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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방을 이용하는 게이머의 입장에서 한번 적어 봅니다.

8,412 조회

2014.10.28 03:44

아래 두 사장님의 글을 읽고 나서 '왜 우리나라는 서양권 처럼 보드게임이 활성화되지 못할까?'라는 것에 대해 갑자기 다시 떠올라서 저의 생각을 적어봅

니다.

일단 저는 올해 36살(79년생)인 부산에 거주중인 남자이며 매직더 게더링을 빠져서 지내지는 않았지만 나름 중학교때 매직 더 게더링 4판이 한글판으로

나왔을때 부터 20대 중반까지 즐겼었고, 보드게임은 우리나라에 보드게임방이 막 생겨날때부터(주만* 보드게임방 체인) 7-8년정도 하다가 개인사정상

쉬다가 최근에 다시 즐기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매직과 보드게임이 짧은시간에 알 수 없다라는 말씀이 있길래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두 세계 모두 겪어본

입장이란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먼저, 손님의 입장으로 매직샵과 보드게임방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리고 다음 보드게임 문화에 관련하여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부산에서는 보드게임방과 매직샵을 겸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물론 아닌곳도 있습니다.) 보통 매직을 주력으로 하거나 보드게

임을 주력으로 하거나는 사장님의 취향이시겠지요. 보통은 창업 전에 매직을 즐기셨던분이라면 매직을 주로 할것이고 보드게임을 즐기셨던 분이라면 보드

게임을 주로 하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왜 하나만 하지 않고 두가지 모두를 하시는 것일까요? 물론 업주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잘 모르면서

괜히 매직이나 보드게임을 같이 한다고 생각 하실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매직을 즐겼던 시기와 보드게임을 즐겼던 시점이 겹쳐있는 때에는 두가지 모두 즐겼습니다. 그렇다는 말은 저의 친구들도 그랬다는

말이 되겠지요. 처음 보드게임방이 생길때만 하더라도 매직샵은 매직샵, 보드게임방은 보드게임방으로 정확하게 구분되던 시절이었지요. 그런데 왜 두가

지가 만나기 시작한 것일까요? 그건 바로 게이머들이 그렇게 만든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매직할때는 매직샵, 보드게임 할때에는 보드게임방에 가서 하

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매직을 보드게임방에 들고갑니다. 친구랑 둘이서 다른사람들 기다리는 동안 매직을 합니다. 사장님이 그건 무슨게임이냐고 물어봅니다.

아시다시피 매직은 정말 극소수의 매니악한 게임이었습니다. 지방에서는 더욱더 그렇지요. 우리는 매직에 대해 설명을 합니다. 사장님이 재미있겠다고 자

기도 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 다음번에 커먼 박스를 들고와서 같이 놉니다. 사장님은 좀더 편하게 놀기(?)위해서 그 보드게임방은 매직 취급점이 되었습

니다. (매직샵도 처음에는 엄격한 조건에서 오픈해야 했던걸로 압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매직 특히 지방의 매직은 그 조건으로 절대 본전도 뽑을 수 없

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전은 더욱더 매직샵의 도퇴를 가속화 시킵니다. 그래서 인터하비 코리아는 궁영지책으로 전문 매직샵이 아닌 보드게

임방에 매직 취급점이란 이름으로 매직의 명맥을 이어가게 했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자 이렇게 해서 보드게임을 주력으로 하고 매직을 곁들인 보드게

임방이 탄생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입니다.

그럼 이 반대의 경우도 당연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처음엔 매직만 전문으로 할려고 창업을 했는데 어느날 매직 유저가 보드게임을 들고 옵니다. 매직샵도

초창기에는 무조건 입장료를 받았었습니다.(나중에는 일정금액 이상 카드를 구입하면 면제 되기도 했습니다.) 이 유저는 문득 그런생각이 듭니다. 귀찮게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매직하고 보드게임하고 따로 할 필요 있나 그냥 한곳에서 하면 편할텐데. 그래서 사장님께 물어봅니다. 보드게임 한판 해도 될까

요? 처음엔흔쾌히 허락합니다. 그런데 이게 두번 세번 계속되면 뭔가 모양새가 안좋아 집니다. (보통은 부스트 드랩 같은것을 하지 않는이상 매직만 잡

