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의 이야기 솔플 후기 1 - 시작
어릴 때의 나는 아주 '평범'했다.
남들과 비교하였을 때 외모도 공부도 성격도 정말 눈의 띄지 않을, 그런 '평범'한 사람
그게 바로 나, '에이미'라는 이름을 쓰기 전의 나였다.
그랬던 나에게 어느 날, 인생을 바꿔버린 사건이 생겼다.
학교를 졸업한 뒤 어느 늦은 밤, 놓쳐버린 버스 때문에 집으로 걸어서 돌아오던 나는
뒷골목에서 불량배들을 마주치고 말았다.
두려움에 떨던 내 앞에...지금의 '스승'이 나타났다.
나이프를 휘두르며 위협하던 불량배들을 손에 든 지팡이로 제압하는,
영화에서나 보던 그 아름다운 움직임에 나는 빠져버렸다.
그 자리를 떠나려는 '스승'을 붙잡고 그의 기술과 마음가짐을 배우게 되면서
내 평범한 생활은 달라지게 되었다. 그때부터 '독특한' 것에 눈을 뜬 것이다.
대학을 핑계로 집에서 나오면서 그 전의 물건들은 집에 다 내버려두고
새로운 옷, 새로운 화장법등에도 눈이 가고 나 자신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뀐 내 모습이 이렇다. 보라색으로 염색한 머리, 곰인형 가방, 가시가 잔뜩 박힌 장신구들....
아마도 그 전의 나를 알던 사라들은 기겁을 하겠지.
그러다보니 문득 내 전의 이름보다는 내가 스스로 지은 '에이미'라는 이름을 더 사용하게 되었다.
'스승' 또한 매우 독특한 사람이었다. 나이는 70대를 넘은 것 같은 노인이었지만,
그가 가진 기술은 남다른 것이었다. 스승이 항상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던 말은 '돌격'이었다.
그 말처럼 그는 그의 인생을 돌격하며 살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분쟁 지역 등을 돌아다니다
한 동양인에게 검도를 배우고 그것으로 세상을 떠돌았다고 한다. 스승은 종종 나에게 자신의 젊은 시절
검도를 알려준 동양인에게 받았다는 정말로 아름다운 그 카타나
(아마 카타나가 맞을 것이다. 동양의 무기는 내가 잘 모르니까)를 나에게 보여주곤 하였다.
그러면서 스승은 나에게 자신의 기술을 다 배우고 나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 그 카타나를
선물해줄거라고 말했다.
스승의 소개로 스승의 친구가 하는 가게에 취직도 하고(지금의 나를 받아준 그 상사도 참 독특했다.)
스승의 '돌격' 기술을 거의 다 배웠을 때... 세상이 변했다.
처음에는 그냥 각지에서 새로운 마약에 취한 사람들의 난동으로 알려졌다.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을 할퀴고 물어 뜯는다는 뉴스.
그것이 뒤집힌 순식간이었다. 그 난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경찰이 발포하게 되었고,
한 사람의 목을 관통하고 그 사람은 쓰려졌다. 문제는 그 쓰러진 사람이 다시 일어나 자신을 쏜
그 경찰을 물어뜯는 장면이,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퍼진 것이다.
세상은 깨달았다. 이것은 마약 문제가 아니다. 진짜 좀비들이 나타난 것이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갔다. 어떤 이들은 좀비에게 물려서 변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심하게 앓다가 좀비로 변하기도 하였다. 순식간에 전 세계는 좀비 천지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좀비에게 물리거나 다치더라도, 좀비로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생존자'라고 부르게 되었다.
좀비 사건이 터졌을 때, 스승의 도장에서 스승의 친구가 있는 내 직장으로 가 있겠다는 메모를 보고
나는 서둘러 내 직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내가 본 것은...좀비로 변한 스승이 자신의 친구인,
내 직장 상사를 물어뜯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떻게든 그 둘을 떨어뜨려놨으나 이미 내 상사는
숨을 쉬지 않았다. '스승'이었던 그 좀비는 그저 나를 뜯어먹기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문득 그의 뒤편에서 나에게 종종 보여줬던 그 카타나를 볼 수 있었다. 아마 스승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 카타나를 들고 왔을 것이다.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달려드는 스승을 피한 후
그의 등뒤의 카타나를 빼았고...그것으로 '스승'에게 안식을 줄 수밖에 없었다.
좀비들이 넘쳐나는 이 독특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나는 독특한 사람인걸까?
아니면 평범한 생존자일까? 그건 아마 신만이 알겠지...
나는 거리에 홀로 서 있다. 손에는 스승이 남겨준 카타나 뿐. 내 주변에 좀비들이 서서히 다가온다.
이제 남은 건...지금까지 배운대로, '돌격' 뿐이다!
