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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루팡하며 쓰는 3D 프린터 이야기...(피규어편)

1,315 조회

2024.06.10 15:18

전에 3D 프린터 관련글을 너무 좋게 봐주셔서 그 맛을 못 잊고 다시 왔습니다.

보드게임을 하다보면 피규어가 땡기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아딱이라던가 아딱이라던가 아딱이라던가?)

그럴때 3D 프린터가 땡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전에 글 처럼 FDM (일반적인 필라멘트를 사용한 프린터)의 경우 소형 피규어는 절대 그 퀄리티를 챙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찾게 되는게 SLA프린터인데요.

오늘은 이 SLA 프린터의 장,단점 그리고 주의사항 그리고 사용하기 좋은 분야(?)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SLA 프린터란?

레진이 담긴 수조에 빛을 쬐면 경화되는 레진을 들이붓고 LCD를 통해 원하는 형태의 빛을 쏴서 형태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수조에 상단에 달린 철판을 담근 후 천천히 올리면서 레진은 얇게 경화시켜가며 형태를 만듭니다.
그래서 보통 SLA프린터 보고 레진 프린터라고 부르는 편입니다.

가격은 LCD의 크기와 해상도(LCD의 해상도가 높을 수록 더 디테일한 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에 따라 가격이 매우 크게 상승합니다.

(소형 피규어를 뽑기 적당한 4k 해상도의 160x100 정도의 프린터가 약 15만원 정도는 구할 수 있습니다.)

4k 정도면 매우 미세한 퀄리티를 가진 작은 피규어까지도 매우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2. 프린팅 절차

- 전용 슬라이스 프로그램에 프린팅 하고자 하는 모델링을 넣습니다.

그리고 모델링이 최대한 바닥에 닿지 않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서포터(이미지 상에서 저 회색의 짝대기들)을 안정적으로 배치해줍니다.
(서포터 배치는 보통 슬라이스 프로그램에서 알아서 해주지만 좀 더 안정적인 프린팅을 위해서 개별 적으로 추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모델링의 속을 비우고 두께가 좀 굵다 싶을 경우 속에 레진이 차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 레진 배출구를 하나 뚫어줍니다.

(만약 두꺼비 같이 덩어리진 형태로 만들었는데 구멍을 안뚫어주면 안쪽에서 찰랑거리는 레진을 느낄 수 있습니다.-_-;)

그 이후 1차 세척 -> 2차 세척 -> 건조 -> 경화 단계를 거쳐서 완성하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단점에서 다루겠습니다.)

3. SLA프린터의 장점

- 디테일과 퀄리티에서 절대 FDM 프린터가 따라올 수 없습니다.

4k 정도면 매우 미세한 형태를 가진 작은 피규어까지도 매우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 참조)

손가락 크기와 비교해보시면 그 디테일 정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습니다.

기타 선과 옷의 주름까지 표현...

끗....

더 없냐구요? 네.

퀄리티 외에는 모든 부분에서 FDM에 비해 너무 구립니다.

그런데 그 퀄리티가 너무 압도적이라 이 장점 하나로 모든 밑의 단점을 씹어먹는 것도 사실입니다.

4. SLA의 단점.
제가 주변에 주변 분들이 3D 프린터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에게 매번 미리 주입하는 단점들에 대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 재료가 비싸다.

일단 레진이 엄청 비쌉니다. 레진 한통을 좀 저가형을 사도 2만원대고 고해상도용 레진에 세척이 용이하거나 강도기 강한 것을 원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재료 비용이 올라갑니다.

- 자리를 비우기 애매하다.

레진은 프린팅 완료 후 후가공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이 너무 늦으면 잔여 레진이 굳어서 프린트 물을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FDM처럼 프린팅 걸어놓고 되던지 말던지하고 던져 놓는 것과는 다르게 종료 시간에 알람 맞춰놓고 종료되면 바로 후가공하러 후다닥 이동해야 합니다.

최근에 내부를 암실로 만들거나 UV를 차단해주는 커버가 있는 제품들이 있어서 이부분은 좀 보완이 가능하긴 합니다.

- 강도가 약하다.

일반적으로 레진 프린팅은 약간 연질의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FDM에 비해 강도가 약해서 얇은 검과 같은 부분을 출력하면 파손이 될 위험이 좀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최근 터프 레진이라는 녀석의 등장으로 상쇄되고 있긴 합니다.)

- 후가공 후가공 후가공...

레진의 가장 큰 벽입니다.

레진은 수조에서 형태를 만들어 나오는 녀석이기 때문에 아직 경화되지 않은 레진이 묻은 상태로 프린트 물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잔여 레진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해야하는데 이때 세척용으로 물이 아닌 에틴알콜과 같은 화학용품으로 구석구석 세척해줘야 합니다.

특히 디테일한 부분이 많을 수록 사이사이에 낀 잔여 레진을 제거하는 작업은 매우 곤욕스럽습니다.

일단 세척액 자체가 화학용품이기 때문에 방독면을 끼고 하는 것을 추천드리며 세척중 눈에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글도 착용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뭐 해외 유튜버들은 알빠누?하면서 마스크고 고글이고 없이 그냥 막 하긴 하더라구요...)

