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을 활용한 고등학교 수업 사례나눔#2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과학(생물) 교사로 재직중인 보드게이머입니다.
지난번에 올린 수업사례 나눔을 많은분들이 좋아해주셨네요.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56191&tb=board_community
항상 보드라이프에서 정보를 얻을때 원하는 정보나 게임을 검색해서 보기 때문에 베스트 게시글이 따로 있는지 처음알았습니다. ㅎㅎ
별거아닌 활동이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보드게임을 응용한 수업 활동이아닌
순수하게 보드게임 자체를 활용한 수업에 대한 글입니다.
고등학교 수업현장에서 보드게임을 활용한 수업 설계시
고려한 요소들 입니다.
- 교육적 타당성(교육과정과의 연계성)
- 수업 시수(시간 및 진도)
- 학급 구성원(규모 및 통합학급의 여부 등)
- 구체적 활동 방법
위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성이 있는 게임을 먼저 찾으면
좋은 게임들이 많아 찾는것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 중 이번에한 게임은
사이토시스 라는 게임입니다.(이름부터 생물학 용어입니다.)
해당 작가와 회사에 과학관련 테마 게임이 많은데 이 게임을 선택한 이유는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과정에 게임 테마와 겹치는 수업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게임을 소개하자면
자신의 차례에 일꾼을 놓아 자원을 얻거나 얻은 자원으로 세포에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 점수를 얻는 전형적인
'일꾼놓기' 게임입니다. 다른게임과 차별점은 세포라는 과학적 테마가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갇다는 것 뿐입니다.
일꾼 놓기라는 게임의 특성상 방법은 쉽지만 막상 게임을 시작하면 '그래서 나 이제 뭐해야 되??' 라는 상황에 놓이기 필연이라 처음에는 룰마나 알파플레이어가 필요한데
30명을 동시 진행하기위한 룰마를 내가 한다고???
수업시간 50분은 룰 설명과 풀레이로 충분치 않고 ..
그 다음 시간에 오면 다 까먹을 텐데...
그렇다고 계속 게임만할 수 없고 수업 진도도 나가야하니 ...정규 수업에 하기 참 애매하니 나중에 동아리 같은시간 활용해볼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방학동안 특강형식의 과학수업을 개설하게 되어 3시간 16명씩 하는 수업을 2번 개설하여 진행해 보았습니다.!
강의명은 '게임으로 배우는 세포생물학'~
온라인 선착순 신청이였는데 5초만에 바로 마감되었습니다.
수업을 위해 룰자료나 수업 자료를 구상하고 만들면서
게임을 학기중 미리 주문해놓았습니다.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그 다음날 출근해 과학실에 놓아둔 보드게임을 언박싱하고 정리하였습니다.
(평소 아스테이지 작업을 바로하는데 이거는 차마 다 못하겠어서 열자마자 게임 포장 비닐을 활용한 겉포장을 처음 해보았습니다-정말 쉽고 간편해서 재미있었습니다)
겉포장 후 열어서 구성품을 보는데.... ...
눈치채셨을까요?
위의 오른쪽 박스의 구성품이 다른 박스에 비해 부실하다는 것을...
구성품(카드, 개인 일꾼미플)이 누락된 상품이 왔습니다...
바로 내일이 수업인데 ㅠㅠ
다행히 소장하고 있는 같은 게임이 있어서 바로 집으로가
제껄 가지고와서 품목을 채웠습니다.
(구성품 누락에대해서 서먼게임즈에 연락하고 수업이 다끝나고 누락품이 도착했지만 다행히 수업에는 지장이 없었고 누락품도 부족한걸 주신게 아니라 온전한 상품을 보내드렸습니다... 부족한 미플과 카드는 만들든 해서 게임을 4개에서 5개로 만들계획입니다 ㅎㅎ)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 슬리브 작업 및 셋팅편의를 위해 내부를 다시 정리해줍니다.
-> 사실 저는 지금까지 게임한 시간보다 게임 사서 정리한 시간이 더 많을 겁니다.
그리고 정리하는게 즐겁습니다 ㅎㅎ 보드게임 카페 창업의 소양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이소 5분할 통 두개씩 사용해서 하나는 개인 플레이어 구성품, 하나는 자원을 정리했습니다.
카드는 세팅을 편하게하려고 종류별로 나누어 3d프린터로 덱박스 제작했습니다(먼저 2개분만 만들었는데 딱 맞아서 추가로 더 만들어 준비했습니다.)
이제 대망의 수업날.. 처음해보는 활동이라 고민도 많이하였습니다.
3시간 연강 수업이라
1교시는 룰설명(20분) +게임 플레이(30분)
2교시는 내용 수업(30분)+3교시 끝날때까지 게임 진행
혹시나 하고 학생들의 보드게임 수준(?)을 물어봤는데
많이 아는 학생도 뱅, 달무티 정도더군요
룰 설명시 수업보다 더 어려워하던 아이들의 표정이 잊혀지지않네요 ㅎㅎ
백문이불여일견 직접 해보니 처음에 갈팡질팡 하던 아이들도 점점 익숙해 지더군요.
총 11라운드중 4라운드 정도만 진행하고
관련 수업을 한 뒤 다시 처음 부터 시작할때
추가 룰을 적용하면서 이기는 사람들은 아이스크림
준다하니 다들 눈에 불을 켜고하더군요ㅎㅎ
완벽하지는 않지만 학생들도 너무 잘 따라오고 재미있어했습니다.
수업하는 저도 특별한 경험이었고 특히 평가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활동하며 학생들의 여러 면을 볼 수있었습니다.
승패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플레이를하며 즐기는 학생,
옆에 친구에게 더 좋은 선택지를 알려주는 학생 ,
금세 룰을 익혀 알파플레이어 역할을 하는 학생 ,
자신만의 전략을 세우는 학생 등등
(그리고 카드를 휘어잡거나, 음료수를 근처에서 마신다거나, 상자를 그냥 맨바닥에 둔다거나.... 저는 보드게임 카페 사장으로의 소양이 없나봅니다ㅎㅎ.)
수업이 끝나고 학생대상 설문을 통해 피드백을 받았는데 모두 다시 하고 싶어하지만 정규 수업시간에는 힘들 것 같다고들 하네요..
가장 좋았던 답변중 하나는 보드게임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알게되어 재밌고 교육적인 게임의 고정관념울 깨는 계기가 되어 다른 게임들도 찾아보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방학이 시작하고 한주동안 학기만큼 정신이 없었는데 항상 생각만하던 활동을 하게되어 너무 기쁘고 보람찼습니다^^
부족한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다음 학기를 준비하며 나중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