고 서너시간씩 있기는 힘듭니다. 만약 아무 대회없이 그정도 있었다면 보통은 부스터 몇개는 뜯어야 안지루합니다.) 그래서 사장님은 결국 보드게임을 하

면 따로 매장이용료를 받기로 합니다. 이렇게 해서 보드게임을 취급하는 매직샵이 탄생하였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사실의 내용이며 두번째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만, 스토리는 다를 지라도 보드게임과 매직을 동시에 좋아하는 경우가 제법 있기 때문

에 자신의 매장에 단골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매직이나 보드게임을 겸업하면 좋겠다는 늬앙스나 분위기를 풍기거나 사장님이 보드게임이나 매직에 대해 급

흥미를 느끼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양쪽 다 취급하게 되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뭣도 모르면서 매직취급을 시작하는 보드게임방 사장님이 이제 막 흥미를 느끼게 된 매직유저 일수도 있는것이고 뭣도 모르면서 보드게임을 취급을 시작

하는 매직샵 사장님이 이제 막 보드게임을 배워 볼려는 보드게이머 일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한, 제가 만약 보드게임방을 창업한다면? 저는 둘다에게 매력을 느끼기에 둘다 같이 취급 할 확률이 높을것 같습니다.

다음은 가격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2000년대 초반에 보드게임방들이 처음 생기기 시작할때 요금이 2500원정도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의 모

든 기준은 부산입니다. 그래도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흥망성쇠의 과정은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그때의 2500원이면 지금은 4000-5000

원정도의 가치는 될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오후에는 가득찼던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처음 갔었던 부산대학교 앞의 쥬만*를 기억해보면

까페같은 인테리어에 보드게임 도우미를 할려면 서울 본사에가서 일주일정도 보드게임과 서비스 교육을 받아야하는 전문적인 직원이었으며 서울본사에서

서비스 점검을 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뒤 우후 죽순으로 보드게임방이 생겨나면서 최고 번성(?)했던 시절에 1500원까지 떨어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번성하던 그때에는 1500원이었지만 사용자도 사장도 별로 불만은 없었습니다. 주말이면 항상 가게가 가득 찼으며 평일에도 어느정도 선방은 해주

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어느순간 훅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보드게임방이 장사가 잘되니 관련지식없이 무작정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나 가격이 1000원

까지 떨어졌지요. 피시방이 우후죽순 늘어났다가 어느순간부터 다망하고 소수만 남은것 처럼 보드게임방들도 서서히 망하여 거의 다 사라졌다가 최근 몇

년사이에 다시 몇개가 생겨난 것으로 압니다. (물론 PC방은 보드게임방과 생태적 특성-혼자서도 즐길수있는-이 틀려서 PC방은 꽤 많이 살아 남았습니

다,)

자 그럼 어느정도가 적정 가격일까요? 처음가격인 2500원일까요? 전성기때의 가격인 1500원일까요? 망해가던 시절의 1000원일까요?

이것도 게이머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업주의 손익 분기점은 일단 제외하겠습니다.)

보드게임방의 시간당 이용료라는것은 보통[매장 사용료(테이블등) + 게임 대여료 + 게임설명등의 서비스 + 서비스음료] 이정도가 될것이라고 생각합니

다. 저도 처음 보드게임 시작할 때에는 이것들을 다포함하여 2500원 정도라면 아깝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수많은 게임들

이 있고 친절하게 룰을 설명해주며 수고하시는 분이 있고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보드게임방이 늘어나고 보드게임하는

사람들이 어느정도 늘어나자 보드게임 동호회가 생겼습니다. 가입했습니다. 모임에 나갔습니다. 동호회에서 정기적으로 모이며 단체라서 그런지 정액으로

할인을 해주었습니다. 동호회 분께서 룰을 설명해줍니다... 동호회분들이 게임을 많이 가져옵니다...

자 이제 커뮤니티는 더 발전했습니다.

여러 커뮤니티를 통하여 게임의 번역된 룰북을 입수 할 수도 있고 게임을 구입하는 방법도 알게 되고 어떤 게임들이 재미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2500원하는 보드게임방에 가서 내가 룰을 알고 있고 내가 가져간 게임을 하라고 하면 과연 누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할까요.

