레이를 했었어요.

근데 레일에 있던 유일한 빨간색을 친구A가 가져간 뒤에, 친구B는 자신이 필요했던 빨간 구슬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물론 이건 운의 영역이고, 충분히 있을 수 있죠.

그런데 B는 수집했던 카드를 건설을 계속 못하게 되면서 결국 A에게 게임에서 지고 맙니다.

이미 빨간 구슬이 몇 차례 플레이 할 때 나오지 않는다며 울먹이던 친구는 게임이 끝나고 정말 오열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자신이 운이 없어서 졌다고 생각하면서 서럽고 분한마음이 갈데없어 울음이 터지게 된 것이었죠. 그리고 자신은 다시는 기즈모 안 한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게 됩니다.

문제는 기즈모 뿐 아니라 모든 보드게임을 거부하게 되었었어요.

왜 그런 걸까요?

앞서 1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들은 감정적, 인지적으로 미숙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의 현재 능력보다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아동의 특성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이 예상보다 잘 해내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들은 매우 불편하게 느껴지게 되고요.

위 상황에서는 여러 갈래 길이 있었겠지만, 이 부분에서 전략적인 부분을 우선 고려하기 보다 아이들이 가장 속상했던 부분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운을 자신의 진짜 실력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손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운은 어디까지나 확률일 뿐, 항상 좋을 수는 없겠죠.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아이들은 그런 사실을 인지하기 보다는 자신은 항상 운이 좋은사람, 그러므로 좋은사람이며 다른사람이 자신을 부러워할 정도로 굉장한 장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이라는 영역은 외부적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죠. 하지만 내가 좋은사람인지 나쁜사람인지에 대한 인식을 “운”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면, 자존감이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운이 나쁜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는 아이들이 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보니, “운”이라는 영역이 자꾸 가시적으로 보이는 보드게임을 모두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두 번째로, 아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상황에 두려움을 갖는 경향도 있습니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어내는데는 긍정적인 감정을 다루어 내는 것보다 더 많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 이유는 성인들도 흔히 겪는 일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나쁜 것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감정은 다 각자의 쓸모가 있고, 나쁜 것은 없죠.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나쁜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체적으로 울거나 거부하는 상황인 때에 성인들이 아이들의 감정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받아칠 때 부정적인 것은 나쁘다라고 느낄 확률이 높아집니다.

- 울꺼면 하지마!

- 뭘 그까짓걸로 울어! 바보야?

같은 다그치는 말들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심어주거나 감정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언행들이예요.

- 져서 속상할 수 있지. 하지만 너는 이겨낼수 있어.

- 져서 화날 수 있어. 하지만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어.

- 그랬구나. 운이 안 좋아서 속상했구나. 그런데 운보다는 끝까지 참고 게임을 마친 너의 노력이 더 멋져.

등등의 감정을 읽어주고, 격려와 지지의 어휘들이 아이들의 감정 조절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밖에도, 아이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게끔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거나 협력게임을 한다거나 아이들과 충분한 연습을 하거나 놀이식 탐색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두 번만으로 알아듣고 일어난다면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이가 충분히 성장 할 때까지 이런 노력을 반복해야 해요.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잘 다루어내기 위해서 다양한 감정들을 만나보고 경험해보고 괜찮았던 경험들이 쌓여 더 단단하게 커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신체를 조절해보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유형 2. 분노하기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엄청 열심히 했지만, 자기마음과 다르게 원하는 방향이 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예전에 아이들과 스틱스택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스틱스택은 아시다시피 간단한 덱스터리로 소근육과 눈과 손의 협응력을 기르기 좋은 게임입니다.

성인들도 하면서 덜덜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며 숨을 참으면서 집중하는 게임이지요.

아이들에게는 더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답니다. 그런 긴장을 이겨내는 연습이 보드게임의 장점인 자기조절력 연습이겠죠.

스틱스택을 아이들과 하다가 엄청나게 쌓인 막대가 와르르~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게임을 시작하기전에 원래 어느 순간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무너지게 되는 게임이라고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설명을 해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건 알고 있다고 괜찮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 법이죠. 그리고 이 친구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유난히 감정조절을 어려워하는 편이기도 했습니다.

무너지자마자 으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더니 책상을 쾅쾅 주먹으로 내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제가 없었으면 진짜 어린이이가 하는 실시간 욕을 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마구 화를 내는 친구를 보는 다른친구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그래서 제가 바로 제지를 시작합니다. 일단 진정을 시켜보려고 했으나 얘기를 차분히 듣는 것 같던 친구가 바닥에 침을 뱉더라구요.

어때 보이시나요? 이 친구는 자기가 이렇게 화를 냈으니 내가 원하는대로 자기가 원래 하려던 그대로를 만들어달라는 것이 요구였습니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그렇게 할 수가 없죠. 그리고, 이렇게 분노로 다른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공동체의 삶에서 좋은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들어줄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러자 침을 뱉은거였어요.

평상시 아이의 상황에 대해 알아보니, 아빠가 매우 엄하셔서 많이 혼나는 집의 아이였고, 이렇게 짜증적인 행동을 할 때에는 엄마가 미리 다 들어주어서 트러블을 최대한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이런 분노적인 형태 외에도 하던 보드게임을 그대로 망가트리거나 마구 화를 내면서 자기마음대로 한다고 하는 경우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분노하는 행동을 조절하는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이 친구처럼 분노의 한계치는 점점 더 예상하지 못하고 감당하기 힘든 부분까지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노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 좋을까요?

첫 번째, 일단은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서 감정을 진정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합니다.

두 번째, 진정을 한 뒤에 화가 날 수는 있지만, 이렇게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알려줍니다.

세 번째, 현재의 감정에 명확한 이름을 붙여줍니다. 화가 났어? 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마지막으로 스틱을 놓았는데 떨어져서 아쉬웠구나, 혹은 기분이 상했구나 혹은 마음대로 안 돼서 짜증이 났구나.] 와같이 부정적인 감정에 세분화된 감정의 이름을 붙여줍니다.

네 번째, 실행 가능한 대안책을 설명합니다. [소리를 지르고 책상을 치는 행동은 다른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 있으니, 잘 안 돼서 아쉬워 라고 이야기하게 시킨다거나 잠깐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한다]는 등의 대안책을 필수로 제시합니다.

다섯 번째, 다른 친구들에게 혹은 가족 구성원에게 반드시 사과를 시킵니다.

다른사람에게 사과하는 행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다음번에는 조심해야한다는 사회성이 자라게 됩니다. 이 과정 없이 하면 “안된다” 고만 이야기가 된다면 아이들이 어떤 점을 어떻게 조심해야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아이랑 보드게임을 하는데 너무 울고 나를 혹은 배우자를 힘들게 하나요?

오늘 아이가 자기의 감정을 조절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주세요. 한 걸음을 걷기위해 수 천번 넘어졌던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루어내기 위해 수 천번 또 연습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