일반 물로도 세척이 가능한 워터 워시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워터 워시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강도가 부족해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워터 워시로 해도 싱크대나 세면대에서 한다면 사방이 튀는 레진으로 인해 등짝이 남아나지 않게 됩니다.)

그럼 세척으로 끝이냐? 아닙니다. 이제 건조 단계를 거치셔야 합니다.

사이사이에 남아있는 물기와 잔여 레진을 송풍기로 날려보내야 합니다. 안그럼 다음에 있는 경화 단계에서 하얗게 떠서 프린트 물을 망치는 결과를 보게 됩니다.

자 이제 건조 단계를 거쳤으니 이제 경화를 시켜주러 갑시다.

사진 처럼 프린트 물을 빙빙 돌리며 UV를 쏴줘서 경화시키는 기계를 구매하시거나

UV LED를 통해 경화기를 따로 만들거나 하는 방식으로 약 10분~20분 정도 경화를 시켜주셔야 온전한 프린트 물이 완성됩니다.

정말 위의 장점 한개를 쌈싸먹을 정도의 귀찮음을 유발하는 후가공... 저도 이 후가공이 너무 힘들어서 자주 돌리지 않습니다 ㅠㅠ

- 유지비

SLA는 레진을 경화시키기 위한 LCD가 생명인데 이 LCD가 매우 비싸고 수명이 생각보단 짧습니다.

특히 해상도가 높거나 LCD가 크면 클수록 1회 교체시 발생하는 비용이 매우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거기다 LCD가 워낙 연약해서 조금만 실수를 해도 "응 죽을게"하고 멍이 들거나 깨져서 교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만약 내가 기계적 재능이 없다면 왠만하면 그냥 국내 정식 수입업체 구매를 추천드립니다.

- 냄새

레진은 기본적으로 매우 독한 냄새를 내뿝습니다. 그러니 환기가 잘되고 사람의 접근이 적은 공간에서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세척액의 화학용액 냄새 추가요...)

5. 사용 시 주의점

- 메뉴얼과 사용전 준비 단계에 대해 제대로 숙지 하세요.

제가 처음 레진을 만졌을 때 암것도 모른 상태로 히힛 메뉴얼 따윈 사치지 했다가 바로 LCD에 멍이 들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해서

생돈 6만원이 공중분해 한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전 레벨링과 평행 유지, 베드에 안착을 잘 시키기 위한 설정 값 등 자세한 내용을 잘 숙지하시고 첫 구동을 돌리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레진은 썩습니다.

레진은 수조에 담아놓으면 썩거나 경화 되기 때문에 다 사용하고 난 후의 레진은 항상 원래 통으로 옮겨 담아주셔야 합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단점 중 하나일수도 있네요...)

6. 그래서 어디에 쓰는게 좋음?

- 피규어

일단 보드게임 피규어는 매우 발군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3D 도안 페이지에 가시면 각종 게임에 사용될 피규어 도안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귀찮음만 없으시다면 자신의 모든 게임에 고퀄리티 피규어를 넣어주는 행복한 상상이 가능합니다.

<엄지 손톱과의 비교>

- 마커

그 다음으로 추천드리는게 마커입니다. 종이로 표현되는 마커가 아쉬운 분들은 FDM으로 막상 마커를 뽑아보면 그 프린팅 자국으로 인해 실망하기 마련입니다.

이때 레진으로 마커를 쌈싸드셔 보시면 매우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듄 마커>

<후가공 망한 네메시스용 보급품 수량 표시 마커>

7. 써야 하는 사람과 모델 추천

- 부지런한 분이 사야 뽕을 뽑습니다. 자신이 저와 같은 귀차니즘에 사로잡힌 인간이거나 직장일로 바빠서 집에 붙어 있을 시간이 잘 없는 분이라면 차라리 외주를 주세요.

그리고 기계를 다루는 능력이 어느정도 있으셔야 좋습니다. 레진 프린터는 좀 섬세한 물건이라 끽하면 "죽을게" "끼일게" "멍들게"하면서 여러분들의 머리를 매우 아프게 할 것입니다.

이때마다 AS센터를 가는 것은 자신의 주머니를 매우 가볍게 하는 행위기 때문에

어느정도 까지는 스스로 손을 보고 수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기기는 자신이 원하는 퀄리티와 뽑고자 하는 프린팅 물의 크기에 달렸습니다.

FHD에서 4K 이제는 8K까지 나오고 있지만 뭐 엄청난 디테일까지 원하지 않고 게임에 쓰일 소규모 피규어나 마커만 뽑는다면

4K 가장 작은 베드 모델로 시작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알리 할인 기간 쯤에 세척+경화기 까지 해서 약 20만원 중반으로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자신이 메닥2나 크죽죽에 나오는 것과 같이 크고 아름다운 피규어를 뽑고 싶다면...예...한 100~200만원돈을 들이실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여기까지 주절주절 정리해봤습니다.

결론은 왠만한 각오로 진입을 하시면 저같이 베란다에서 먼지쌓이는 기계를 보시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잘 생각하시고 좀 더 딥하게 알아보신 후 진입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니면 중고를 싸게 구하셔서 뿌셔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연습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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