보드게임을 좋아하게되면 자신이 관심있는게임들을 하나 둘씩 사게되고 그런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게되면 자신이 사지는 않아도 다른사람이 보유하

고 있는 게임을 즐길수 있습니다. 문제는 보드게임을 할 수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이제 커뮤니티가 형성된 사람들은 가정집, 사무실, 커

피숍, 스터디룸등에서 보드게임 모임을 하게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입니다. 장소를 무료로 이용 할 수 있거나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장소를 이용 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쪽을 선

택하는것이지요. 보드게임방의 요금에는 내가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의 요금까지 포함되어있으니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물론 보드게임방이 좀더 편하거나

뭔가의 다른 메리트가 있다면 그쪽으로 모이기도 합니다. (현재 제가 몸담은 커뮤니티에서도 보드게임방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보드 게이머들이 더 이상 보드게임 까페의 게임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고 보드게임까페의룰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됩니다. 단지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장소만 있으면 되는겁니다.

이것에 관련하여 요금적인 대안은 있으나 나중에 제가 써먹기 위해서 아껴두려 합니다. ㅎㅎ

그럼 이제 보드게임 문화(?)에 대해 한번 생각 해보겠습니다. 우리는 항상 서양권의 보드게임 문화에 부러움을 느낍니다.

우리는 문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라고 생각될만큼 보드게임이 대중적이지 못하니까요.

제가 생각 끝에 내린건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입니다. 우리가 현 세대의 사람들에게 아무리 노력 해봤자 크게 바뀌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나름 서양권과 우리의 환경과 현실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1. 서양권 문화에서는 어려서 부터 보드게임을 가족과 함께 즐겨왔던 문화이고 우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친한 사람끼리 보드게임을 함께하

는것이 당연시 되지만 우리는 보통 특별한 취미라고 생각하니까요.

2. 위와 연결되지만 그들은 보드게임을 어려서부터 먼저 접하고 나서 PC게임을 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PC게임이 먼저 돌풍을 일으킨뒤 보드게임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접한것에 더 익숙하겠지요. 이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입니다.

3. 우리나라에는 보드게임이 아니라도 너무 할게 많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서양권 문화에서는 밤에 할거 없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파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처럼 집마다 산골까지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도시만 조금벗어나도...), 결국 할 수 있는것이 제한

됩니다.

4. 위와 연결되는데 인터넷상 커뮤니티를 이렇게까지 활발하게 하지는 못합니다. 우리나라의 커뮤니티 형성 능력은 세계최강일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자

연히 오프라인 문화가 더 발달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우리도 인터넷이 안되던 예전엔 다 오프라인 문화였으니까요.

5. 서양권은 보드게임방이 아니라 대부분 보드게임 판매점입니다. 보드게임을 시연하거나 구매하는 곳이지요. 보드게임은 주로 집에서 하는것이니까요.

우리나라처럼 오늘 주문 내일 도착이 아닌점이 이런곳을 흥하게 해주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동네마다 많이 있는것도 아니고요.

6. 서양권은 친구끼리 만나봐야 PC방은 없습니다. 우리의 많은 초등학생들은 만나기만 하면 PC방 갈 연구를합니다. 우리는 PC게임은 쉽게 접할 수 있지

만 상대적으로 보드게임은 접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7. 서양권은 베이스가되는 보드게이머들이 많으니(유럽은 유럽전역의 게이머들의 인구를 상대로 하며 북미권도 북미권 전역의 인구를 상대로) 보드게임

개발 제작 업체들도 많고 이벤트들을 많이 합니다. 우리나라는 인구도 작은 우리나라의 게이머들을 주로 상대해야한다는 아픔. 그러므로 보드게임 개발 제

작업계의 규모도 커질 수 없는 계속되는 악순환이... 결국 우리나라 개발자들도 외국의 퍼블리셔를 찾게되는...

이와 같은 이유들로(이유가 아닌 항목도 있지만요) 우리나라의 보드게임 대중화가 어렵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를 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면서 보드게임 문화를

먼저 맛보게 하고 어린이들에게 보드게임을 전파할려는 노력들을 한다면,(다행스럽게도 요즘은 보드게임 관련 수업이 많아졌더군요) 다음 세대에서는 보

드게임이 좀더 대중화가 되어 문화라고 부를만큼은 형성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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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가 다른일 하다가를 반복하여 문맥,어휘가 이상할수도 있는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며 위 내용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입니다.

혹시 다르게 생각하셔서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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