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9. 라 보까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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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12 오전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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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2013년

인원 : 3~6명 (최적인원 3~4)

장르: 퍼즐, 협력, 순발력

난이도: 0/10

언어: 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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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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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반년~일년 전 우봉고 3D 대란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입체퍼즐이라는 악랄한 난이도가 사람들을 자극한건지 모두들 우봉고 3D를 해구하기 위해 공동구매 인원을 모으곤 했지요. 그러나 엄청난 무게와 부피에 좌절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해구에 성공하여 재미나게 즐기는 후기도 보며 흐뭇했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라보까는 우봉고 3D만큼 사람을 열받게 만들진 않지만 협력하여 퍼즐을 풀어야 하는 꽤나 독특한 색채의 게임입니다. 우봉고 3D에 목마르셨던 게이머들은 라보까를 주의깊게 살펴보세요. 우봉고 3D의 훌륭한 대체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간략히 룰을 설명한 뒤 라보까의 장단점을 뜯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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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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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플레이어들은 플레이어 토큰을 색상별로 두 개씩 준비하여 비공개로 잘 섞은 뒤 자신의 앞에 놓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자기 차례가 되면 자기 앞의 토큰 중 하나를 뒤집으며 해당 색상의 플레이어가 이번 라운드에 함께 퍼즐을 풀게 될 파트너가 됩니다.

이렇게 파트너가 선정되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양면문제 카드 중 하나를 골라 보드게임 박스에 꽂고 타이머를 작동시킵니다. 이번 라운드에 파트너가 된 두 플레이어는 함께 블럭들을 배치해가며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모든 블럭이 모두 보드 위에 놓여야 하며, 모든 블럭의 아랫면은 바닥 혹은 다른 블럭과 밀착해야 합니다. 즉, 뜬 공간이 없어야 합니다. 또한 퍼즐을 풀어야 하는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됩니다.

두 플레이어가 서로 다른 시점에서 바라본 단면도에 따라 퍼즐을 맞추면 그 즉시 타이머를 멈추고 답을 확인합니다. 문제의 단면도와 실제 퍼즐의 단면도를 비교한 뒤, 정답이라면 문제를 푼 시간에 따라 각각 일정량의 동전을 획득합니다. 이렇게 여러차례 플레이어하여 모두 플레이어 토큰을 사용하게 되면 게임은 종료되고 가장 많은 동전을 획득한 사람이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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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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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까는 정말 독특한 게임입니다. 특정 형태의 블럭더미를 양방향에서 바라본 양면 퍼즐은 신의 한수라 볼 수 있습니다. 두 플레이어는 반쪽짜리 부분 정보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절반을 알아내기 위해 파트너와 꾸준히 대화를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협화음이 정말 재밌죠. 자신의 방향에서 바라본 퍼즐을 풀기 위해 덜그럭덜그럭 블럭들을 움직이다보면,

"야, 빨간색 여기다 놔야해"

"오케이 오케이. 야, 파란색 거기 두면 안돼! 나한텐 파란색이 안보여야 해"

"나한텐 파란색이 여기에 있는데? 뭔가로 가려봐."

"야, 보라색은 또 왜 움직였어"?

"나한텐 여기 있어야 한단 말야! 넌 그거 또 왜 움직이는데!"

"무슨 소리야! 이거 여기 있어야 한다니까. 니가 이상한데 놨잖아!"

서로 언성을 높히며 투닥투닥 싸우는걸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웃길수가 없습니다. 혼자가 아닌 둘이 푸는 퍼즐이기 때문에 "내가" 잘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내가 바라보는 단면도와 상대방이 보며 맞추고자 하는 단면도의 상태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하죠. 이렇다보니 정확하게 필요한 정보만 주고받으며 순식간에 문제를 풀어내는 괴물같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일단 대충 설명하며 블럭들을 설치해보고 틀린 부분을 잡아가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사람도 있지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게 될겁니다 :)

문제들은 단면도만 일치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호흡만 잘 맞는다면 상당히 빠르게 풀어낼 수 있을 정도예요. 그러나 게임을 얕보면 곤란합니다. 이번 라운드의 파트너가 누구냐에 따라 문제를 푸는 방법도 다르게 하지 않으면 서로간의 오해 속에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의 쓴맛만 맛보게 될테니까요.

"라보까가 우리 모임에서 어떠한 평을 받을까?" 싶으시다면 "퍼즐을 좋아하는가?" 가 아니라 "모임원이 대기시간을 어떻게 느끼는가?" 하는 점을 먼저 생각하셔야 합니다. 대기시간엔 두 종류가 있습니다. Active Downtime(능동적 대기시간) 과 Passive Downtime(수동적 대기시간)이죠. 내 턴이 아닌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게임에 개입할 수 있는 있다면 그것은 능동적 대기시간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푸에르토 리코, 큐윅스, 딕싯이 있지요. 다른 사람의 턴이지만 모두가 무언가를 할 수 있거든요. 반대로 수동적 대기시간의 대표작으론 뱅, 버건디 및 많은 유로게임들이 속합니다. 다른 사람의 턴이 내 결정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제 턴이 올때까지 제가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하진 않거든요.

물론 이 정의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저는 시스템 자체에 대해 능동/수동을 따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각각의 플레이어들의 성향에 따라 능동/수동을 구분하기도 하죠. 예를 들면 상대 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훈수?) "저 사람은 대기시간을 능동적으로 쓴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처럼요.

라보까는 시스템적으론 굉장히 수동적인 게임에 속합니다. 현재 라운드를 진행할 2명의 플레이어를 제외하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딱히 할게 없습니다. 두 사람의 게임플레이가 나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거든요. 그렇기 떄문에 대기시간을 어떻게 즐기느냐는 온전히 플레이어에게 달려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수동적 대기시간을 싫어한다면 라보까는 "게임 하는 것보다 보는게 더 긴 지루한 게임"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보고 비웃거나, 방해하거나, 간간히 중요한 힌트를 주는 등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의 게임에 개입하는 능동적 대기시간을 보낸다면 "다른 사람의 턴에도 소일거리가 있는 재밌는 게임"으로 느껴지겠지요. 구입 전 자신의 그룹이 어디에 속하는지 곰곰히 되짚어 보셔요. 참고로 능동적인 대기시간을 보내는 저조차 5~6인은 지나치게 길다는 느낌을 받곤 하니 3~4인 정도로 인원수를 조절하길 추천드립니다.

라보까는 준수한 게임성을 가진 재미난 퍼즐게임입니다. 우봉고 3D를 라이트 게이머들과 하는건 상상하기 힘들지만 라보까는 라이트 게이머부터 하드코어 게이머에게도 먹힐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우봉고 3D에 목마른 게이머들은 라보까를 한번 살펴보세요.

<모든 이미지는 보드게임 긱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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